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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사진=체인소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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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년 일본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2
년까지
1200
만부를 팔아치운 인기작 ‘체인소맨’ 이야기다. 한국에도 지난달
11
일 넷플릭스를 통해 첫 방영을 시작했다.
줄거리는 언뜻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 인기를 끈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과 비슷한 구조를 띠는 듯하다.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갑자기 등장한 이세계의 존재(혈귀, 저주, 마인)에 의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택하는 구조다.
체인소맨은 만화이지만 영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체인소맨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설정을 따 왔다. 평소에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시동을 걸면 머리에서 전기톱이 나오는 캐릭터 디자인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체인소맨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는 각종 인터뷰에서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많은 창작물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이야기를 풀어갈 때 익숙함을 피하고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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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화된 덴지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휴게소에서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한 모습.(사진=체인소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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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먹는 모습.(사진=황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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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그 중에서도 후지모토는 나홍진 감독의 열혈 팬을 자처한다. 체인소맨에서도 오마주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2화 휴게소에서 덴지가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하는 모습은 나 감독의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시지를 먹는 모습과 겹친다. 또 ‘곡성’에서 황정민이 살을 날리는 장면 역시 체인소맨에선 교토 신사에서 적을 원격으로 공격하는 장면으로 차용됐다.
나 감독의 원래 꿈이 만화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영화감독의 영화에 만화를 영화처럼 연출하는 만화 작가가 매력을 느끼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후지모토는 주간 소년점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며 나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언급했다. “영화 시작
30
분만에 악역이 주인공에게 잡히는 전개가 펼쳐지면서 (관객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해하게 된다. 한국 영화는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끝까지 보면 ‘이거다’ 싶다. 그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
실제로도 후지모토의 작품은 편집부에서 “예상 못 할 전개가 매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가 만화가 지망생이던
17
살 때부터
10
년 넘게 후지모토와 일해 온 소년점프 편집 담당자는 “예상을 피해 가는 독특한 전개와 대사가 매력적이었다”며 첫 인상을 회고하기도 했다. 회의 시간에 편집부가 이야기 전개에 대해 “보통 같으면 이렇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면 후지모토는 다음 날 전혀 다른 방향의 전개를 가져온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익숙함을 피하는 것이 후지모토만의 연출과 표현, 대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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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의 전작 ‘파이어 펀치’.(사진=소년점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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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작품을 추구하는 성향은 전작인 ‘파이어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당시에도 “독자들이 미리 예상한 전개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후지모토의 포부였다고. 1부는 복수극, 2부는 개그물, 3부는 히어로물로 일관성을 뛰어넘는 실험작, 파이어 펀치를 두고 대중의 호불호는 지금까지도 갈리고 있다.
체인소맨은 전작보다는 대중성을 확보한 모습이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정도다. “한국 영화처럼 관객 예상을 벗어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감독의 일관성 있는 포부처럼 결국에는 체인소맨도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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