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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는 '있어보이는'걸 잘하는듯.

듄 악평을 한 제글에, 드니 빌뇌브가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걸 잘한다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그걸보고 번뜩였어요.  전 있어보이는걸 참 싫어합니다. 실제로 있어야 믿어요. 물론 내가 싫은거지 있어보이는게 전적으로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그래도 싫은건 싫은겁니다만..


비유가 좀 중구난방이지만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을 지루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 있죠.

아마 네러티브를 설명하는걸 즐기지 못하기 때문일거에요.


네러티브란 무어냐, 나도 잘 모릅니다. 아마 이런거라고 생각해요.

게임 레데리2는 안해봐서 같은 제작사 락스타의 명작 <gta 산안드레아스>를 예로 들어볼게요.

처음 주인공 칼존슨이 고향에 돌아와서 차를 타고 이발소로 향하면서 친구 라이더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합니다. 대충 이런류의 대화일거에요.

'그 이발사 아저씨는 아직도 살아계시냐?'

'그렇다니깐, 그 늙은이가 저번엔 내 귀를 자를뻔 했다구.'

'ㅋㅋㅋㅋ미친'

라는 대화입니다. 이건 스토리상 벌어지는 메인 액션이랑은 상관없는 대화에요. 그런데 둘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서를 생동감있게 표현하는것이죠.


<반지의 제왕> 1편을 보면 특히 호빗족에 대한 네러티브가 잘 살아 있습니다.

빌보의 생일을 맞아 마을 사람들은 동네 광장에 천막을 세웁니다. 천막에는 빌보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죠.

베긴스 집안의 재물을 탐하는 가문이 있는데 '색빌베긴스'집안입니다. 빌보 베긴스는 생일을 맞아 색빌베긴스가 집을 찾아오자 조용히 숨어있죠.

저녁파티에서 빌보가 단상에 서서 지인 호빗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호빗들 가문의 이름을 읊는데 '프라우드풋(proudfoot, 직역하자면 자랑스러운 발)'이라는 가문이 있습니다. 그걸 듣고는 프라우드풋 가문 사람중 하나가 '프라우드핏(자랑스러운 두발!!)이라구!' 유머러스하게 꼬집어 줍니다.


이런것들이 네러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느낌.


듄에는 이런게 없다구요.

앞선글은 어그로 목적은 아니고 빈정 존나 상해서 싸지른 글은 맞구요ㅋㅋㅋㅋ


아무튼 그 이야기를 하고싶은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어떤 컨텐츠든 세계관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어떻게 일상을 느끼고 사는지가 저에겐 중요한 감성이라서요. 그게 리얼리즘 영화에만 국한되는게 아니고 장르영화, 상업영화, 오락영화에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에 나간 쿠퍼가 흑인 과학자에게 헤드폰으로 '빗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이라든지요. 스토리적 사건상 필요없는 씬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네러티브들은 영화속 플롯과 관객인 내가 동행하고있다는 끈끈함을 강하게 해줘요.


그런 내적인 요소와는 반대로 드니 빌뇌브는 댓글단분 말에 따르면 '있어보이는'걸 잘하는데

그거 전문이니 있어야 믿는 저한텐  성에 안차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