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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또래 죽음 지켜본 20대, 냉소·허무주의 막을 체계적인 지원 필요"

"심리학적으로 지금 20대는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동일시(Identification) 현상'을 겪을 것입니다. 국가와 공동체가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6명 가운데 20대는 모두 104명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에는 1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면서 캠퍼스 내에 별도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지금 20대는 사춘기 시절 '세월호 참사'까지 겪은 세대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10대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모두에게 큰 상처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한 20대들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곽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되며 트라우마가 누적된 20대들에게 더 세심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이후 빈소와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20대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 슬픔·우울·분노에 빠진 20대 "누구든 일어날 수 있다…국가는 어디 있나"

한양대 4학년 김동식씨(27·남)는 "세월호 때 고3이었는데 그때 세월호 타고 수학여행 떠났다면 누구든 참사를 겪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그날 이태원에 나갔더라면 누구나 희생될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남의 일이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며 "(이태원 참사 후)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룬 친구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직장인 최정인씨(27·여)도 "요즘 하루 종일 (이태원 참사와) 연관해 생각해서인지 우울해질 때가 많다"며 "주변에서도 이태원 참사 때문에 다들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현씨(24·여)는 "나에게, 내 지인에게 꼭 같은 일이 닥치지 말란 법이 있나"라며 "주변 사람에게 다 연락을 돌렸다"고 울먹였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높은 것도 이번 사태가 자신의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문모씨(27·남)는 "세월호 때도 그렇고 이태원 때도 그렇고 국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세희씨(25·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버리는 것도 국가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 '심리 상담'부터 '안전 정책'까지 세심한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세월호에 이어 이태원 참사까지 겪은 청년 세대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불안감을 느끼는 냉소적인 세대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한국전쟁을 겪은 분 중에 항상 '전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겪은 젊은 세대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가와 공동체가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421/0006436240?cds=news_my_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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