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은 끝났다···무릎 통증과 천위페이, 세계 1위 안세영이 파리로 가져가는 숙제
안세영이 지난 8일 인도네시아오픈 여자단식 4강전 승리 뒤 미소짓고 있다. 자카르타 | EPA연합뉴스
안세영(22)은 지난해 7월31일 생애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에 올랐다. 배드민턴의 전설인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랭킹 1위에 오른 한국 여자단식 선수로서 상승세의 절정을 찍기 시작했다.
그 뒤 8월말 열린 세계개인선수권에서 한국 최초의 단식 정상을 차지한 안세영은 10월에 있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고속이었던 안세영의 질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제동이 걸렸다. 결승전을 치르다 무릎을 다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붕대를 감은 채 접전을 벌여 거머쥔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로 무릎 통증과 함께 하고 있다. 그때 결승전에서 꺾었던 ‘숙적’ 천위페이(26·중국)는 여전히 강하다. 안세영이 꿈꾸는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관문, 올림픽에는 이 두 가지 숙제를 안고 가야 한다.
안세영은 지난 9일 끝난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에서 준우승했다. 결승전에서 천위페이와 격돌해 1-2(14-21 21-14 18-21)로 졌다.
안세영(왼쪽)이 지난 9일 인도네시아오픈 준우승 뒤 우승한 천위페이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자카르타 | AP연합뉴스
지난주 싱가포르오픈에서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만나 우승했지만 일주일 만에 또 만난 결승전에서는 접전 끝에 우승을 내줬다.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은 안세영이 올림픽 전 마지막 실전으로 삼고 출전한 대회다. 이제 국제대회 출전은 중단하고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준비에 ‘올인’한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부침이 심했다. 개인전에는 10개 대회에 나가 3차례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하지 못한 7번 중 6번은 결승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시즌이었던 지난해와 아주 다른 페이스다.
무릎 부상이 원인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5월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재검진 결과 부상 상태가 원래 진단보다 심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무릎 슬개건이 부분 파열됐고 아시안게임 직후 검진 때는 2~6주간 재활하면 복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완쾌되질 않아 재검진 받으니 회복에 오래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파리올림픽 전까지 회복할 수 없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통증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전하고 해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안세영이 지난 2일 싱가포르오픈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싱가포르 | 신화연합뉴스
올림픽 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부상을 안고 토너먼트를 통과하기는 고난의 길이다. 다행히 안세영은 최근 회복하고 있다.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 이후 실제 부상 정도를 고백했고 이후 4주 만에 출전한 싱가포르오픈에서 지난 2일 우승했다. 3월초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첫 우승은 물론 결승에 진출한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9일 인도네시아오픈 준우승으로 2주 연속, 2개 대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그 2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 상대로 마주한 천위페이는 2022년까지 안세영의 ‘천적’으로 불렸던 여자 배드민턴의 강자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당시 8강에서 안세영을 탈락시켰던 주인공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3월 전영오픈 결승전 승리를 시작으로 코리아오픈 4강, 세계개인선수권 4강, 아시안게임 결승까지 천위페이를 격파하며 천적 관계를 청산했다. 그러나 천위페이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올림픽 우승후보이며 안세영의 가장 큰 적수다.
안세영은 최근 2주 동안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을 통해 무릎 통증에 적응한 채 경기하는 올림픽 리허설을 치렀다. 두 번 다 무난히 결승까지 갔고, 모두 천위페이를 만났다. 한 번은 이겼고 한 번은 졌다. 진짜 승부를 위한 숙제를 한여름 파리로 가져간다.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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