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점령지역·벨라루스 통한 수출 제안, 우크라 항구 기뢰제거·벨라루스 제재 해제 요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국제 어린이 날을 맞아 훈장을 받은 가족들과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 봉쇄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 등 러시아 점령지역과 벨라루스 등을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제안했다.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로시야 1TV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이 세계 식량 부족 문제의 책임을 러시아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정책 실수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곡물 수출 방법은 여러 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자신이 제시한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할 경우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화물선의 통행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항구에서 기뢰를 제거하거나 러시아가 통제 중인 베르단스크·마리우폴 등 점령지역 항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푸틴 대통령은 또 육상을 통해서도 곡물을 수출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를 경유하는 경로를 언급했고, 이 경우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뉴브강을 통한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경로도 언급했다.세계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싶으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항구를 이용하고, 우방국인 벨라루스의 경제제재를 철회하라는 의미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방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도와 서방의 제재대상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세계 식량 위기가 서방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세계 식량 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훨씬 전인 지난 2020년 2월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하며, 서방의 '근시안적 정책'으로 기후변화가 발생해 에너지 위기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유럽 국가의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지급 거부와 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등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 장기 계약을 유지하자는 우리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하고 폐쇄하기 시작했다"며 "이 역시 유럽 에너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 식량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러시아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해 곡물 수송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허풍'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유엔 측은 식량 위기 해결 관련 러시아 측과 긍정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이 지난 1~2일 러시아 방문에서 러시아 외무부 및 국방부와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이번 회담이 흑해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곡물 및 식량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