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연합뉴스


KBS가 위기다. KBS 드라마는 더 위기다.
박장범 KBS 사장은 지난 18일 KBS 2TV 새 대하드라마 '문무' 제작보고회에서 "지난해 수신료 분리 징수로 100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며 "이달부터 수신료를 다시 일괄 징수하게 되면서 '문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2월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약 880억원 적자가 났고, 올해도 1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하며, "KBS가 현재 전방위적 위 릴게임몰메가 기에 직면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공영방송 사장이 구체적인 적자 규모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KBS의 위기는 수신료 분리 징수와 함께 반복해서 나온 말이었다. 지난 2월 공개된 2024년 KBS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KBS 수입의 49%를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은 이 시기에 약 335억원 줄었다. 백경게임 뿐만 아니라 방송 광고 수입, 콘텐츠판매 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KBS 광고 수입은 1677억원으로 전년 1967억원에 비해 290억원 급감했다. 콘텐츠판매수입은 3472억으로 전년 3780억원 대비 308억원 줄었다. 단순히 수신료 문제가 아니라, 채널 경쟁력 약화로 광고와 콘텐츠 판매까지 동시에 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언론 손오공릴게임 노동조합 KBS본부(이하 노조)는 성명을 통해 최근 3년간 누적 적자가 2600억원대에 이른다고 지적하며, "수신료 위기만 탓할 수준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 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내세웠던 주말 미니시리즈가 기대와 달리 107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웰브'·'은수 좋은 날'… 드라마 두 편으로 100억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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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주말드라마 '트웰브'(좌), '은수 좋은 날' 스틸


"주말드라마의 강자인 KBS가 연달아 미니시리즈까지 블록 편성하면 2023년 말 '고려 거란 전쟁' 편성 때처럼 주말 저녁 시간대 2TV 채널 게임릴사이트 경쟁력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말드라마의 가족 단위 시청자뿐만 아니라 2049 시청자까지 유입시키도록 노력하겠다."
KBS의 '토일 미니시리즈 전격 편성' 소식을 전한 사보(7월14일자)에 담긴 최성민 KBS 콘텐츠전략본부장의 말이다. 주말 미니시리즈 시간대로 편성된 '트웰브'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배우 마동석을 내세웠고, '은수 좋은 날'은 배우 이영애가 26년 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시청률에 고배를 마시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노조에 따르면 KBS는 회당 5.5억원을 주고 '트웰브'의 방영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드라마가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회당 광고 판매 수익은 드라마 구입액에 한참 모자랐다. 결국 '트웰브'로 KBS는 회당 2억6000만원, 전체 18억여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은수 좋은 날'은 손익 면에서 더욱 참혹하다. KBS는 해당 드라마에 회당 10억6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12부작임을 감안하면 KBS 드라마로서는 상당한 거액인 120억여원이 투입됐다. 2023년 제작된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회당 제작비가 8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KBS로서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수 좋은 날' 역시 수익은 투자 금액에 한참 밑돌았으며 회당 7억4000만원, 전체 88억여원의 손실이 났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여기에 시청률과 화제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트웰브'는 수도권 기준 7%(닐슨코리아 집계, 이하 동일)대에서 출발했지만 방영 후반엔 2~3%대로 떨어졌고, '은수 좋은 날' 역시 최고 시청률이 5%대에 그쳤다. 마동석·이영애 등 이른바 '톱스타'들을 앞세웠지만, 화제성과 실질 성과 모두에서 실패한 셈이다.
 후속작 '마지막 썸머'… 시청률로만 보면 더 불안하다



/사진=KBS 2TV 주말드라마 '마지막 썸머' 스틸


두 편의 실패에도 KBS는 주말 미니시리즈 편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방영 중인 후속작 '마지막 썸머' 역시 같은 토일 저녁 시간대에 배치됐다. 그러나 첫 회 전국 일일 시청률 2.7%였고, 3회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일한 시간대·유사한 포맷의 미니시리즈 구조를 고려하면 이 작품 역시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선 두 편이 보여준 손익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100억대 손실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마지막 썸머'의 손실이 '은수 좋은 날'의 손실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마지막 썸머'까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올해에만 주말 미니시리즈 시간대에서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존 주말 가족극의 틀을 유지하면서 2049 시청층까지 잡겠다는 KBS의 '주말 미니 전략'이 시청률·수익성 어느 쪽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그 사이 같은 시간대 경쟁 채널과 OTT 플랫폼에 시청자들을 빼앗기는 악순환이 더 심화되고 있다.
 KBS 드라마, 왜 더 취약해졌나
KBS는 여전히 주말 가족극과 일일극에선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1TV·2TV에서 방영 중인 일일·주말 연속극들은 주간 시청률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고, 최근 2TV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미니시리즈다. 광고주들의 주요 타깃층인 2049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에서 KBS는 상당 기간 눈에 띄는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KBS가 자체적으로 확보했던 극본 '미지의 서울'이 결국 tvN으로 넘어간 것은 KBS 경쟁력 약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지의 서울'은 KBS 단막극과 2TV '오월의 청춘'으로 성장한 이강작가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KBS에서 방송하면 출연이 어렵다"는 배우 측의 입장이 전해졌다는 말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KBS 채널 브랜드 자체가 스타들에게도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환경 변화도 KBS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비는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상승했다. OTT·케이블 채널이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지만,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부족한 공영방송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여기에 케이블과 OTT 등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실력있는 연출자들이 대거 퇴사했고, 희망 퇴직까지 이뤄지면서 기획 및 제작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비 축소, 인력·시간 압박이 콘텐츠 완성도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난 제작비와 줄어드는 재원을 동시에 떠안은 채 '대형 프로젝트 몇 개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드라마는 재정적 부담, 채널 경쟁력 저하, 제작 시스템 한계라는 삼중고에 놓여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영방송이 상업 채널과 OTT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할 기회라는 조언도 있다. '대형 캐스팅' 몇 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식의 단기 승부수가 아니라, 중장기 전략에 기반한 편성·투자 시스템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달부터 수신료가 통합징수되면서 KBS의 수신료 수입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재원을 확보한 KBS가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덩달아 광고 매출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