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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no1reelsite.com
해묵은 기억을 되살리고 오래된 취재수첩과 사건기록을 들춰보는 일은 나도 즐겁지 않다. 그럼에도 서류 먼지를 털고, 하드를 뒤지고, 이것저것 확인했다. 여러 계기가 있다. 10년, 20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은 사건의 그림자가 자꾸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효한, 아니 더 깊어 바다이야기무료 지는 쟁점들이 아픈 곳을 찌르기 때문이다.
황우석(가운데) 전 서울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건 13년 뒤 명예훼손 기소된 제보자
끝나지 않은 사건의 그림자란 이런 것이다.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2023년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제작, 방영했다. 다큐는 황우석을 칭송하는 톤은 아니었으나 그의 과학적 비위를 명료하게 밝히고 비판하지도 않았다. 침몰한 영웅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제보자 류영준(현 강원대병원 병리과 교수)을 조명한 방식은 문제적이었다.
다큐는 황우석과 류영준의 인터뷰를 알라딘릴게임 교차 편집하며 공방처럼 만들었다. 또 황우석이 "내가 류영준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 한국에서 주례는 미래를 함께한다는 뜻이다. 또 첫아이의 대부가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병원을 방문해 대부가 돼 줬다. 바로 그 기간에 류영준이 MBC ‘PD수첩’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제보했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내보냈다. 주례를 선 것 외엔 모두 거짓이었고 류영준에겐 황금성사이트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류영준의 정정 요구를 끝내 묵살했다.
넷플릭스 제작 다큐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 포스터. 다큐는 제보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담아 물의를 일으켰다. 넷플릭스 캡처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무수한 의혹 중 ‘최서원(최순실) 의료게이트’가 있었다. 박근혜, 최순실이 단골로 이용하던 차병원 계열 항노화 전문 차움병원과 김영재 의원에 특혜성 지원이 주어졌다는 의혹이다.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 난자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8월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1상 면제 범위를 확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를 전폭 지원했다. 2016년 7월 차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여기서 황우석이 등장한다. 황우석은 승인 후 본인 입으로 ‘차병원 연구 승인을 다룬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류영준은 2016년 11~12월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에서 권력에 접근해 연구 지원을 로비하는 행태가 황우석 사태 때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2018년 1월 황우석은 “끝없이 나를 비방한다”며 류영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놀라운 건 여기부터다. 검찰이 류영준을 기소했다! 그리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류영준의 발언은 황우석 자신의 발언과 청와대 회의 참석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사실로 판단할 여지가 컸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봤다. 2018년 10월 서울동부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해 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결국 2019년 무죄가 확정됐지만 씁쓸하기 짝이 없다. 연구부정을 저지른 책임자와 고발자가 별개의 소송으로 얽히지 말란 법은 없으나, 이 소송을 2005년 황우석 사태와 별개라고 볼 수 있을까? 권력과 결탁한 연구 지원 로비가 시도되고, 그것을 비판하자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뻔하고, 제보자에 대한 억측과 압박이 만발한데 황우석 사태가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논문 검증 건의한 교수도 곤욕
이런 일도 있었다. 2017년 8월 7일 문재인 청와대는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현재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박기영은 황우석 사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과학기술보좌관으로 황우석의 뒷배로 꼽혔던 인물이라 과학계의 비판이 거셌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8월 10일 자 한국일보 기고문에서 박기영이 왜 정부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을 총괄할 자격이 없는지를 낱낱이 썼다. 이현숙 말마따나 박기영 임명 자체가 황우석 사태의 교훈을 내던진 셈이었다. 박기영은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났다. 그 후 박기영은 이 기고문이 명예훼손이라며 이현숙을 고소했다. 이현숙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2017년 8월 10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지나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현숙은 논문조작 진실 규명에 힘쓴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2005년 12월 사건이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던 때 소장파 교수들의 뜻을 모아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학교가 나서서 논문을 검증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렇게 서울대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이현숙은 진상조사 때, 검찰 수사 때, 관련 재판이 열리고 또 뒤집어졌을 때, 과학적 쟁점을 설명하고 정리하는 노고를 맡아 했다. 2005년처럼 2017년에도 돌아가는 판을 못 참고 나선 결과가 명예훼손 고소와 조사였던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탄식했다. 세계적인 수치를 무릅쓰고 그래도 한국 사회가 배운 게 있다고 자위했건만, 그 교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회의가 차올랐다. 어렵사리 규명된 진실과 정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피어났다.
