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본점 "다들 난리인데 신한은행만 잠잠하네요. 가계대출 어떻게 관리한대요?"(A시중은행 관계자)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과 권고로 은행권이 전방위 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신한은행의 짐짓 여유로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목표(6%대)를 이미 넘어서거나 근접한 다른 은행과 달리 신한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3% 초반에 그친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 특유의 깐깐한 대출 심사와 외형 및 리스크 관리 문화에 더해 작년 말 일부 대출 중단 사태 당시의 학습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말과 견줘 NH농협은행 7.29%, 하나은행 5.19%, KB국민은행 4.90%, 우리은행 4.05%, 신한은행 3.02%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5개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은 4.88%로 금융당국이 올해 총량 관리 목표로 제시한 6%선의 목전에 도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은행권 최저 수준인 신한은행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제 막 3%를 넘어설 정도로 경쟁 은행들과 격차가 크다. 은행권의 잇단 가계대출 규제 대응에서도 신한은행은 한 발 비껴 서 있다. 총량 관리에 한결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출 한시 중단과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은행들의 돈줄죄기가 본격화한 건 지난 8월 말부터다. 총량 규제 비율을 이미 넘긴 농협은행이 지난 8월27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11월 말까지 한시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게 시작이었다. 농협은행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가 쏠리자 KB국민은행도 지난 달 2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잔금(집단대출)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렸다. 하나은행도 이번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축소한다. 우리은행 역시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지점별로 한도를 할당해총량을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달 초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소폭(0.2%포인트) 인상했으나 이후 별다른 후속 대응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액을 최소화하려면 대출 한도 축소가 불가피한데 신한은행은 아직 조짐이 없다"며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신한은행 안팎에선 연초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진행한 가계대출 외형 관리가 주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신한은행 역시 가계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대출 공급 비중 목표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난해 12월 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가계 신용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일부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대출 총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주 단위로 주요 부서 팀장급 회의체를 구성해 대출 총량을 균형 있게 관리했고, 올해 촘촘하고 안정적인 외형 관리를 이어왔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은행업계에선 금리를 깎거나 느슨한 대출 심사로 외형을 확장하기 보다는 선제적 부실 차단을 위해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신한은행 특유의 영업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순 금리 인상의 금리 정책을 지양하고 상대적으로 거액이 취급되는 직군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많은 서민·실수요자에게 지원하도록 운영 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 내부의 위기감이 없지는 않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도미노식 대출 풍선효과의 특성상 언제든지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