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에이씨텍

이터널스-이터널하지 않은 이터널스

슬레이어즈 TRY 때였나요? 리나 인버스가 바르가브의 파괴와 재창조 순환 목적에 대해

일갈한 말-"긴 시간을 주체 못하고 살아온 당신들 (신/악마)의 엉터리 궤변 따위에 놀아날

마음은 없다.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이 현재가 소중하다."

-을 떠올리게 하는 이터널스 였습니다.


역시 히어로물이란 소재는 거대한 우주적 담론으로 가면 일반인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게 사실입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란 소재만 봐도 그렇죠. 능력적으로 슈퍼한 슈퍼맨이 왜 배트맨보다 인기가 없을까?

왜 사람들은 마블의 소시민 중에서도 가장 극빈 계층 소시민 영웅 스파이더맨에 열광하는가?

네. 사람들은 어떤 초월적 대상보다는 내 바로 가까이에 있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에 끌리고 환장합니다.

히어로가 맞서 싸울 빌런이란 대상을 여러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설정하기도 쉬우니까요. 


결국 필멸자인 인간의 상상력에서 어떤 불멸자를 설정하고 그리는 모습은 오히려 감정도 있고, 오래 살기는 하지만

죽을 수도 있고 (심지어 그 셀레스티얼도 죽는데) 등등 불멸자라기보단 토르처럼 데미갓, 에고의 발언처럼 스몰 g (god)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물론 마블이건 DC건 더 상위 개념의 존재들은 이터널스나 셀레스티얼 위에 널리고 널려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마블의 '히어로'란 정체성에서 이터널스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신적 존재들은 오랜 시간, 무한한 공간이란 개념마저도 뛰어넘는게 사실인데, 이터널스는 멤버 중 하나인 드루이그가

계속 오랜 시간 속 인간을 지켜보다 매너리즘에 징징대는 수준입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불교의 윤회와 영겁이란 종교적 모티브도 강하고...


마블에 대한 팬심을 담아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이 아닌 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소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는 최근에 게임 문명에 빠져서 그런지 몰라도 문명의 시대적 발전사를 담은 영상들이 거의 똑같이 나오길래

(이야, 심지어 그 머스킷병이 구현될 줄이야. ㅋㅋㅋ 공중정원에, 치첸 이트사에...)

속으로 상당히 피식거리며 보긴 했습니다만.

여튼 그런 문명의 발전과 진화마저도 결국 윤회와 영겁이란 큰 개념 하에 놓이게 되면 그래서 어쩌란건데?

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죠.  


토르3이 그런 데미갓적 캐릭터들을 가지고도 정말 기발하게 스토리를 엮은 작품아녔나 싶어요.

아니, 이젠 토르라는 신적 캐릭터조차도 거의 인간다움-휴머니즘으로 개그화시킨게 마블이라.

이터널스도 결국 그런 맥락으로 가야 어떤 관객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듄이란 충공깽 스타일의 작품을 보고 나서 그런지, 평소라면 되게 지루?하게 느꼈을거 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난하게 봤네요.

듄이 정말 호불호 크게 갈릴 스타일이긴 하던데. 별 세개라기보단 이터널스는 대략 두개반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