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계의 초침처럼 빠르다. 찰나의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효율’과 ‘속도’가 미덕인 시대다. 하지만 김동률은 관객들에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목소리와 악기로 채워진 아날로그적인 공간을 오롯이 느껴달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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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6일 총 7회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김동률의 콘서트 ‘산책’은 마치 오래된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린 듯, 따뜻하고 손 바다신게임 때 묻은 감성으로 관객의 귀와 마음을 어루만진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조명 하나하나와 악기 배치를 통해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 연출이 그의 음악이 가진 묵직함을 오롯이 전달한다.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강력하게 다가오는 김동률 음악의 핵심이다.
김동률의 콘서트는 익숙한 듯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바다이야기고래 새로움이 동반된 공연이다. 2008년 ‘모놀로그’(Monologue) 공연부터 선보여온 ‘더 콘서트’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이제 김동률 콘서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아는 노래의 힘을 잘 알지만, 히트곡만 모아서 천편일률적인 공연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김동률의 이번 셋리스트에는 ‘희망’ 릴게임가입머니 ‘망각’ ‘하소연’ ‘동화’ 같은 대중에게 덜 알려진 노래들이 자리 잡았다. 자신이 작곡한 보아의 ‘옆사람’도 불렀다. 그는 “새로 오시는 분들은 다소 불친절한 셋리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좋아지는 곡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률의 공연이 특별한 건, 익숙한 곡들의 익숙하지 않음에서 나온다. 앞선 콘서트에 릴게임황금성 서 선보였던 곡들을 다른 질감과 느낌의 곡으로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데 온 힘을 쏟는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무대 위에 함께 오른 밴드 7명, 브라스 6명, 코러스 8명, 김동률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지휘자 이지원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24명, 고상지 콰르텟 4명, 안무팀 8명(안무가 채현원은 무대 위 제외) 등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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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9년 버클리 유학 당시 배리 매닐로우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풀 오케스트라 빅밴드 공연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5년 만에 꿈을 이뤘던 게 2004년이다. 그때는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그 무모한 용기 덕에 오늘이 있었다”며 “갈수록 어쿠스틱 음악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어쿠스틱 사운드는 국내 공연은 물론 해외 팝 공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아날로그의 따뜻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싶다. 내 노래뿐 아니라 연주자들의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아날로그적인 그리움이 폭발한 무대는 바로 앙코르였다. 김동률은 그룹 전람회의 멤버이자 오랜 음악적 동반자였던 고(故) 서동욱을 추모하며 무대에 섰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는 전람회의 음악들은 청춘의 한 페이지였다.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가수는, 이날 무대 위에서 화려한 기교나 격한 감정 없이 담담하게 서동욱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그간 ‘40대 중후반의 취중진담’ 등 편곡을 해온 김동률은 오리지널 버전의 ‘취중진담’을 불렀다. 화려한 조명도, 웅장한 사운드도 없었지만,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깃든 그의 목소리와 연주자들의 합은 어떤 디지털 사운드보다도 묵직하고 강력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