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이면 코인 만듭니다"…투자자 유혹하는 사기 주의보
코인발행 현장 체험해보니발행서 백서 제작·판매까지기술도 없이 투자자모아 상장전문가 "90%는 작전 의혹유사수신 피해 4조원 수준"◆ 코인시장 패닉 ◆가상화폐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판매까지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성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무늬만 가상화폐'를 시장에 내놓고 가격을 올리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최근 매일경제신문이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가상화폐 컨설팅 업체에 문의하니 가상화폐 발행부터 백서 제작, 판매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코인 발행은 50만원만 내면 하루 만에 가능하다고 한다. 가상화폐 프로젝트 계획이 담긴 백서도 업체가 만들어준다고 했다.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하고 있느냐"고 묻더니 "실제 하고 있는 사업이 없으면 처음부터 백서를 만들면 돼서 더욱 편하다"고 말했다. 사업 내용이 없으면 백지상태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꾸미기 더욱 좋다는 의미였다. 백서는 10장당 180만원으로, 제작에 2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업체는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도와준다고 했다. 이른바 '가상화폐공개(ICO)' 형태다. ICO는 가상화폐 상장 방식 중 하나로 발행 업체가 직접 투자자를 모으고 판매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2017년 강제력 없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ICO를 금지한 이후 업체들은 해외 법인을 통해 해외 거래소에서 상장한 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방식을 취해왔다.업체 관계자는 "ICO를 도와주는 업체가 따로 있다"며 "굳이 해외에 법인을 세우지 않고도 국내 법인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다단계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수수료로 투자모집액의 40~60%를 떼간다"고 덧붙였다. 'ICO는 불법이 아니냐'고 재차 물었으나 업체 관계자는 "문제될 게 전혀 없다"며 "오히려 최근 들어 ICO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문제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코인이 대게 작전세력에 의해 투기나 사기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대행업체가 발행하거나 판매하는 코인의 경우 독자적인 블록체인 기술이 없다면 사기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이 100개면 그중 90개는 미심쩍고 대개 펌핑(시세조종) 세력과 결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유사수신 피해금액만 4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법적인 가상화폐 대행 서비스 업체가 이토록 활개를 치는 이유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법이 정비돼 있지 않아서다. 우선 주식처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려면 증권적 성격을 띤 '금융투자상품'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를 이용하고, '원금 보장' 등을 약속하지 않으면 '유사수신행위법'도 피해갈 수 있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가상화폐거래업자를 유사수신업자로 지정해 가상화폐 판매 등을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유야무야됐다. 말로만 '금지'했을 뿐 가상화폐 투자금 모집을 막을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법의 허점을 노리고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가상화폐를 발행·판매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업체들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서 가상화폐를 발행·판매한다. 30분 만에 1000배 폭등해 논란이 됐던 아로와나토큰 발행 업체도 싱가포르 법인이다. 싱가포르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임원 4명 중 3명이 한국 이름으로, 한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한국 업체로 한국인한테서 투자금을 모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법망을 피해간 것이다.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가 규제를 안 만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는 토대가 만들어진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며 "빈틈을 노려 그만큼 이상한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이새하 기자]▶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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