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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전통문화냐, 동물학대냐. 소 힘겨루기(소싸움) 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이를 둘러싼 찬반 여론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소뿔을 날카롭게 갈지 못하게 해서 다치지 않도록 했고 수의사가 인근에 대기 중입니다.” 21일 ‘제16회 보은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 결승전이 열린 충북 보은군 보은읍 임시경기장. 동물 안전을 강조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수시로 울려 퍼졌다.
주최 측인 보은군 관계자는 “17∼21일 5일간 대회 전체 관람객은 1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등 9급공무원 급여 소 힘겨루기가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동물단체의 반발이 커 지방자치단체로선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행사 개막일엔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가 행사 개최를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최근 소싸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속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싸 요구할 움은 농경문화 속 전통놀이로, 신라시대에도 치러졌다는 설이 있다. 경남 진주에선 1897년 첫 대회 이후 올해 129회 대회가 열렸다.



정부는 소싸움에 대해 관련법을 통해 ‘동물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2002년 제정한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전통소싸움법)’ 역모기지 엔 소싸움에는 ‘동물보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르면 싸움 개최가 가능한 전국 지자체는 모두 11곳이다. 해당 지자체는 이와 관련된 사무를 조례로 규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곳은 더 적다. 올해는 상설 경기 외 충북 보은, 경북 청도, 경남 창원·진주·의령·창녕, 잠실 아파트 전세 대구 달성 등 전국 7곳에서 대회를 열었거나 열 계획이다.
나머지 전북 정읍·완주, 경남 김해·함안은 코로나19 시기에 대회가 중단된 이후 동물학대 논란에 따라 올해 예산편성이 되지 않아 대회를 열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2∼3년새 크게 불거졌다. 경남도가 2023년 9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농협햇살론대출 조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국가유산청은 2024년 1월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조사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동물단체가 반발하면서 국가유산청은 2024년 3월 보류 결정을 내렸고, 올 1월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논의한 결과 민속놀이로서 가치는 일정 부분 인정되나, 인류 보편의 가치 등을 고려해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 지정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관련 농가들은 반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150농가에서 싸움소 868마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는 400농가에서 600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본다. 전승찬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장은 “소 힘겨루기는 지켜야 할 전통문화로서 문화재로 등재된다면 농촌문화를 지키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 측은 8월 기자회견에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전자청원 누리집엔 7월1일 시작된 소싸움 전면 금지 청원이 16일만에 동의 인원 5만명을 넘겨 국회 농해수위에 회부됐다.
보은=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
찬성–“민속 소싸움, 문화재로 등재해야” 가장 오래된 전통 민속 경기 일본 등 외국선 관광자원 활용도 가치 인정하고 지정·보호를



화가 이중섭의 ‘싸우는 소’ 그림은 일제의 외압과 가난에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가 1909∼1968년 소싸움에 관한 신문기사를 검색한 결과 모두 203건에 달했다. 대부분 추석놀이로 행해졌고, 싸움소를 키우는 농민은 민속 소싸움의 전통성·정체성을 이어간다는 자긍심·사명감이 충만했다.
1986년 국가 홍보지 ‘서울’에서는 소싸움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민속경기’라고 소개했고, 영국인이 운영하는 여행 블로그 ‘플래시패킹’에는 2012년 경남 진주의 소싸움에 대해 ‘피없는 전통소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2024년 1월 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지정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동물권 침해 등의 이유로 재심의를 거쳐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소싸움 예산을 삭감했다. 그에 따라 싸움소 농가도 감소 추세에 있다. 2009년 진주 전국소싸움대회엔 530마리가 출전했지만, 올해엔 200마리로 줄었다. 싸움소 육성 농민의 자긍심·사명감도 상실 중이다.
외국에선 소싸움의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재로 지정·보호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 니가타현의 야마코시 소싸움은 1978년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오키나와현의 우루마시 소싸움이 지방 무형민속문화재가 됐다. 2022년 동물권 침해 이유로 중단됐던 멕시코 투우도 2024년 재개됐다.
싸움소로 선택된 수송아지는 자연에서 이뤄지는 훈련 과정에서 야생성을 회복함은 물론 주인과 함께 뛰고 교감하며 깊은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투우사유명(鬪牛死留名), 육우사유피(肉牛死留皮)’. 싸움소는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육우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이우상 전 한국국제대학교 총장
반대–“소싸움은 더이상 전통문화가 아닌 폭력의 유산”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학대 경기장 운영엔 수십억원 투입돼 국민 대다수 축소·폐지 원해



소싸움은 투견·투계 등과 같이 동물간의 싸움을 유도하는 행위로서 이는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싸움을 강요당하는 소들은 경기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상을 겪으며, 경기 중엔 피를 흘리고 충돌한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전통소싸움법)’과 ‘동물보호법’의 예외조항에 따라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경기가 벌어지는 소싸움 경기장은 대부분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소싸움의 메카인 경북 청도군은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운영하는 상설경기장에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5년 연속 지방공기업 평가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2024년 한해에만 96억원이 지원됐지만 순수익은 6000만원에 불과했다. 주민의 혈세가 동물학대 산업의 손실을 메우는 셈이다.
경기장 내에서는 불법 도박을 비롯해 성희롱, 욕설, 노상 용변이 성행하는 와중에 어린이 관람 프로그램까지 운영되며 폭력적 장면이 교육현장처럼 소비된다. 최근에는 소를 바꿔치기하며 전혀 관리되지 않는 실상도 드러났다.
전통과 지역경제라는 명분으로 이 모든 문제를 감추기엔 사회적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국민이 소싸움 예산 축소와 폐지를 지지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청 역시 소싸움의 무형문화재 지정 조사 추진을 중단했다.
이제는 사실에 근거해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소싸움은 지켜야 할 가치 있는 전통이 아니다. 공익적 의미 없이 거액의 세금만 집어삼키는 소싸움은 이미 존속의 명분을 잃었다. 국회와 정부는 하루속히 ‘전통소싸움법’을 폐지하고, ‘동물보호법’의 예외조항을 개정하라.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