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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과 정부는 어떤 생존 전략을 택해야 하는가.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사진 왼쪽)과 로사문드 드시벨 IISS 자문위원장이 이 문제를 놓고 대담을 가졌다. 로사문드 위원장은 기업도 글로벌 안보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을 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이예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란의 중동 전쟁, 세계는 두 개의 전쟁을 통과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일 갈등까지 겹치며 동북아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고,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상황이다.
특히 중동 전쟁이 한달째를 맞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부나 기업은 없다. 에너지, 공급망, 기술 패권의 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지금 어느 국가도, 어느 기업도 관찰자로만 남아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있을 수 없다.
불가역적으로 보이는 이런 변화에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로사문드 드시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자문위원장과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IISS 수석고문)이 긴급 대담을 가졌다. IISS는 군사·정보·기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영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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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 역시 지정학적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가 기업 경영 전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일상화하면서 닥 릴게임다운로드 쳐올 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생 가능한 상황을 폭넓게 가정해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리스크 관리 기법이다. 또 이정민 연구위원은 한국 방산 산업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기반 군사산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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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급망 관리 체계 전면 재점검…'시나리오 플래닝'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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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는 기업 공급망 전략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석유화학·가스· 플라스틱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겪으며 전 세계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다. 무엇보다 주요 수송망 역할을 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물류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원가 구조와 생산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전문가는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공급망 변화와 사업 영향 등을 정밀히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하나의 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해 대체 공급망과 대응 전략을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이런 리스크 관리 체계를 이사회와 경영진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전략·리스크·법무 조직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스스로를 '지정학적 행위자'(Geopolitical Actors)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국가안보가 곧 경제안보이고,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라며 "국가안보 기구와 기업세계가 융합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 왔고, 실제 전 세계 기업들은 '비용 효율' 차원을 넘어 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확보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사한 입장을 갖는 국가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에너지, 핵심 광물 및 기타 전략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우 에너지와 핵심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할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로사문드 위원장은 기업 리스크 관리의 핵심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지목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각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이다. 군사분야의 '워게임'(Wargame)에서 나온 개념이다. 여러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만큼, 각 조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로사문드 위원장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나리오를 얼마나 대비해 왔는지 한국 기업의 리스크 관리팀에 묻고 싶다"며 "많은 기업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의 긴장 상황에 대해선 어떠냐고 반문한 뒤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의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은 "규모나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기업들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기업이라면 즉각적인 시장 너머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구조와 조직 문화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새로운 시장은 어디인지, CEO 등 리더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8년 창설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IISS를 본따 만들어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함께 세계적인 국제문제 연구소로 통한다. 매년 각국의 군사력을 다룬 '밀리터리 밸런스'도 펴낸다. 언론·금융계를 거친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IISS의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정부·민간부문에 전략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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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보 스펙트럼 확장…'AI 시대' 방산산업의 기회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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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안보 환경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북한 핵 문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중 갈등 등 동북아 중심의 위협에 집중해 왔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의 역할은 유럽 안보까지 확대됐다"며 "유럽 국가들이 국방 생산 기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전차·탄약·전투기 등 주요 무기 체계를 공급하며 공백을 메웠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이제 한국이 지역 내 안보 이슈에 국한된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FA-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포 등 한국 무기의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도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이정민 연구위원은 "글로벌 방산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한 상태" 라며 한국 방산산업의 질적 전환을 함께 주문했다. 세계 방산산업이 전차·전투기·미사일 등 '레거시 시스템' 중심에서 드론·무인체계·AI 기반 전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드론과 안티 드론 시스템, 무인 이동체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군사 전략과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전 세계가 그 변화를 눈으로 지켜봤다. 따라서 한국 방산산업도 기존 경쟁력을 지키면서 AI와 신기술 대응, 시장 다변화 등 전방위적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위원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해군 역량을 개편할 때 이를 해 낼 수 있는 동맹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고 말했다.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세계는 '단극체제'(Unipolarity)에서 '다극체제'(Multipolarity)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중 경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차원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동맹 또는 협력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국가도 자급자족할 수 없다"면서 중동 전쟁이 끝난 후 걸프 지역 국가들은 미래의 안보를 어디에서 확보할지 전면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IISS는 지난 2월 처음으로 '한국 석좌'(Korea Chair)직을 신설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의 역할을 찾는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래는 이번 대담의 주요 내용.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이하 로사문드)=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다. 이제 국가 안보가 곧 경제 안보이고,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다. 국가 안보 기구와 기업 세계가 융합되는 현상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견국이자 성장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기술 섹터의 '라이징 스타'인 국가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방법을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즉, 유사한 입장의 국가에 있는 기업들이 에너지·핵심 광물 및 기타 전략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이하 이정민)=중동과 한국, 그리고 유럽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공유해달라.
