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다닐 때 타던 오토바이도 고물이 돼버렸어. 추석 때 자식들이 내려온다는 데 잘 데가 있어야지. 자원봉사자들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도 마을회관이나 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지냈을 거예요. 목숨 구한 게 그나마 다행이지.”



9월 30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2리의 한 주택 마당에 이불이 내걸려 있다. 지난 7월 17일 내린 폭우로 집이 잠기면서 가전제품과 가재도구가 모두 못쓰게 된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2리에서 만난 주민 김인순씨(79)는 집 앞 텃밭에서 아내와 함께 고구마 순을 다듬으며 이 아래네임카드 렇게 말했다. 김씨 부부는 7월 17일 새벽 갑작스레 내린 폭우으로 집이 물에 잠기자 옷가지만 챙겨 부랴부랴 대피했다. 사흘 만에 돌아온 집은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마당은 물론 거실과 안방까지 모두 흙탕물로 가득했고 기르던 강아지와 닭도 모두 죽어 있었다고 한다. 월남전 참전용사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김씨였지만 수십 년 지켰던 삶의 신협저축은행 터전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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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하포리, 폭우로 마을 전체 잠겨
폭우 피해 당일인 17일과 사흘 뒤인 7월 20일 하포2리 수해 현장을 찾았던 기자를 기억한다는 김씨는 “자원봉사자, 군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집 실습분야 으로 돌아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9월 30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2리 주민 김인순씨 부부가 텃밭에서 고구마순을 따고 있다. 김씨 집은 지난 7월 17일 내린 폭우로 농사를 모두 망쳤다고 한 금리계산 다. 신진호 기자



인근 학교 체육관에서 머물던 김씨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닦아낸 벽과 바닥에서 다시 습기가 올라와 거실과 방안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 그래도 북적대던 체육관보다는 나았다고 했다. 다행히 김씨 부부와 함께 사는 손주가 짬이 날 때마다 일손 도구폴더옵션보기 을 거들어 다른 집보다는 수월하게 복구가 이뤄졌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 부부는 자식들을 위해 텃밭에 무와 배추, 쪽파를 심었다. 농사는 망쳤지만 그래도 겨울 전에 김장을 해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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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망쳤지만 자식들 위해 배추·무 심어
김인순씨는 “가전제품과 가재도구가 모두 물에 잠겨 못쓰게 돼 새로 장만하느라 많은 돈이 들어갔다”며 “지금까지 (지원)받은 돈은 250만원이 전부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두 노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고 말했다.





9월 30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2리 서경수씨 집 마당에 물에 잠겨 고장 난 트랙터와 오토바이가 방치돼 있다. 7월 17일 내린 폭우로 하포2리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신진호 기자



인근 서경선씨(77) 집에서는 외벽 페인트칠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서씨의 막내딸 정희(46)씨는 휴가를 내고 집에 내려와 직접 집수리에 나섰다고 한다. 폭우 당시 서경선씨 집도 절반이 물에 잠겼다. 다른 집보다 지대가 높아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곳인데 금세 불어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서씨의 아내는 119구조대가 보낸 고무보트를 타고 겨우 몸을 피했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이 잠길 때 다른 지역에 있던 서씨는 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새벽 첫차를 타고 내려와 아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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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농기계·가전제품 아직도 처리 못해
피해가 발생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집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마당은 집안에서 꺼내 가재도구로 가득했고 지붕까지 물에 잠겼던 뒷채는 아직도 도배와 장판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작업 모두 서씨와 아내, 딸의 몫이다. 온종일 정리에 매달려도 피해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한참이나 더 남았다고 한다.





9월 30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2리 서경선씨 집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내린 폭우로 집이 잠기면서 가재도구가 모두 못쓰게 된 서씨 가족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서씨 부녀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이 너무 부족하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의 각종 지원이 이뤄지지만, 농촌의 여건과는 무관한 정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은 시골마을 주민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요금만 감면해준다. 도시가스는 LPG, 지역난방은 개별난방(등유 등)으로 지원한다면 더 많은 피해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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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정부·지자체 지원 현실과 동떨어져"
서정희씨는 “수해를 입기 전까지는 자연재해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니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관심을 절감했다”며 “일률적인 지원에 앞서 실질적 혜택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7일 오후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1리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고립됐던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하포2리와 삽교천을 경계로 둔 고덕면 용3리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용3리 마을회관에는 수해로 집을 잃은 3가구 주민 5명이 달포 넘게 살고 있다. 마을이 물에 잠긴 뒤 인근 고덕중학교로 대피했던 주민 대부분은 며칠 만에 귀가했지만, 이들 5명은 8월 중순 마을회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들이 살던 집이 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겨우 집터만 남았는데 충남도와 정부 지원으로 새로 짓는 10~20평(33~40㎡) 크기의 집에 들어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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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주민 여전히 마을회관에 거주
문제는 집을 짓고 난 뒤 들어가는 비용이다. 건축비는 정부와 충남도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가재도구와 가전제품 등은 고스란히 주민 몫이다. 팔순이 넘은 주민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3리 주민 조주영씨(86)는 “집터에 벽돌과 모래만 쌓아 놓고 언제 착공할지는 모른다”며 “(추석 때) 자식들이 와도 둘러앉아 밥 먹을 공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9월 30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3리 마을회관에서 조주영씨 등 이재민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조씨 부부를 비롯해 용3리에서는 폭우 피해를 입은 3세대 5명의 주민이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한편 지난 7월 발생한 폭우로 충남에서는 13세대 23명의 주민이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과 임시주택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충남도는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을 돕기 위해 지난 8월부터 특별지원금 232억원을 지급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정부 지원과는 별도다. 주택 전파의 경우 특별지원금 8050만원을 더해 최대 1억2000만원, 반파는 최대 6000만원, 침수는 600만원 등이다.

예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