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에이씨텍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을 깨자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저자 인터뷰


‘진정한 페미니즘을 모른다’고 훈계하거나 ‘진짜 페미니스트다’라고 추켜세우는 목소리는 왜 똑같이 불편할까? 이 책은 무엇이 ‘진짜’와 ‘가짜’인지 논하는 대신, ‘진짜’가 언급되는 맥락을 살피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진짜란 애초부터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억압된 목소리가 다양하게 분출되는 것은 페미니즘의 중요한 특징이고, 일단 ‘눈치 없이’ 활발하게 말할 수 있어야 페미니즘 논의 자체도 진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불편하고 할 말 많은 여성의 몸과 공간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일이다.



“여성이 여성을 돕자고 하면 비로소 ‘여성의 다양성’ 이 치솟”(34쪽)아 오르는 등 “페미니즘에게 완전무결한 요구를 하며 정의를 가장해 페미니스트의 입을 봉쇄하려는 시도”(41쪽)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답답합니다. 여성의 입과 남성의 귀 사이에 간극이 심합니다. ‘옳은 말’의 폭력이 있습니다. 윤리적 폭력. 원칙적으로 옳은 말.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원칙적인 옳은 말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뭉개버리는 말. 그게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권력행위입니다. 구체적인 맥락이 있고 목소리의 크기가 있는데 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쉽게 지워버린 ‘옳은 말’이 과연 옳은 말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말 좀 하게 내버려뒀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분노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행동을 교정하려는 태도를 늘 지양합니다. 이런 태도는 분노를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유폐되어 곪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분노의 감정이 휘어질 수 있죠.


평소에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데 그럼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내가 나름 이렇게 이렇게 해왔는데 화장했다고 페미니스트 자격이 없는 거야?’ 물론 저는 이에 대해 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왜 이토록 ‘페미니스트의 자격’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지를 같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책을 누가 읽었으면 하나요?


누구라도 읽으면 좋지만, 막힌 말을 꺼내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제가 들은 말 중 정말 안타까웠던 말은, ‘나 같은 여자가 페미니즘에 민폐를 끼칠까 봐’였어요.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혹시 내가 틀렸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말을 주저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책이 막힌 말을 트이게 해준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보내는 신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의 경우는 제가 쓰면서 ‘여성들이 덜 위축되었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마음속에서 계속 보내고 있더라고요.


http://m.ch.yes24.com/article/view/36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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