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려는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별도로 늘려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인 지역의사제가 주목받고 있다. 응급·분만·소아진료 등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막고 의료서비스가 충분치 않아 주민이 떠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핵심은 실효성 논란과 의사단체의 반발을 뛰어넘는 것이다. 실제로 의무 근무 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가 지역의사제를 ‘이름만 바꾼 의대 증원’이라며 반발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제도 도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환율상승수혜주
이영훈 기자)



◇지방 소멸 막기 위해서라도…당정 입 모아 ‘지역의사제 추진해야’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지역의사제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난 9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지역별, 진료과목공시매매
간 의료 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 대책의 하나로서 지역 의사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의사 관련 입법공청회’를 진행하면서 입법에 속도를 낸다.
지역의사제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특히 농어촌이나 도서·벽지에 의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이다. 국가가체리마스터 릴게임
의대 정원을 별도로 늘려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의무 근무 기간은 10년이 유력하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의사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지역 내 응급·중증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국공립병원이나 지우리금융주가전망
역거점병원은 의료진 확보가 어렵다. 그 중 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수도권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진료과는 지방에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서 지역 주민은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에 나서고, 아예 지역을 떠나는 주민도 생긴다. 지역 주민의 의료 인프라를 충족시켜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주식생각
의 설명이다.
정부 또한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방안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복지부는 광역 지자체 4곳을 대상으로 ‘지역필수의사제’를 시행 중이다. 종합병원급 이상 지역 의료기관에서 필수의료 과목 의사가 장기간 근무하도록 정부가 지역근무수당을, 지자체가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별 24명(총 96명)의 전문의가 지역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과 주거·교통·연수·자녀교육 등 정주 혜택이 제공된다.
복지부는 여기에 지역의사제까지 더해지면 지역 내 필수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 의대 없는 지역의 국립의대 신설 등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역의사제는 법을 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법률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반발 변수…위헌 소지·실효성 논란도 있어
문제는 의사단체 반발과 실효성 논란이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로 의과대학 학생을 선발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가 특정 전형으로 입학한 뒤 면허 취득 후 장기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강제하면 직업 선택·영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근무를 강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하고 대부분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제 근무 외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은 장학금·교육비 환수 정도인데, 의사 면허 취득 후 수도권으로 가면 교육비를 반납하고도 기대 수익이 크고 정주 여건이 좀 더 좋다. 실제로 정부는 2022년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 이공계 특성화고 학생이 의대나 약대로 진학하면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하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장학금 환수는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 성과는 크지 않다.
이미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던 일본과 대만에서도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도 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두 국가 또한 복무 이후 해당 지역을 떠나는 고질적 구조, 지역 인프라 부족에 따른 진료 질 저하 문제가 컸다. 지역의사를 육성하는 공공의대 또한 막대한 재정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될 때 ‘부실 의대’가 생겨날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지역의사제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역의사제가 ‘이름만 바꾼 의대 증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정원은 그대로 두고 별도 정원에서 지역의사를 선발하는데, 지역의사가 이탈해 수도권으로 쏠리면 결국 의사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항상 ‘국내 의사 공급이 과잉됐다’고 주장하는 의협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아직 정책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서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입시 전형 하나 늘린다고 필수의료를 살릴 수는 없으며, 현재 있는 의사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처우 개선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치영 (cya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