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필기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 2년간 전쟁 때문에 학교 공부를 못했어요. 이제 예전처럼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쟁 때문에 2년여간 폐쇄됐던 가자지구 학교들이 점차 문을 열고 있으며 어린이들도 학교에 돌아가고 있다고 AF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페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학생 2만5천명 이상이 이미 UNRWA의 '임시 학습 공간'에 참여하고 있으며, 약 30만명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알 하사이나 학교에서도 1일 수업이 재개됐다.
이 학교는 지난 2년여 간의 전쟁 기간 피란민들을 위한 대피소로 쓰이게 되면서 학교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휴전이 이뤄지고 피란민들이 일부 떠나면서 수업 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와르다 라드완(11)은 "나는 지금 6학년이지만 피란과 전쟁으로 2년간 학교 공부를 못했다"면서 학업에 복귀하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친구들이 "전처럼 계속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업이 재개된 교실에는 약 50명의 여학생이 빽빽이 들어찼다.
의자나 책상도 없이 바닥에 앉아 듣는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하며 칠판에 적힌 내용을 공책에 열심히 적었다.



배급 식량 받으려는 가자지구 주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가자지구의 일상이 일부 돌아오고 있는 한편, 휴전 발효 이후에도 폭격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휴전 소식에 처음에는 기뻐했던 가자 주민들이 최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휴전이 전쟁의 종식이라는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휴전 발효 이후 3주간 이스 라엘은 여러 차례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자국군이 사망했다고 밝힌 뒤 가자 곳곳을 공격했으며,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115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제 휴전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폭력이 덜 빈번하게 그러나 더 무작위로 터져 나오는 것이 됐다고 두려워한다.
이 무작위성으로 인해 주민들은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고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후세인 아부 무니르(40)는 매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하는 출근길 휴전의 불확실성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버스를 타고 넷자림 검문소를 지나가야 하는 그는 "매일 오갈 때마다 보호 없이 위험하고 불확실한 여정을 떠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아니라 내가 일하러 갈 때 남부에 남겨지는 아이들"이라면서 자신이 북부에서 일하고 있을 때 이스라엘군이 넷자림 검문소를 폐쇄할까 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영어 교사인 이크람 나세르(36)는 휴전 초기에는 아이들을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려보낼 기회가 있을 것 같았지만, 최근 폭격으로 인해 이 환상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매일 새로운 휴전 위반이 발생하고, 우리는 더 이상 휴전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나세르는 또 지난 2년간 "아이들이 더 공격적이고 거칠어졌다"며 이들이 놀이와 학습이라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 대신 생존을 위한 암울한 현실로 인해 사회성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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