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재택치료 방침에… 의사들 “기겁할 노릇”
입원치료 시기 놓쳐 사망 늘거나아파트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도재택환자 모니터링 인력도 부족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32명 발생하며 사흘 연속 3000명대를 기록한 3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최현규 기자정부가 코로나19 확진 시 재택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 의료진 사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환자실 병상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제때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공동주택의 방역 관리가 허술해질 경우 되레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재택치료에 대한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방침에 따르면 입원 요인이 있거나 자택 환경이 감염에 취약할 경우, 보호자가 없는 소아·장애인·7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모든 확진자가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양성 확진이 되면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키트를 자택으로 보내주고, 의료기관과 연계한 건강 모니터링도 하루 2∼3회 이뤄진다. 상황에 따라 비대면 진료와 처방도 가능한데, 입원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으로 옮긴다. 그간에는 입원 요인이 없는 70대 미만 무증상·경증 확진자 중 동의한 경우에만 재택치료를 시행했다.의료현장에선 재택치료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재택치료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듣고 현장 의사들이 죄다 기겁을 했다”며 “재택치료를 하다 중증으로 악화하면 대부분 응급실로 몰릴 텐데 감당이 되겠나”고 토로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손가락에 피가 조금 나도 병원을 찾는 나라에서 모두 재택치료를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택대기이자 자택격리나 다름없어 정부가 도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집단감염 우려도 불거질 수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재택치료자가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에 나가는 건 ‘위반 행위’지만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검사나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엔 집밖으로 나갈 수 있다. 당국은 재택치료자가 외출할 때 KF94 마스크와 안면보호구, 일회용 장갑과 방수가운 ‘4종 세트’를 착용토록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많이 따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처럼 밀집 건물 생활이 많은 나라에서 유증상 환자까지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면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증환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전문가들은 재택치료 방식은 일종의 ‘증상 대기’ 개념으로 실질적인 치료가 병행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병상을 확보해 격리한 뒤 항체 치료를 받게 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치료법인데 재택치료만을 고집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했다. 포화 상태인 재택환자 모니터링에 필요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장에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재택환자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그 많은 환자 수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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