진실은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건 진실의 편에 선 이들이 고초를 겪기 때문만이 아니다. 2025년의 언론을 돌아보면 황우석 사태의 현재성은 더 또렷하다. 20년 전 황우석 사태를 보도할 때 언론은 조금 잘못한 정도가 아니라 혼돈을 키운 주역이었다. 진실 규명을 방해한 주범이었다. 사실마저 압도하는 정파성, 교묘히 팩트를 취사선택해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 인권 따위 내다버린 선정적 뉴스, 진영을 대리하는 공격적·적대적 보도 등 흔히 꼽히는 모든 언론의 문제는 황우석 사태 보도에서 그 원형을 볼 수 있다.
지금 이런 문제들은 더 전면화했다. 20년 동안 언론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했다. 공론장은 금이 갔다. 사실과 거짓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뉴스 소비는 분노와 결합했다. 선동과 적대가 일상화했다.
그러니 한국 언론 역사에서도 대표적 실패 사례인 황우석 사태 보도를 되짚어 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언론의 실패는 왜 반복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재의 과제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황우석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면
2025년에 '황우석 백서: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를 쓰는 것은 그래서다. 황우석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사건은 여전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고, 그 틈을 치고 들어오려는 거짓과 불의의 노력은 성실했다. 그렇다. 진실은 되풀이해서 기억되고 확인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확히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자인 나의 일이다.
백서는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의 전개와 진상조사·수사·판결로 최종 확인된 사실을 기록할 것이다. 누구든 황우석 사태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참고할 자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황우석 백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논문을 조작하고 감추려 한 이들이 무엇을 했고, 그 거대한 비밀이 어떻게 유지됐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황우석 사태를 낳은 구조에 대해서도 짚으려 노력할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논문 조작이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부정을 방조한 조직문화, 우상을 비호한 권력, 대중을 오도한 언론과 선동에 휘둘린 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 20년간 우리는 숱한 황우석 사건의 재현을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가 그러했고 채수근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이 그러하다. 무엇보다 더 깊어진 언론의 문제에, 더 일상화한 선동과 혐오에 대해 조명하려 한다. 황우석 사태에서 오늘의 현실을 비춰보고 교훈을 찾으려 한다.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라는 부제는 그렇게 나왔다.
글에 대한 반론과 수정 의견은 근거와 함께 제시될 때 반영할 것이다. 그러나 믿음의 영역에 머문 근거 없는 주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비용을 치르며 제 몫을 다한 이들을 위해
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황우석 사태도 거대한 권력에 맞서 많은 이들이 손을 보탠 끝에 전모가 밝혀진 사건이었다. 고영권 기자
사실 황우석 사건은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묻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개인적 이해나 친분 없이 돌을 하나씩 들고 나른 이들이 있었기에 진실의 성을 쌓을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 비용을 치러가며 제 몫을 한, 집단 협업의 결과였다. 마치 12∙3 계엄의 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고 시민들은 국회 담장을 둘러싸고 군인들은 느리게 움직였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가 막히게 할 일을 했다. 이 글은 또한 그들에 대한 헌사다.
12∙3 계엄이 발생한 지 1년이 가까워 온다. 세월이 지나 광장의 열기가 식고 소셜미디어의 화제가 바뀌고 더 이상 언론이 보도하지 않을 때 우리는 계엄을 어떻게 기억할까? 혹여 사건의 고발자와 조력자와 피해자가 기소되거나 오명을 쓰고, 범법자 가해자 방조자가 다시 권력을 휘두르는 때가 오지는 않을까? 불의가 다시 정의의 자리를 차지하고, ‘역시 계엄은 필요했나 보다’ 착각하는 그런 때가 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그래서 쓴다. 내부고발자와 피해자가 잊히지 않게 하려 쓴다. 가까스로 밝혀진 진실이 흐려지지 않게 하려 쓴다.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방편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믿기에 쓴다.
●'황우석 백서: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는 월~금 낮 12시에 한국일보 사이트를 통해 연재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인물들의 소속과 직함이 여러 차례 바뀐 탓에 독자 편의를 위해 서술된 시점 당시의 직함을 쓰고 현직은 괄호 안, 또는 주석에 병기합니다. 본문에 출처를 밝히지 못한 자료는 기사 아래에 따로 밝힙니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