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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119sh.info
길고양이도 서울 시민이다. 조담빈의 ‘서울에서 길고양이 되기: 비인간의 시선으로 도시를 다시 읽다’(서울대 조경학과 졸업작품, 2022). 조담빈 제공
영화감독 정재은의 인터뷰를 최근 읽다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대목에 굵은 밑줄을 그었다. 그가 작업실 삼아 매일 가는 도서관의 한적한 산책로에는 “살기 좋은 곳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탁월한 길고양이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은 그네 타는 고양이를 볼 수도 있”다는 구절. 그때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내 얼굴을 봤다면 정말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것 릴짱 이다. 저 사람이 언제부터 고양이 이야기에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지었지?
사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서워한다. 고양이뿐 아니라 강아지, 심지어 병아리도. 그런 내가 고양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건 4년 전, 사회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한 한 학생의 졸업 작품을 지도하면서였다. 그의 작품 제목은 ‘서울에 릴게임종류 서 길고양이 되기: 비인간의 시선으로 도시를 다시 읽다’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길고양이들의 공간 인식과 거주 패턴을 관찰하고 지도로 시각화하는 프로젝트. 그의 결론은 명료했다. “인간뿐 아니라 고양이도 서울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서울 시민이다.” 두 학기 동안 매주 한번씩 만나 인간의 주거지에서 길고양이들이 자고 먹고 쉬고 더위와 릴게임한국 추위를 피하고 산책하는 장소들에 관한 사진과 관찰 기록을 보며 토론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고양이의 도시가 내 눈에도 들어왔다.
고양이는 인간이 설계하고 건설한 도시를 그 누구보다 지혜롭게 활용하는 비인간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백송터에서 풍경을 즐기는 길고양이(왼쪽 위) 손오공게임 . 임한솔 제공
그즈음 나는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 과학기술학 등 여러 학문 분과를 가로지르며 한창 논의되고 있던 행위자 연결망 이론,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관련 책들을 뒤늦게 읽고 있던 터였다. 이 계열 이론들의 핵심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대상화한 근대의 인식 체계와 도시 문법이 릴게임신천지 인류세와 행성적 도시화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도시는 인간과 다종의 비인간(non-human) 행위자들 간의 얽힘(entanglement)으로 구성된 혼종의 다층 네트워크라는 것. 나는 이러한 관점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의 도시를 읽고 쓰는 틀로 삼는 데는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의 관찰로 길어 올린 프로젝트 ‘서울에서 길고양이 되기’는 도시의 비인간에 대한 나의 문해력을 자연스레 높여주었다.
나는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를 마주치면 여전히 얼어붙는다. 하지만 이제는 황급히 몸을 피하거나 시선을 돌리지는 않는다. 그들이 우리가 설계하거나 방치한 어떤 공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파트 현관의 캐노피를 전망대 삼아 도시의 풍경을 감상한다. 담장 위를 따라가며 산책을 즐긴다. 막 주차한 자동차 보닛을 찜질방처럼 누리고, 자동차 밑 그늘에서 무더위를 피한다. 쉽게 높이 오르고 내리는 운동능력으로 동네 곳곳을 누비며 신체를 단련하고, 필로티 기둥이나 배수로 턱에 등을 기대고 휴식을 취한다. 관목 덤불에 몸을 숨긴 채 일상의 경관을 관찰한다.
왼쪽부터 차례로,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아틀리에 호코 지음, 프레스탁, 2025), ‘전지적 고양이 시점’(세라 브라운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5), ‘조응: 주의 기울임,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에 관하여’(팀 잉골드 지음, 가망서사, 2024).
고양이는 인간이 설계하고 건설한 도시를 그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지혜롭게 활용하는 비인간이다. 싱가포르의 한 주거지에서 길고양이들의 공간 사용법을 관찰하고 탐구한 아틀리에 호코의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프레스탁, 2025)를 보면, 정말이지 고양이는 적응의 귀재다. 도시 환경의 틈과 구석 곳곳에서 자신의 영토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고양이 행동과학자 세라 브라운의 `전지적 고양이 시점'(메디치미디어, 2025)은 도시의 그 어느 거주자보다 뛰어난 고양이의 적응력, 독창성, 회복탄력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인류학자 팀 잉골드는 `조응: 주의 기울임,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에 관하여'(가망서사, 2024)에서 도시에는 두 종류의 표면이 있다고 통찰한다. 하나는 “건물이 서 있고, 교통수단이 굴러가고, 둘러싸인 벽 안에서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이 모든 일이 매끄럽고도 안정감 있게 이뤄지는 단단한 표면”이다. 다른 하나는 “그 틈새와 균열을 가로질러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생명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실타래처럼 얽힌 직물-구조의 표면”이다. 후자의 표면, 즉 견고한 기반이 아닌 불확실한 발판에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숱한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과 얽히고 어울려 거주한다.
