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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성소수자 차별해도 된다고 판결한 미 대법원[경향신문]

미국 연방대법원이 17일(현지시간) 아동 양육기관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커플을 위탁부모 지정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차별의 예외’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오랜 논쟁거리인 종교적 신념과 차별금지원칙의 충돌을 다시 한번 쟁점화시켰다.


AP통신 등은 이날 가톨릭 필라델피아교구에서 운영하는 위탁양육기관 ‘가톨릭소셜서비스(CSS)’가 필라델피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미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로 CSS의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시는 2018년 시와 계약한 민간위탁양육기관 두 곳이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는 이를 ‘차별’이라고 보고 두 기관과 계약을 중단했다. 두 기관 중 다른 곳은 시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여 동성커플도 위탁부모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CSS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운영한 것”이라며 시를 상대로 계약중단이 위법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선 시가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9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시가 위탁계약을 중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종교적 신념과 차별금지법의 충돌에 대해 본격적인 판단을 하진 않았다. 대신 CSS에 실제로 위탁부모 신청을 한 동성커플이 없고, 커플이 아닌 성소수자 한 명이 한부모로서 신청하면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CSS는 지난 5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기관을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다른 누구에게도 그러한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CSS의 결정은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이라는 종교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시의 결정은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호 위반”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만장일치로 CSS가 승소한 것에 대해 “놀랄만한 판결”이라며 “성소수자의 권리에 후퇴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버지니아 법대의 미카 슈와르츠만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판결이 주는 신호는 명확하다”며 “차별금지법에 위배되더라도 종교적 예외는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2018년 대법원이 동성커플을 위한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제빵사의 손을 들어준 판결과 유사하다”며 “그 판결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판결은 더욱 더 보수적으로 확장됐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아시는 “이번 판결은 많은 입양아동들과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위탁부모들에에게 매우 좌절을 안기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대교구는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명백한 확인”이라며 판결을 확인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보수 우위(공화당 임명 6 : 민주당 임명 3)의 대법원이 내린 이번 판결로 2015년 합법화된 동성결혼 판결도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