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 중인 29~30일의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전 세계의 시선을 끈 가장 큰 이유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장애 해결이었다. 자타가 공인해 온 전통적 중립국들이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의 일원이 된 ‘역사적’ 사건은 한국에도 함의가 크다. ‘줄타기 외교’가 설 공간이 좁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로선 대중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둔 28일 주최국인 스페인의 펠리페 국왕이 마드리드 왕궁에서 개최한 만찬장에서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① 뉴질랜드 아던 총리, ②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 ③ 헝가리 오르반 총리, ④ 한국 윤석열 대통령, ⑤ 미국 바이든 대통령, ⑥ 스페인 펠리페 국왕 부부, ⑦ 유럽연합(EU)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⑧ 영국 존슨 총리, ⑨ 스페인 산체스 총리, ⑩ 캐나다 트뤼도 총리, ⑪ 독일 숄츠 총리, ⑫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⑬ 네덜란드 뤼터 총리, ⑭ 호주 앨버니지 총리, ⑮ 일본 기시다 총리. [AP=연합뉴스]



나토 정상 기념사진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지난해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형 사건이다. 이들의 나토 가입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이를 반대해 온 튀르키예(터키)가 거부권 행사 입장을 철회하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참여한 가운데 세 시간에 걸쳐 열렸던 막판 정상 협의를 통해서다. 튀르키예는 자국 내 분리독립 세력인 쿠르드노동당(PKK)을 스웨덴이 지지해온 점 등을 문제 삼아 왔다. 하지만 이날 스웨덴은 자국법까지 고쳐 PKK 조직원을 튀르키예로 송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비동맹과 중립 입장을 뒤집고 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국가적인 양보다. 이를 통해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중에 유지했던 중립 노선을 철회했다. 핀란드도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군사적 중립을 포기했으며, 긴밀한 양국 경제 협력 관계도 뒤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두 나라의 가입은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중대한 나토 확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에서 미군 전력을 강화해 동맹국을 지키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 배치하고 스페인 주둔 구축함을 4척에서 6척으로 늘리며 독일·이탈리아의 방공체계를 증강하고 폴란드·루마니아 주둔 지상군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나선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자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처럼 푸틴의 무리수는 세계적으로 ‘반(反)권위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러시아를 두둔해 온 중국까지 묶은 권위주의 진영이 자유주의 세계와 확실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기류다. 이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회색지대’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 외교’에서 벗어나 무게추를 한층 한·미 동맹 쪽으로 옮겼다. 문제는 그만큼 대중 외교에 따라붙는 리스크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성명과 글로벌 타임스 등 관영매체를 동원해 경계심과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지정학적 변화를 감지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남조선 당국이…나토의 검은 손을 잡음으로써…장기적인 안보 불안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진영화 구도가 명확해질수록 원칙에 기반을 둔 입장을 수립하고, 정교하게 메시지를 관리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