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이벌 조직의 기습으로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의 당주이자 간판배우인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맡겨진 소년 ‘키쿠오’(요시자와 료). 낯선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무대에 서며 배우로 성장해 나가던 키쿠오는 청춘을 바치려던 배우의 길에서 그러나 스승인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와 부딪히며 극강의 라이벌로 성장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에 놓인 두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인 ‘국보’를 바다이야기꽁머니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 역대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오른 ‘국보’는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소재로 다루기 까다로운 ‘가부키’라는 장르를 다뤘으나, 보는 관객이 캐릭터의 심리 황금성사이트 에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을 했다.



영화 ‘국보’ 스틸컷



데뷔작 ‘푸를 청’으로 일찍이 주목받고 ‘훌라 걸스’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석권한 재일 한국인 이상일 카카오야마토 감독이 ‘악인’ ‘분노’에 이어 요시다 슈이치와 세 번째 협업한 작품으로, ‘춤추는 대수사선 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의 흥행 수익 173.5억 엔을 뛰어넘으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무려 22년 만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어린 키쿠오’ 역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션파라다이스게임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미나토 역을 맡아 성인 배우들 못지않게 섬세하고 뛰어난 감정 연기를 보여준 쿠로카와 소야가, ‘성인 키쿠오’ 역은 섬세한 연기와 폭발적인 존재감을 겸비한 배우 요시자와 료가 맡았다.



영화 ‘국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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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오의 평생 라이벌 ‘오가키 슌스케’ 역엔 영화 ‘유랑의 달’을 통해 이상일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日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수상자 요코하마 류세이가 맡아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가부키 명문의 당주 ‘한지로’ 역은 세계적인 배우 와타나베 켄이 맡아, 전통을 지키는 당주의 위엄과 동시에 배우로서의 욕망을 품은 캐릭터로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원작의 탄탄함을 극중 그대로 살려낸 감독의 디테일과 가부키라는 장르를 제대로 보여준 고증 때문이다. 가부키 세계의 섬세한 무대미술, 의상과 분장, 배우들의 몸짓과 호흡이 카메라와 결합, 독창적인 영화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용서받지 못한 자’, ‘분노’, ‘유랑의 달’까지 개봉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상일 감독이 가부키 세계와 주인공의 욕망을 집요한 디테일로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국보’ 스틸컷



특히 일본 전통 가부키를 대표하는 4대손 나카무라 간지로가 주인공들의 가부키 스승으로 출연함과 동시에, 직접 가부키 지도를 맡아 배우들의 훈련 과정부터 작품의 무대 장면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린 점이 한몫했다. 가부키 공연 신은 극장에서 볼 때 백미를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174분.

[글 최재민 이미지 (주)NE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8호(25.12.09) 기사입니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