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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메밀총떡은 줄여 ‘홍총떡’이라고도 부른다. 무·배추가 들어간 소가 더 먹고픈 충동을 일게 한다.버스를 타고 강원 홍천군 홍천읍 ‘홍천중앙시장’ 가는 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녹음 짙은 산뿐이다. 험준한 산지로 둘러싸인 강원에선 예부터 메밀·옥수수·감자 등 구황작물이 서민의 배를 채웠다.부드러운 메밀부침, 달큼하고 구수한 옥수수 면발은 소박하고 담백한 강원의 맛이다.홍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12분께 걸어가면 홍천중앙시장이 나온다. 이곳은 조선시대 홍천 읍내장부터 시작해 역사가 깊다. 북문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 붙어 있는 ‘홍총떡’ 간판이 눈에 띈다. 홍총떡과 항상 짝꿍으로 붙어 다니는 메밀부침, 옅은 회색빛에 투명한 감자떡이 상점 매대마다 쌓여 있다.홍총떡은 ‘홍천메밀총떡’의 줄임말이다. 2012년 홍천군 브랜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붙은 이름이다.메밀전병과 맛·요리법이 흡사한 총떡은 총대와 비슷하게 생겨서 별칭처럼 불리곤 한다. 다른 지역의 메밀전병을 떠올리며 홍총떡을 시켰다면 당황할 수 있다. 메밀전병은 보통 진한 갈색이지만 홍총떡은 옅은 살구색을 띤다.10년째 같은 자리에서 홍총떡을 팔고 있는 유순열씨(63)는 “다른 지역은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서 찰기도 덜하고 색이 짙다”며 “홍천에서는 껍질 벗긴 메밀을 맷돌로 갈아 그대로 부쳐 연한 색이 나고 메밀 향도 강하다”고 설명했다.홍총떡을 시키면 눈앞에서 바로 만들어 준다. 먼저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위로 올라오게 뒤집은 소댕(솥을 덮는 뚜껑)에 들기름을 골고루 바른다. 메밀 반죽을 한 국자 떠서 얇게 부쳐낸다. 익은 반죽 위에 무·배추로 만든 소를 올려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주면 끝이다. 이때 들어가는 소는 김치 만드는 양념과 비슷하다. 한번 쪄낸 무와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파·마늘을 넣고 들기름에 살짝 볶는다.바로 나온 홍총떡은 한 김 식혀야 더 맛있다. 먹기 좋게 자른 조각을 한입 가득 넣고 음미해본다. 부드러운 메밀속에 오도독 씹히는 무와 배추 때문에 식감이 다채롭다. 청양고추와 무의 알싸한 매운맛에 입안이 얼얼해진다. 화끈거리는 혀를 달래주는 것은 메밀부침이다. 홍총떡에 쓰는 반죽에 절인 배추와 부추만 넣고 부친 간단한 음식이다. 이는 대적이라고도 부르는데 흔히 아는 부침개처럼 넓고 동그랗게 생겼다.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홍천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올챙이국수’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마침 옆 가게 매대에 큰 대야 가득 올챙이를 닮은 국수 면발이 담겨 있다. 옥수수로 만들어 샛노란 면발은 둥근 머리와 얇은 꼬리를 가졌다. 이 모습이 마치 올챙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올챙이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만드는 방법도 의외로 어렵지 않다. 옥수수 낱알을 맷돌에 갈아 전분을 가라앉힌 다음, 위에 맑은 물은 버린다. 나머지를 솥에 붓고 끓여주면 마치 풀처럼 되직해진다. 이를 체에 붓고 바로 찬물에 반죽이 떨어지게 하면 올챙이 모양 면발이 만들어진다. 마치 묵 쑤는 방법 같다고 해서 ‘올챙묵’이라고도 부른다.특히 양념장 넣고 비벼 먹는 게 별미다. 간장에 파·마늘을 넣은 양념이 구수한 옥수수 면발 풍미를 한층 올려준다. 면발은 너무 짧고 미끄러워 젓가락으로 집히지 않는데 숟가락으로 떠서 후루룩 먹다보면 심심하고 담백한 맛에 빠져들게 된다. 중간에 시원한 열무김치를 올려 먹으면 가히 예술이란다.



옅은 회색빛 ‘감자떡’.올챙이국수와 쌍벽을 이루는 것은 도토리국수다. 옥수수 대신 도토리로 만든 국수다. 한 그릇 주문하면 진갈색 오동통한 긴 면발을 넘칠 듯 담아준다. 이 역시 젓가락으로 집으면 쉽게 끊어져 숟가락으로 훌훌 들이켜야 한다. 양념장이 질렸다면 콩물을 부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고소한 콩물과 쌉싸래한 도토리 면발이 잘 어울린다.홍천=서지민 기자, 사진=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