잡초는 도시와의 생태적 협상 끝에 빈틈을 점령한다. 가로수의 뿌리는 보도를 밀어 올리며 도시를 재구성한다. 가로수 줄기에 붙어 자라는 지의류는 도시의 건강 상태를 드러내는 기록자다. 도시 하천으로 귀환한 수달은 도시의 주권을 다시 묻는다. 가로등, 표지판, 창문 턱, 배관 사이, 환풍구 안을 누비는 비둘기는 도시의 당당한 시민이다. 이들뿐 아니라 여러 도시 식물, 공원의 회양목, 작은 정원, 지렁이, 쥐, 두더지, 매미, 야생닭 등 다종의 비인간 존재들이 도시에 남긴 서명의 해상도를 환하게 높여주는 책, `ULC 7: 비인간, 도시의 생물들'(유엘씨프레스, 2025)이 지난주 출간됐다. 서문 첫 문단을 옮긴다.
“보도블록 틈에 자라난 풀, 공원의 관목에 깃든 새, 담장 위를 거니는 고양이는 인간이 지은 도시를 인간이 꾀하지 않은 방식으로 쓴다. 그런 탓에 도시에 사는 비인간 생물은 예상과 통제를 벗어나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그들은 정말로 인간이라는 중심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침입자일까? 도시에서 인간이 비인간과 마주쳤을 때 떠올리는 예외성과 불편한 느낌은 무엇을 뜻할까? 그런 상황을 일으키는 공존과 상충을, 그 현장으로서의 도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누구와 함께 도시를 짓고 써왔는가. 도시는 언제나 인간뿐 아니라 인간 너머의 존재들과 함께 구성되어왔다. 우리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을 뿐이다. 도시의 공간은 인간은 물론 비인간 생명체와 사물이 서로 얽히고 스며들어 써나가는 다층의 문장이다. 그 문장을 우리는 홀로 이어갈 수 없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영화감독 정재은의 인터뷰를 최근 읽다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대목에 굵은 밑줄을 그었다. 그가 작업실 삼아 매일 가는 도서관의 한적한 산책로에는 “살기 좋은 곳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탁월한 길고양이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은 그네 타는 고양이를 볼 수도 있”다는 구절. 그때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내 얼굴을 봤다면 정말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것 릴짱 이다. 저 사람이 언제부터 고양이 이야기에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지었지?
사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서워한다. 고양이뿐 아니라 강아지, 심지어 병아리도. 그런 내가 고양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건 4년 전, 사회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한 한 학생의 졸업 작품을 지도하면서였다. 그의 작품 제목은 ‘서울에 릴게임종류 서 길고양이 되기: 비인간의 시선으로 도시를 다시 읽다’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길고양이들의 공간 인식과 거주 패턴을 관찰하고 지도로 시각화하는 프로젝트. 그의 결론은 명료했다. “인간뿐 아니라 고양이도 서울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서울 시민이다.” 두 학기 동안 매주 한번씩 만나 인간의 주거지에서 길고양이들이 자고 먹고 쉬고 더위와 릴게임한국 추위를 피하고 산책하는 장소들에 관한 사진과 관찰 기록을 보며 토론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고양이의 도시가 내 눈에도 들어왔다.
고양이는 인간이 설계하고 건설한 도시를 그 누구보다 지혜롭게 활용하는 비인간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백송터에서 풍경을 즐기는 길고양이(왼쪽 위) 손오공게임 . 임한솔 제공
그즈음 나는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 과학기술학 등 여러 학문 분과를 가로지르며 한창 논의되고 있던 행위자 연결망 이론,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관련 책들을 뒤늦게 읽고 있던 터였다. 이 계열 이론들의 핵심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대상화한 근대의 인식 체계와 도시 문법이 릴게임신천지 인류세와 행성적 도시화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도시는 인간과 다종의 비인간(non-human) 행위자들 간의 얽힘(entanglement)으로 구성된 혼종의 다층 네트워크라는 것. 나는 이러한 관점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의 도시를 읽고 쓰는 틀로 삼는 데는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의 관찰로 길어 올린 프로젝트 ‘서울에서 길고양이 되기’는 도시의 비인간에 대한 나의 문해력을 자연스레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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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인간이 설계하고 건설한 도시를 그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지혜롭게 활용하는 비인간이다. 싱가포르의 한 주거지에서 길고양이들의 공간 사용법을 관찰하고 탐구한 아틀리에 호코의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프레스탁, 2025)를 보면, 정말이지 고양이는 적응의 귀재다. 도시 환경의 틈과 구석 곳곳에서 자신의 영토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고양이 행동과학자 세라 브라운의 `전지적 고양이 시점'(메디치미디어, 2025)은 도시의 그 어느 거주자보다 뛰어난 고양이의 적응력, 독창성, 회복탄력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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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와 함께 도시를 짓고 써왔는가. 도시는 언제나 인간뿐 아니라 인간 너머의 존재들과 함께 구성되어왔다. 우리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을 뿐이다. 도시의 공간은 인간은 물론 비인간 생명체와 사물이 서로 얽히고 스며들어 써나가는 다층의 문장이다. 그 문장을 우리는 홀로 이어갈 수 없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