▶로사문드=우리는 '공급망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그것이 군사 공급망이든, 아니면 이란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쇼크로 뒤바뀐 공급망이든 말이다. 이러한 파급 효과는 어디에서나 느껴진다. 공급 충격은 석유뿐만 아니라 가스·석유화학·플라스틱·헬륨 등 광범위한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는 또 다른 가스 공급 쇼크를 걱정하고 있다. 중동의 경우, 현재 이 전쟁의 무게 중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선택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3월 초부터 약 100척의 선박만이 통과에 성공했다. 즉 일부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다. 이란은 그 요충지를 이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지렛대 삼아 모든 곳에 변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정말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이 불확실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나.
▶이정민=지난 4~5년간 관찰한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한국의 국가 안보 스펙트럼이 얼마나 확장되었는가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남북 긴장,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가속화와 대량살상무기,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중 갈등, 그리고 동북아와 서태평양 상황을 우려해 왔다. 이것들은 변하지 않는 기본 메뉴다. 하지만 바뀐 점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현재 5년째 접어든) 이후, 한국이 본의 아니게 유럽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많은 유럽 국가들이 냉전 종식 후 국방 예산을 줄였다. 반면 한국은 국가 안보 상황으로 지난 20~30년간 방위 산업을 유지해 왔다. 폴란드가 갑자기 경공격기, 주력 전차, 탄약,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필요해졌을 때 유럽 공급처를 찾아봤지만 규모와 가격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한국이 들어와 그 간극을 메웠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변방의 구경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 한국은 세계 5대 무역 강국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 에너지, 지역 갈등, 기술이 하나로 끓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직면한 국가 안보의 세계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에너지에 관심이 없더라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95%를 해외, 주로 걸프 지역(GCC) 국가들로부터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국 경제와 시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 안보 스펙트럼의 확장이다. 정부가 더 이상 동북아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한국은 이 거친 파도를 매우 신중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로사문드=한국이 러시아 침략에 맞서 유럽 동부 전선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해왔다. 다른 시장에서도 중요한 국방 공급원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나.
▶이정민=가장 큰 국방 시장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미국이 한국 기업들에게 요청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미 해군이 중국 해군에 비해 충분히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나 현대, 삼성 같은 거대 기업들은 상업용뿐만 아니라 군용 선박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가 미국의 필리 해군 기지(조선소)를 인수했을 때 한국인들은 "왜 우리가 미국 해군 조선소를 사느냐"며 놀랐다. 이는 미 해군이 해군 역량을 재조정하면서 기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규모 있게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미국의 동맹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이것은 한국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업 및 국가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증거다. 방산 분야가 성장할수록 유럽과 미국의 기존 기업들로부터 더 거센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유럽은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큰 시장이며, 이란 전쟁 상황에서 보듯 GCC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도 그렇다. 필리핀은 새로운 호위함과 전투기 등 한국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거대한 리스크와 혜택이 공존하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구축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얼마 전 GCC 국가의 정유 시설을 재건하는 데 3~5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한국에게는 엄청난 경종이다.
