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BVLGARI),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명품입니다. 불가리를 표현하고 나타내는 수식어구는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은 로마적 미감(Roman glamour)이죠. 고대 로마의 건축과 예술에서 온 대담함과 균형, 강렬한 색채, 구조적 아름다움, 그리고 고전적인 우아함을 핵심 가치로 합니다.
무엇이든 계량화·도식화하고 표준화하는 로마인들의 집착에 가까운 균형미와 그런 와중에서 이를 탈피해 자유롭고 싶은 이탈리아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결합된 미학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이러한 불가리의 철학이 최근 와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불가리 가문의 직계 후손 지오반니 불가리(Gi 오징어릴게임 ovanni Bulgari)가 토스카나 남부의 언덕에서 와이너리 포데르누오보 아 팔라조네(Podernuovo a Palazzone)를 시작하면서입니다.
포데르누오보는 포데르와 누오보의 합성어로 ‘새 포도원’이라는 뜻입니다. 애초 불가리 쥬얼리 산업을 책임지던 지오반니는 가문의 미학을 보석 대신 포도밭으로 옮겼습니다. 이곳에서 로마적 비례감 쿨사이다릴게임 은 와인의 구조와 균형으로, 대담한 색채감은 향과 풍미의 다양성으로, 장인의 세공술은 양조의 정밀함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와인 시장 노크를 시작한 불가리 패밀리 4세의 도전적 와인, 포데르누오보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보 릴게임종류 석 대신 와인 메이킹을 시작한 지오반니 불가리. 그는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전 분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적 미감의 대명사, 와인을 만들다
오래도록 보석에만 머물러 있던 ‘로마적 미감’이 토스카나 언덕으로 릴게임황금성 옮겨온 것은 창업주 소티리오 불가리의 증손자인 지오반니 불가리의 결정 덕분입니다.

2000년대 초, 지오반니 불가리는 아버지 파올로와 함께 토스카나 남부 팔라조네 마을 인근의 구릉을 매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 이곳은 그저 ‘시골의 오래된 올리브밭’이었지만, 지오반니는 이곳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와인이 공존할 야마토게임장 수 있는 장소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라치오 세 주의 경계입니다. 지리명으로는 산 카시아노 데이 바뇨(San Casciano dei Bagni) 인근인데요. 총 규모 26㏊(헥타르)로 부드러운 구릉, 석회와 점토가 섞인 토양, 바람이 드나드는 해발 300~400m의 구획에 로마의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흙빛과 반사광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에서 지온반니는 불가리 가문이 세대를 이어온 로마적 미감을 포도밭으로 옮겼습니다. 밭의 선을 정갈히 유지하고, 커버 크롭(cover crop·지표면에 농작물 외에 다양한 풀을 키우는 것)으로 흙의 숨을 살렸습니다. 특히 누에콩(fava bean) 같은 녹비 식물을 잔뜩 심어 흙의 유기성을 되살렸습니다.
양조장도 다른 와이너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주변의 풍경을 거스르지 않게 땅속으로 절반 이상을 묻었습니다. 이렇게 사면을 전부 지면에 매입하면 지열을 이용해 온도 변화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춰 필요한 전력을 일부 자체 충당하기도 하죠. “가장 좋은 포도만 양조한다”는 원칙이 모든 단계의 기준이 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불가리의 본질적 철학인 비례와 균형, 질서와 절제로 느껴집니다. 원석을 깎아서 보석의 형태를 세우듯, 지오반니는 포도 재배에서부터 양조까지 온전히 자기 손으로 와인의 구조를 세운 셈입니다.



