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차' 흥국생명 김나희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배구] 10일 GS칼텍스전 블로킹 3개 포함 7득점 활약, 흥국생명 3-0 완승
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연승을 내달렸다.
권순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25-15,25-14)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막 2연승을 달리다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시즌 첫 패를 당했던 흥국생명은 다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GS칼텍스를 상대로 연승을 기록하며 단독2위 자리를 지켰다(4승1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35.19%의 점유율과 50%의 성공률로 20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김연경이 16득점, 김미연과 이주아가 각각 8득점씩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흥국생명 선수단에서 김해란 리베로와 김연경에 이어 3번째로 나이가 많은 미들블로커 김나희는 블로킹 3개를 포함해 7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이 왜 16번째 시즌에 흥국생명의 주전 자리를 탈환했는지 증명했다.
흥국생명의 흥망성쇠 함께 한 미들블로커
▲ 김나희는 루키 시즌부터 10년 넘게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
ⓒ 한국배구연맹 |
2007년 신인 드래프트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등장했던 2005년에 비견될 만큼 '역대급' 드래프트로 배구팬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 때부터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던 '천재소녀'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비롯해 경남여고의 에이스 이연주, 대구여고의 왼손잡이 공격수 하유정(개명 전 하준임), 190cm의 신장을 자랑하던 남성여고의 양효진(현대건설) 등 대어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중앙여고에서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겸하던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는 전체 5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는데 지명순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크게 주목 받는 초대형 유망주는 아니었다. 특히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엔 신장(178cm)이 작아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배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나희에게는 장신선수들이 갖지 못한 '빠른 발'이 있었다.
김나희는 빠른 발을 활용한 속공과 이동공격을 앞세워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루키 시즌 28경기에서 170득점을 올린 김나희는 2년 차 시즌이었던 2008-2009 시즌 43.66%의 성공률로 274득점을 올리는 쏠쏠한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3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실제로 2008-2009 시즌 리그에서 김나희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미들블로커는 정대영(도로공사,392점)과 양효진(357점),김세영(329점) 밖에 없었다.
김나희는 대표팀 붙박이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발목부상으로 빠진 2011년 월드 그랑프리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이 쿠바와 폴란드,러시아 같은 강호들을 잡아내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김연경, 2009-2010 시즌이 끝난 후 황연주(현대건설)가 각각 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김나희는 흥국생명이 고전하던 시기에도 시즌마다 200점 안팎의 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중앙을 꾸준히 지켰다.
흥국생명은 2014년 FA시장에서 김수지(기업은행)를 영입하며 중앙을 강화했고 2016-2017 시즌 통산 4번째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기업은행에게 1승3패로 패하며 4번째 우승에 실패했고 김수지가 이적한 2017-2018 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리고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10년 넘게 흥국생명의 붙박이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김나희의 신상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4년의 와신상담 끝에 주전 자리 탈환
▲ 김나희(오른쪽)는 이번 시즌 국가대표로 성장한 이주아와 미들블로커 콤비로 활약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세영을 영입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여고생 국가대표' 이주아를 지명하며 중앙의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두 장신 미들블로커의 가세로 김나희의 입지는 크게 줄어 들었고 김나희는 팀이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2018-2019 시즌 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의 터줏대감이 새 얼굴 김세영과 이주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것이다.
2019-2020 시즌에도 12경기에서 42득점에 그친 김나희는 김연경이 돌아온 2020-2021 시즌 6경기 출전, 김세영이 은퇴한 2021-2022 시즌에도 이주아와 김채연 등 젊은 선수들에게 밀려 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1-2022 시즌이 끝난 시점에서 그 화려했던 드래프트 동기들 중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배유나와 양효진,김나희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현역으로 활동하는 2007년 드래프트 동기 중 주전 자리를 잃은 선수는 김나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나희는 올해 컵대회부터 대표팀에 차출된 이주아와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김채연 대신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그리고 김나희는 V리그 개막 후에도 변지수와 전체 2순위 신인 임혜림을 제치고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풀타임 주전 경험이 많지 않은 김다솔 세터로 시즌을 치러야 하는 만큼 실수가 적고 경험이 풍부한 김나희를 주전으로 내세워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권순찬 감독의 의도였다.
김나희는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김나희는 10일 GS칼텍스전에서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57.14%의 성공률로 4개의 속공을 성공시킨 김나희는 3개의 블로킹을 곁들이며 7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상대공격이 우리팀 수비로 연결되는 유효블로킹을 9개나 기록하면서 흥국생명의 반격에 크게 기여했고 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8-2019 시즌 김나희가 주전 자리를 내줬을 때 배구팬들은 김나희의 은퇴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나희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벤치멤버의 설움(?)을 견디고 프로에서의 16번째 시즌에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모두가 끝물이라고 섣불리 판단했지만 김나희는 이번 시즌 여전한 기량을 발휘하며 배구팬들에게 아직 자신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