▶로사문드='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부르는 방안이다. 군사적으로는 '워게이밍'이라고 한다. 리스크 관리나 전략 팀에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셨는지, 얼마나 준비돼 있었는지. 많은 기업의 대답은 "준비되지 않았다"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다가올 시나리오들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실제로 계획을 세운 곳은 거의 없었다. 계획을 세웠던 곳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120달러, 150달러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할지 고민해 왔을 것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유럽과 중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큰 전쟁이 없지만, 지금의 두 전쟁을 통해 무엇을 배워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공급망에 무엇이 있는지, 공급업체가 누구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가령 '대만 비상사태'를 가정해 보자. 섬이 격리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향권은 얼마나 넓을까, 공급망은 어떻게 될까, 한 공급업체가 끊기면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봉쇄가 일어난다면, 합동 화력 타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시나리오의 각 요소를 꼼꼼히 따져볼 가치가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순간과 갈등에는 리스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에서 활동하거나 제품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의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시나리오들을 이사회와 여러 팀에 전달해야 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전략,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법무팀을 한자리에 모아 이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정민=규모나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기업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물론 글로벌 발자취를 가진 기업이라면 즉각적인 시장 너머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1990년 걸프전, 2003년 2차 걸프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6년 시작된 이란 전쟁이 떠오른다. 대만 해협에서도 여러 위기가 있었다. 한국의 안보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우리가 대외 무역과 에너지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앞선 사회라는 점에 행복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 다른 지역의 변화에 종속돼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수익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과 국민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로사문드=동의한다. 현재 세계는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질서의 틈새에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보았듯이 갈등과 경쟁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중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우리는 앞서 전략 섹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다. 한국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이 동맹 관계를 깊이 고민하고, 국가들이 어떻게 협력하는지, 기업들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업들이 스스로를 '지정학적 행위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정민=그 말을 들으니 지난해 11월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원연맹 대표단이 방한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들은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과 나토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폈는데, 한국이 매우 세계화되고 외향적인 국가로 인식됨에도, 한국인들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지엽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물론 우리는 필요에 의해 북한, 중국, 러시아·북한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중 경쟁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집중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방문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한국이 무기 체계 등을 통해 유럽 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하려면 유럽이 한국에 무엇을 원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더 큰 정치적 지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한국은 더 이상 작고 가난한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현대 기술의 주요 동력원 중 하나다. 며칠 전 신문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급히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석유 수입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에 필수적이다. UAE는 한국의 가장 긴밀한 GCC 파트너 중 하나다. 그들이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할 때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도왔고, 미사일 방어 체계를 포함한 방어용 무기 체계도 공급했다. UAE 군의 훈련을 돕는 소규모 한국군 부대(아크부대)도 파견돼 있다. 이런 일은 3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란 내 갈등이 가라앉고 언젠가 결말이 날 때, 그들은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해야 할 것이다. 누가 안보 제공자인지, 장기적인 무기 체계 공급원은 누구인지,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걸프 국가들의 장기적인 파트너이며, 이는 한국이 GCC 파트너들과 훨씬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의하는가.
▶로사문드=동의한다. 한국은 그 지역에서 매우 강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이 중동과 유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이 전쟁이 끝날 때 군사 공급망에 있어 어떤 전환점이 올 것이라고 보는가.
▶이정민= 글로벌 방산 시장의 '거대한 변화'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차, 곡사포, 전투기, 폭격기, 고급 위성과 같은 기존 체계 역시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에서 보았듯이 드론, 안티 드론, 그리고 지상·공중·해상의 무인 이동체들이 도처에 널리 퍼지고 있다. 안보 지형의 일부가 된 것이다. 물론 아시아에서 큰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서 드론만으로 싸운다는 뜻은 아니다. 아시아의 방어 지형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군사 산업 복합체에서 'AI 기반 군사 산업 복합체'로 이동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시나리오들을 통합하고, AI와 신흥 기술이 지배할 미래로 어떻게 연착륙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의 구조와 조직 문화는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새로운 시장은 어디인지, 그리고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이다. 이것이 변화하는 방산 시장의 핵심적인 부수 효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로사문드=한·미 관계 관점에서, 기술 이전과 긴밀한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기술 분야가 어떻게 진화할 것이라고 보는가.
▶이정민=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보면, 한국은 미국인이 그토록 많이 피를 흘려 지켜낸 유일한 나라이자, 동시에 경제적 성공을 거둔 유일한 동맹국이다. 미국에게 이는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에 미국의 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 경제를 발전시키고 탄탄한 민주주의를 이룩했으며 'K-컬처'의 본고장인 한국이 바로 그 쇼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과제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핵심 국방 기술과 기타 기술에서 더 자급자족하기를 원한다. 이는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유럽·미국·GCC,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많은 기업을 상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리더들에게 기술 의존도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어떻게 설득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AI 시대에는 아직 전 세계적인 롤모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 심지어 GCC 국가와 정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핵심 이슈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로사문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들이 그 공간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견국들은 필연적으로 결집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이 부상하는 기술 스타국들이 시점에 기술 분야에서 동맹과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민=동맹국과 미국이 항상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은 아니며 견해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NATO와 아시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안보 제공자다. 또한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자 AI 및 신흥 기술의 글로벌 선행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법은 유럽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유럽 국가들과 기술 협력을 심화하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예빈 기자 yeahvin@sidae.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란의 중동 전쟁, 세계는 두 개의 전쟁을 통과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일 갈등까지 겹치며 동북아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고,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상황이다.
