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현 급성장... 현대건설, '대표팀 효과'도 쓸어 담나
이다현·황민경·김연경 '대표팀 3인방'... 시즌 초반부터 눈부신 활약
▲ 이다현(185cm), 2022 세계선수권 대회 경기 모습 |
ⓒ 국제배구연맹 |
여자배구 강력한 우승 후보인 현대건설이 '대표팀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며, 더욱 강력한 팀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부터 V리그 여자배구에서 절대 1강의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28승 3패, 승점 83점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2위 한국도로공사와 승점 차이도 12점이나 됐다.
그러면서 V리그 여자부 역대 한 시즌 최다 승리, 최다 승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시즌 도중 15연승으로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세웠다. 특히 홈구장인 수원 실내체육관에서는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면서 홈구장에서 17연승을 달렸다. 이는 V리그 여자부 역대 '홈구장 최다 연승' 기록이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도 4일 현재 3전 전승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가장 큰 강점은 지난 시즌 절대 1강의 전력을 올 시즌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 구단은 우승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4월 FA 시장에서 고의성 짙은 '페이컷'(pay cut·연봉 삭감)까지 감행했다. 최고 연봉 7억 원을 줘도 부족한 양효진(33·190cm)의 연봉을 오히려 2억 원이나 삭감하고,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소속팀의 FA 선수들을 모두 붙잡았다. 배구 팬들은 당시 양효진 선수와 현대건설 구단 프런트를 향해 많은 비난을 쏟아냈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 가운데, 올해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으로 활약한 선수들까지 기량이 더욱 상승하면서 '전력 완성도'가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현대건설이 대표팀 선수 차출에 별 잡음 없이 협조해준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비협조 논란'이 있는 일부 선수, 감독, 구단의 경우 지금도 여자배구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부상 선수 이탈로 추가 선발한 대표팀 선수들을 KOVO 컵 대회가 끝난 뒤에서야 진천선수촌에 보내준 일 등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이다현 급성장과 최강 미들블로커... '토털 배구' 탄력
▲ 현대건설 선수들 경기 모습.. 2022-2023시즌 V리그 (2022.11.1) |
ⓒ 박진철 기자 |
현대건설에서 올해 대표팀에 발탁돼 활약한 선수는 이다현(21·185cm), 황민경(32·174cm), 김연견(29·163cm) 3명이다. 이들은 세자르(45·스페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다현은 지난 6~7월 열린 2022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9~10월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모두 대표팀 주전 미들 블로커로 맹활약했다. 황민경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VNL에선 교체 멤버로, 세계선수권에선 주전 멤버로 활약했다. 김연견은 세계선수권에서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지난 10월 3일 귀국했다. 때문에 V리그 개막일인 10월 22일까지 소속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
보통 이런 경우 대표팀 선수들은 V리그 1라운드에는 체력 관리와 적응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기량이 발휘되기 어렵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온다.
그러나 올해 현대건설 대표팀 3인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부터 펄펄 날고 있다. 특히 이다현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다현은 미들 블로커임에도 4일 현재 득점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 전체 14위에 올라 있다. 특히 서브 부문에선 세트당 평균 서브 에이스 0.91개로 '압도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이 부문 2위는 지난 시즌 서브왕을 차지한 야스민(현대건설)이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서브가 약한 선수였다. 시즌 전체를 통틀어 서브 에이스를 10개밖에 하지 못했다. 서브 부문 순위표에서도 30위권 밖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단 3경기만에 벌써 10개를 달성했다. 이다현은 현재 블로킹 부문에서도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다현의 급성장으로 현대건설은 양효진-이다현으로 구성된 미들 블로커 부분에서 여자배구 7개 구단 중 단연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 그만큼 토털 배구를 구사하는 데도 최적의 상황이 된 것이다. 굳이 외국인 선수, 윙 공격수에게만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리베로 김연견도 지난 시즌보다 서브 리시브, 디그 등 수비력이 한층 견고하고 안정화됐다. 그러면서 현재 수비 종합과 디그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은 이 부문에서 모두 3위를 기록했다. 황민경도 지난 시즌에 이어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팀 사명감·책임감도 '최고'... 기량·인기로 보상
한편, 이다현은 배구 팬들로부터 '대표팀에 임하는 자세부터 남다르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다현은 각종 인터뷰에서 여자배구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본인도 국제대회를 통해서 성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줄기차게 피력해 왔다. 그만큼 대표팀을 향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다현은 지난 8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금의 여자배구 인기는 언니들이 죽을 힘을 다했기 때문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를 포함한 후배들이 '앞으로도 유지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언니들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19일 V리그 미디어데이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표팀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그게 모두 감사한 경험이 되고 도움이 된다. 보고 배울 점은 국내 V리그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 1일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강팀들과 만나 패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서브를 쉽게 넘겨주면 손도 못 쓰고 당했다. 당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강한 서브가 필수적이라고 느꼈고, 그때부터 서브 훈련에 집중했다"고 역설했다.
이다현이 왜 대표팀을 다녀온 후 급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주어진 여건이 어려워도, 마음가짐에 따라 도출해내는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팀 주장인 박정아를 비롯해, 염혜선, 이주아, 이다현 등 대표팀 선수들은 올 시즌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자배구 팬들은 대표팀에 헌신한 선수들에게 '인기'로 보답해준 사례가 많았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