빈대떡은 막걸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녹두를 되게 갈아 즉시 번철(전을 부치거나 고기 따위를 볶을 때 쓰는 솥뚜껑처럼 생긴 무쇠 그릇)에 기름이 몸 잠길 만큼 붓고 녹두즙을 숟가락으로 떠놓고, 그 위에 익힌 밤과 꿀을 버무린 소를 놓고, 녹두즙으로 위를 덮어 숟가락으로 강하게 눌러가며 작은 꽃전 모양같이 만들고, 위에 잣을 박고, 대추를 네곳에 박아 지지라.”
이 글은 경기 파주에 살았던 빙허각 이씨(1759∼1824)가 1800년경 쓴 생활백과서 ‘규합총서’에 나온다. 그녀는 음식 이름을 ‘빙자떡’이라고 사이다릴게임 적었다. 곧 요사이의 ‘빈대떡’이다.
이 요리법대로 만들면 나물이나 고기가 들어간 이즈음 빈대떡과는 맛이 사뭇 다르다. 1948년 출판된 손정규(1896∼1955)의 ‘조선요리’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빈대떡 요리법이 나온다.
“숙주 삶은 것과 도라지 삶은 것, 통김치 채 친 것들을 양념하고 무쳐서 녹두에 섞어 부치기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한다. 또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썰어넣고 돼지기름으로 부치기도 한다. 모양은 둥글고 크게 부쳐 적당히 썰어 먹는다. (중략) 초장을 준비한다.”
여기에서 초장은 한식 간장에 식초를 넣은 것이다. 손정규는 이 음식의 이름을 한글로 ‘빈자떡’이라고 적고 한자로 ‘가난한 사람의 떡’이라는 뜻의 ‘빈자병(貧者餠)’이라고 썼다.
사이다쿨 요사이 고기가 들어간 녹두 빈대떡 한장 값이 1만원인 곳도 있는데 빈대떡을 왜 가난한 사람의 떡이라고 불렀을까? 1930년대부터 평안도와 함경도의 도시 길거리에는 빈대떡을 직접 지져 파는 주부가 많았다. 그들은 남편을 대신해 큰돈이 들지 않는 빈대떡 좌판에 기대어 겨우 살아나갈 방도를 찾았다. 길거리 빈대떡은 값이 싸서 누구나 쉽게 사 먹었다. 1943 릴짱릴게임 년 가수 한복남(1919∼1991)이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고 부른 노래 ‘빈대떡 신사’도 이런 사정을 반영했다.
빈대떡의 주재료는 녹두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한반도 북부지역 농민들은 녹두를 많이 재배했다. 이런 까닭에 녹두즙을 기름에 지져낸 빈대떡은 평안도와 함경도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 남한 사람들은 녹두 릴게임바다이야기 즙으로 청포묵을 잘 만들었다. 녹두 성분은 절반 이상이 전분으로 이뤄져 묵을 만들기에 좋아서다. 1945년 8월15일 해방과 함께 38도선이 생기자 북한 사람들이 서울로 내려왔고 한국전쟁 후 남한의 여러 도시에 터전을 마련하고 살았다. 국어학자 방종현(1905～1952)은 해방 이후 서울 길거리에 번철을 놓고 빈대떡을 직접 구워 파는 주부들이 많아졌다는 글을 남겼다.
본디 북한 사람들은 빈대떡을 소주 안주로 즐겨 먹었지만 남한 사람들은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셨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빈대떡은 막걸리와 함께 서민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1970년대 후반 경지정리 사업이 시작되자 녹두 생산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먹을거리가 많아지면서 빈대떡의 인기 역시 시들해졌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서울 광장시장의 빈대떡이 이름을 날리면서 빈대떡을 다시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2022년 녹두자급률은 24.5%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기계 수확에 알맞은 새 녹두 품종을 개발했다. 국내산 쌀막걸리에 국내산 녹두빈대떡을 마음껏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주영하 음식 인문학자·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