특히 중동 전쟁이 한달째를 맞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부나 기업은 없다. 에너지, 공급망, 기술 패권의 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지금 어느 국가도, 어느 기업도 관찰자로만 남아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있을 수 없다.
불가역적으로 보이는 이런 변화에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로사문드 드시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자문위원장과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IISS 수석고문)이 긴급 대담을 가졌다. IISS는 군사·정보·기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영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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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 역시 지정학적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가 기업 경영 전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일상화하면서 닥 릴게임다운로드 쳐올 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생 가능한 상황을 폭넓게 가정해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리스크 관리 기법이다. 또 이정민 연구위원은 한국 방산 산업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기반 군사산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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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급망 관리 체계 전면 재점검…'시나리오 플래닝'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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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는 기업 공급망 전략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석유화학·가스· 플라스틱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겪으며 전 세계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다. 무엇보다 주요 수송망 역할을 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물류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원가 구조와 생산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전문가는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공급망 변화와 사업 영향 등을 정밀히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하나의 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해 대체 공급망과 대응 전략을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이런 리스크 관리 체계를 이사회와 경영진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전략·리스크·법무 조직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스스로를 '지정학적 행위자'(Geopolitical Actors)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국가안보가 곧 경제안보이고,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라며 "국가안보 기구와 기업세계가 융합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 왔고, 실제 전 세계 기업들은 '비용 효율' 차원을 넘어 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확보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사한 입장을 갖는 국가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에너지, 핵심 광물 및 기타 전략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우 에너지와 핵심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할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로사문드 위원장은 기업 리스크 관리의 핵심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지목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각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이다. 군사분야의 '워게임'(Wargame)에서 나온 개념이다. 여러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만큼, 각 조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로사문드 위원장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나리오를 얼마나 대비해 왔는지 한국 기업의 리스크 관리팀에 묻고 싶다"며 "많은 기업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의 긴장 상황에 대해선 어떠냐고 반문한 뒤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의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은 "규모나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기업들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기업이라면 즉각적인 시장 너머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구조와 조직 문화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새로운 시장은 어디인지, CEO 등 리더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8년 창설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IISS를 본따 만들어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함께 세계적인 국제문제 연구소로 통한다. 매년 각국의 군사력을 다룬 '밀리터리 밸런스'도 펴낸다. 언론·금융계를 거친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IISS의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정부·민간부문에 전략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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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보 스펙트럼 확장…'AI 시대' 방산산업의 기회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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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안보 환경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북한 핵 문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중 갈등 등 동북아 중심의 위협에 집중해 왔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의 역할은 유럽 안보까지 확대됐다"며 "유럽 국가들이 국방 생산 기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전차·탄약·전투기 등 주요 무기 체계를 공급하며 공백을 메웠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이제 한국이 지역 내 안보 이슈에 국한된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FA-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포 등 한국 무기의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도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이정민 연구위원은 "글로벌 방산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한 상태" 라며 한국 방산산업의 질적 전환을 함께 주문했다. 세계 방산산업이 전차·전투기·미사일 등 '레거시 시스템' 중심에서 드론·무인체계·AI 기반 전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드론과 안티 드론 시스템, 무인 이동체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군사 전략과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전 세계가 그 변화를 눈으로 지켜봤다. 따라서 한국 방산산업도 기존 경쟁력을 지키면서 AI와 신기술 대응, 시장 다변화 등 전방위적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위원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해군 역량을 개편할 때 이를 해 낼 수 있는 동맹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고 말했다.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은 "세계는 '단극체제'(Unipolarity)에서 '다극체제'(Multipolarity)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중 경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차원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동맹 또는 협력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국가도 자급자족할 수 없다"면서 중동 전쟁이 끝난 후 걸프 지역 국가들은 미래의 안보를 어디에서 확보할지 전면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IISS는 지난 2월 처음으로 '한국 석좌'(Korea Chair)직을 신설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 한국의 역할을 찾는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래는 이번 대담의 주요 내용.