포데르누오보 항공사진. 위에서보면 반쯤 지하로 들어간 건물의 경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의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4대에 걸친 불가리의 빛나는 유산은 포데르누오보에서 양조한 와인의 라벨에서도 나타납니다. 니꼴레오, 스피리디오, 소티리오 등 가문 일원의 이름을 내건 와인이 대부분인데 불가리 브랜드의 철학을 와인에 담으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우선 유일한 블랑코(Blanc·화이트와인의 이탈리아어 표현)인 니꼴레오는 지오반니의 두 아들 니코(Nico)와 레오네(Leone)의 이름을 조합했습니다. 상큼하고 아로마틱한 향이 일품인 가운데 느껴지는 기분좋은 미네랄 풍미가 와인의 구조감을 더해줘서 마냥 가볍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과는 조금 다른 무게감을 부여합니다. 아직 어린 후세들에게 기대와 바람을 담은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피리디오는 불가리의 창시자였던 소티리오의 아들 중 가장 여유롭고 유쾌한 삶을 살았으나, 가장 일찍 세상을 떠난 스피리디오네(Spiridione)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야생 블랙베리와 라즈베리, 딸기 등 상큼한 아로마가 유난히 강조돼 밝고 생동감 넘치는, 그러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소티리오는 ‘꼬장꼬장한’의 느낌이 물씬 퍼집니다. 이탈리아 중부 지방이 원산지인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 100%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클래식한 스타일의 산지오베제 와인을 지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산도가 높고 탄닌도 강하지만, 옅게 시작해서 점점 짙어지는 붉은 과실미와 우아하게 입 전체를 채워주는 옅은 장미향과 버섯향이 베스트까지 다 갖춰 입은 노신사를 연상케 했습니다.
와인의 이름에 떼루아를 담기도 했습니다. 각각 품종이 가진 특성을 잘 어울리는 떼루아와 결부해 와인 이름을 정한 겁니다.
테라(Therra)는 토스카나에서 주로 재배되는 산지오베제를 비롯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섞어 만든 블랜딩 와인입니다. 토양·땅이라는 뜻답게 토스카나 토양의 진정한 아로마와 풍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점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아르질라(Argilla)에서 유래한 아르지리오(Argirio)는 점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들어진 와인인데, 자두와 블랙체리, 초콜릿 같은 눅진한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백미는 G33입니다. 와이너리가 가진 가장 좋은 포도밭에서 자란 각종 포도를 9년 간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블랜드 와인인데, 왠만한 보르도 고급 와인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균형감과 완숙미를 뽐냈습니다. 명품 불가리가 가려하는 궁극적인 철학인 대담함과 균형, 구조감과 고전적 아름다움을 갖춘 와인이죠.



포데르누오보 와이너리 양조 시설의 모습. 옆에서 보면 일반적인 건물처럼 보인다.




로마의 질서와 이탈리아의 자유가 만나는 와인
포데르누오보의 와인을 잔에 따르면, 처음에는 단정하고 나중에는 느긋합니다. 초반의 과실향은 무척 선명했지만, 중반에는 탄탄하고 풍부한 질감이 입안을 채웁니다. 이어지는 종반 역시 길게 지속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죠.

로마 신전 기둥처럼 곧게 뻗은 산도와, 석재처럼 단단하지만 차갑지 만은 않았던 탄닌, 이탈리아 태양 아래 놓인 어느 성당의 스테인글라스처럼 다채로웠던 향까지…. 특히 이 와인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화려함 속에 질서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명품 불가리가 말하는 ‘로마적 미감’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요.
실제로 포데르누오보의 와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밀도가 있다고 평가됩니다. 산도의 직선과 타닌의 정돈된 질감은 불가리가 추구해온 “대담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의 와인적 표현인 셈입니다. 잔 안에서 느껴지는 질서와 여유는 불가리 주얼리의 균형미가 느껴졌습니다.
포데르누오보는 불가리 가문이 세대를 거쳐 반복해온 질문, ‘어떻게 아름다움에 질서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당대 직계 자손의 해석이 담긴 와인입니다.
“보석은 빛을 다루지만 와인은 시간과 땅을 다룬다”(지오반니 불가리)





와인은 시간이 빚어내는 술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와인의 역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데요.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국제공인레벨을 보유한 기자가 재미있고 맛있는 와인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