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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사람은 좋은 배우밖에 은 틀 .얘기해 기자 admin@seastorygame.top일본 홋카이도와 오타루의 눈 풍경을 담은 영화들의 최신 버전으로 찾아온 ‘여행과 나날’. 기차가 터널을 벗어나자 새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배급사 제공
가습기. 제일 좋아하는 가전은 아무래도 가습기다. 코끝이 살짝 시린 작은 방에 앉아 수면양말을 신고 귤을 까먹으면서 연말 특선 영화를 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릴 때, 그 옆에는 반드시 포포포포 물기를 내뿜는 가습기가 있어야 한다. 가습기야말로 가장 다정한 가전이다.
나의 가습기 사랑은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1995)에서 왔다. 바다이야기2 20세기 말 일본 문화 개방과 함께 한국에서 개봉해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그 영화. 온 국민의 입에 “오겡끼데스까?”를 오르내리게 했던, 지난 세기의 사랑 이야기.
‘러브레터’에서 후지이(나카야마 미호)가 미지의 대상으로부터 온 편지를 열어보던 장면이 머릿속 겨울 이미지를 결정해 버렸다. 노랗게 쏟아지는 햇살, 난방이 잘되지 않는 오래된 백경게임 집. 그리고 난로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던 주전자.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서 가습을 하지 않는다. 손 편지를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대신한 것이 내겐 가습기였다.
그래선지, 겨울이면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은 일본 영화를 봐야만 할 것 같다. ‘러브 액츄얼리’(2003)라든가 ‘로맨틱 바다신2릴게임 홀리데이’(2006)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용 로맨틱 코미디보다, 나에겐 역시 홋카이도, 그리고 오타루인 것이다. 다행히 후루하타 야스오의 ‘철도원’(1999)이라거나, 시간을 좀 뛰어넘기는 하지만, 임대형의 ‘윤희에게’(2019) 같은 영화들이 ‘러브레터’의 뒤를 이었다.
‘윤희에게’ 역시 오타루의 설경을 배경으로 어긋났던 두 사람의 만 한국릴게임 남을 그린다. 손 편지도 등장한다. 한국 영화로는 이 영화가 유일한 ‘시즌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첫눈이 오는 날 ‘윤희에게’를 사랑하는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각자의 스크린에 이 영화를 띄운다. 그날이 비로소 진짜 겨울의 시작인 셈이다.
올해는 ‘여행과 나날’(2025)이 찾아왔다. 한국의 영화 팬에게도 사랑받는 미야케 쇼의 신작이다.
황금성사이트 미야케 쇼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속 요란을 기어코 표현해내는 감독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같은 동시대의 일본 감독이 상호 이해의 어려움, 소통의 실패, 그 단절의 질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미야케 쇼는 “소통은 의외로 완전히 실패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덕분에 영화가 펼쳐지는 현실이 버석거릴 때에도,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촉촉하다. 가습기 같은 영화들이다. ‘여행과 나날’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두개의 계절과 두번의 여행을 담는다. 첫번째 계절은 여름. 영화가 시작되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각본가 ‘이’(심은경)가 연필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이내 그 글은 한편의 영화가 되어 ‘여행과 나날’ 속에서 흘러간다. 한여름, 뜨거운 해변으로 떠나온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어쩐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행동을 한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한 사람은 두려움을, 다른 한 사람은 슬픔을 느낄 정도로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얽히면서 관능적인 생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한편의 꿈같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 중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한 학생의 말에 이는 조금 움츠러든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답한다. 권위 있는 평론가에게 ‘에로틱하다’는 호평을 들어도,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공허감에 사로잡힌 채 밤잠을 설치던 이는 결국 기차에 오른다. 기차가 긴 터널을 벗어나자, 새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영화 속 두번째 여행, 겨울로의 여행이다.
여행이라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는 출발이었다. 작은 온천 마을의 모든 숙박시설은 만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이는 결국 지도에도 없는 작은 여관에 도달하게 된다. 이상하리만치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주인장 ‘벤조’(쓰쓰미 신이치)가 홀로 여관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진짜 여행은 여기서부터다. 이는 벤조와 함께 토끼 굴에 빠진 것처럼 이상한 밤을 경험하게 된다. 한바탕 모험이 끝난 뒤 이는 말한다. “이렇게 즐거웠던 건 오랜만이에요.”
지도에도 없는 작은 여관에서 주인공 ‘이’(심은경)는 토끼 굴에 빠진 것처럼 이상한 밤을 경험한다. 배급사 제공
영화 속 심은경의 얼굴은 가습기 덕분에 따뜻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난 겨울 유리창에 서린 성에와도 같다. 두개의 이질적인 세계가 사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서로 다른 얼굴임을 기가 막히게 포착해냈다. 그건 미야케 쇼를 만나 비로소 열린 그의 새로운 연기 지평과도 닮았다.
미야케 쇼는 영화가 기대고 있는 만화 원작에서 중년의 일본 남성이었던 캐릭터를 젊은 이방인 여성으로 바꿨다. 심은경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심은경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장르 영화적 연기가 가진 독특한 리듬과 주파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덕분에 영화에 유머 감각이 더해진다. 사람을 웃게 만든다니, 역시 다정하다.
2025년의 마무리를 좋은 영화들과 함께하시면 좋겠다. 대단히 요란스러운 영화만 극장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요란스럽지 않게 빛나는 영화를 발견하실 수 있기를. “I wish you a 좋은 영화.”
손희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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