▶로사문드 자문위원장(이하 로사문드)=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다. 이제 국가 안보가 곧 경제 안보이고,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다. 국가 안보 기구와 기업 세계가 융합되는 현상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견국이자 성장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기술 섹터의 '라이징 스타'인 국가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방법을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즉, 유사한 입장의 국가에 있는 기업들이 에너지·핵심 광물 및 기타 전략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이하 이정민)=중동과 한국, 그리고 유럽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공유해달라.
▶로사문드=우리는 '공급망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그것이 군사 공급망이든, 아니면 이란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쇼크로 뒤바뀐 공급망이든 말이다. 이러한 파급 효과는 어디에서나 느껴진다. 공급 충격은 석유뿐만 아니라 가스·석유화학·플라스틱·헬륨 등 광범위한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는 또 다른 가스 공급 쇼크를 걱정하고 있다. 중동의 경우, 현재 이 전쟁의 무게 중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선택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3월 초부터 약 100척의 선박만이 통과에 성공했다. 즉 일부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다. 이란은 그 요충지를 이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지렛대 삼아 모든 곳에 변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정말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이 불확실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나.
▶이정민=지난 4~5년간 관찰한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한국의 국가 안보 스펙트럼이 얼마나 확장되었는가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남북 긴장,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가속화와 대량살상무기,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중 갈등, 그리고 동북아와 서태평양 상황을 우려해 왔다. 이것들은 변하지 않는 기본 메뉴다. 하지만 바뀐 점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현재 5년째 접어든) 이후, 한국이 본의 아니게 유럽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많은 유럽 국가들이 냉전 종식 후 국방 예산을 줄였다. 반면 한국은 국가 안보 상황으로 지난 20~30년간 방위 산업을 유지해 왔다. 폴란드가 갑자기 경공격기, 주력 전차, 탄약,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필요해졌을 때 유럽 공급처를 찾아봤지만 규모와 가격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한국이 들어와 그 간극을 메웠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변방의 구경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 한국은 세계 5대 무역 강국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 에너지, 지역 갈등, 기술이 하나로 끓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직면한 국가 안보의 세계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에너지에 관심이 없더라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95%를 해외, 주로 걸프 지역(GCC) 국가들로부터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국 경제와 시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 안보 스펙트럼의 확장이다. 정부가 더 이상 동북아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한국은 이 거친 파도를 매우 신중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로사문드=한국이 러시아 침략에 맞서 유럽 동부 전선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해왔다. 다른 시장에서도 중요한 국방 공급원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나.
▶이정민=가장 큰 국방 시장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미국이 한국 기업들에게 요청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미 해군이 중국 해군에 비해 충분히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나 현대, 삼성 같은 거대 기업들은 상업용뿐만 아니라 군용 선박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가 미국의 필리 해군 기지(조선소)를 인수했을 때 한국인들은 "왜 우리가 미국 해군 조선소를 사느냐"며 놀랐다. 이는 미 해군이 해군 역량을 재조정하면서 기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규모 있게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미국의 동맹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이것은 한국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업 및 국가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증거다. 방산 분야가 성장할수록 유럽과 미국의 기존 기업들로부터 더 거센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유럽은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큰 시장이며, 이란 전쟁 상황에서 보듯 GCC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도 그렇다. 필리핀은 새로운 호위함과 전투기 등 한국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거대한 리스크와 혜택이 공존하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구축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얼마 전 GCC 국가의 정유 시설을 재건하는 데 3~5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한국에게는 엄청난 경종이다.
▶로사문드='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부르는 방안이다. 군사적으로는 '워게이밍'이라고 한다. 리스크 관리나 전략 팀에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셨는지, 얼마나 준비돼 있었는지. 많은 기업의 대답은 "준비되지 않았다"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다가올 시나리오들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실제로 계획을 세운 곳은 거의 없었다. 계획을 세웠던 곳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120달러, 150달러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할지 고민해 왔을 것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유럽과 중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큰 전쟁이 없지만, 지금의 두 전쟁을 통해 무엇을 배워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공급망에 무엇이 있는지, 공급업체가 누구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가령 '대만 비상사태'를 가정해 보자. 섬이 격리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향권은 얼마나 넓을까, 공급망은 어떻게 될까, 한 공급업체가 끊기면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봉쇄가 일어난다면, 합동 화력 타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시나리오의 각 요소를 꼼꼼히 따져볼 가치가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순간과 갈등에는 리스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에서 활동하거나 제품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의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시나리오들을 이사회와 여러 팀에 전달해야 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전략,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법무팀을 한자리에 모아 이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정민=규모나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기업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물론 글로벌 발자취를 가진 기업이라면 즉각적인 시장 너머의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1990년 걸프전, 2003년 2차 걸프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6년 시작된 이란 전쟁이 떠오른다. 대만 해협에서도 여러 위기가 있었다. 한국의 안보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우리가 대외 무역과 에너지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앞선 사회라는 점에 행복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 다른 지역의 변화에 종속돼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수익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과 국민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로사문드=동의한다. 현재 세계는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질서의 틈새에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보았듯이 갈등과 경쟁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중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우리는 앞서 전략 섹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다. 한국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이 동맹 관계를 깊이 고민하고, 국가들이 어떻게 협력하는지, 기업들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업들이 스스로를 '지정학적 행위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정민=그 말을 들으니 지난해 11월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원연맹 대표단이 방한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들은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과 나토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폈는데, 한국이 매우 세계화되고 외향적인 국가로 인식됨에도, 한국인들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지엽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물론 우리는 필요에 의해 북한, 중국, 러시아·북한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중 경쟁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집중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방문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한국이 무기 체계 등을 통해 유럽 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하려면 유럽이 한국에 무엇을 원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더 큰 정치적 지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한국은 더 이상 작고 가난한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현대 기술의 주요 동력원 중 하나다. 며칠 전 신문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급히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석유 수입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에 필수적이다. UAE는 한국의 가장 긴밀한 GCC 파트너 중 하나다. 그들이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할 때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도왔고, 미사일 방어 체계를 포함한 방어용 무기 체계도 공급했다. UAE 군의 훈련을 돕는 소규모 한국군 부대(아크부대)도 파견돼 있다. 이런 일은 3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란 내 갈등이 가라앉고 언젠가 결말이 날 때, 그들은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해야 할 것이다. 누가 안보 제공자인지, 장기적인 무기 체계 공급원은 누구인지,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걸프 국가들의 장기적인 파트너이며, 이는 한국이 GCC 파트너들과 훨씬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의하는가.
▶로사문드=동의한다. 한국은 그 지역에서 매우 강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이 중동과 유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이 전쟁이 끝날 때 군사 공급망에 있어 어떤 전환점이 올 것이라고 보는가.
▶이정민= 글로벌 방산 시장의 '거대한 변화'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차, 곡사포, 전투기, 폭격기, 고급 위성과 같은 기존 체계 역시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에서 보았듯이 드론, 안티 드론, 그리고 지상·공중·해상의 무인 이동체들이 도처에 널리 퍼지고 있다. 안보 지형의 일부가 된 것이다. 물론 아시아에서 큰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서 드론만으로 싸운다는 뜻은 아니다. 아시아의 방어 지형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군사 산업 복합체에서 'AI 기반 군사 산업 복합체'로 이동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시나리오들을 통합하고, AI와 신흥 기술이 지배할 미래로 어떻게 연착륙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의 구조와 조직 문화는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새로운 시장은 어디인지, 그리고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이다. 이것이 변화하는 방산 시장의 핵심적인 부수 효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로사문드=한·미 관계 관점에서, 기술 이전과 긴밀한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기술 분야가 어떻게 진화할 것이라고 보는가.
▶이정민=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보면, 한국은 미국인이 그토록 많이 피를 흘려 지켜낸 유일한 나라이자, 동시에 경제적 성공을 거둔 유일한 동맹국이다. 미국에게 이는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에 미국의 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 경제를 발전시키고 탄탄한 민주주의를 이룩했으며 'K-컬처'의 본고장인 한국이 바로 그 쇼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과제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핵심 국방 기술과 기타 기술에서 더 자급자족하기를 원한다. 이는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유럽·미국·GCC,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많은 기업을 상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리더들에게 기술 의존도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어떻게 설득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AI 시대에는 아직 전 세계적인 롤모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 심지어 GCC 국가와 정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핵심 이슈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로사문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들이 그 공간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견국들은 필연적으로 결집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이 부상하는 기술 스타국들이 시점에 기술 분야에서 동맹과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민=동맹국과 미국이 항상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은 아니며 견해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NATO와 아시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안보 제공자다. 또한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자 AI 및 신흥 기술의 글로벌 선행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법은 유럽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유럽 국가들과 기술 협력을 심화하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예빈 기자 yeahvin@sida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