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몽릴게임 그래픽 업데이트로 달라진 인터페이스와 조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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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몽릴게임: 혁신적인 그래픽 업데이트로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인터페이스와 조작감게임 팬 여러분, 주목하세요!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골드몽릴게임이 대대적인 그래픽 업데이트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한 시각적 개선을 넘어,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조작감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와 플레이어들에게 한층 더 깊은 몰입감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제 달라진 골드몽릴게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달라진 비주얼, 새로운 몰입감
골드몽릴게임의 이번 그래픽 업데이트는 게임의 전반적인 비주얼을 한 차원 끌어올렸습니다. 고화질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게임 화면은 선명한 해상도와 풍부한 색감을 자랑하며, 마치 풀HD 또는 4K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릴 심볼 하나하나의 디테일은 물론, 배경 디자인과 시각적 이펙트 또한 세밀하게 개선되어 게임의 생동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릴이 회전하고 멈출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승리 시 연출되는 다채로운 효과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넘어,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제 더욱 현실감 넘치는 화면으로 골드몽릴게임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의 진화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의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기존 골드몽릴게임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이라면 훨씬 더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경된 화면 구성에 놀라실 것입니다. 복잡했던 메뉴 배치는 간결하게 정리되었고, 필요한 정보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시각화되었습니다. 베팅 설정, 스핀 버튼, 잔액 표시 등 주요 기능들의 위치가 최적화되어 더욱 쉽고 빠르게 게임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신규 유저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존 유저들에게는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인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여 불필요한 피로감 없이 오직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향상된 조작감, 더욱 정교해진 플레이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의 변화와 함께 골드몽릴게임은 조작감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스핀 버튼 하나를 누르더라도 즉각적인 반응 속도를 체감할 수 있으며, 릴의 움직임 또한 한층 더 부드럽고 정교해졌습니다. 이는 게임 플레이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베팅 금액을 조절하거나 자동 스핀 기능을 활용할 때도 더욱 빠르고 정확한 컨트롤이 가능해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전략에 따라 능숙하게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개선된 조작감은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주어, 단순한 게임을 넘어 전략적인 재미까지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이제 렉 없이 부드러운 플레이를 통해 승리의 쾌감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최적화와 퍼포먼스, 끊김 없는 즐거움
골드몽릴게임의 그래픽 업데이트는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내부적인 최적화 작업 또한 동시에 진행되어 게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로딩 속도가 빨라지고, 게임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렉 현상이 현저히 줄어들어 끊김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는 저사양 기기 사용자들에게도 희소식이며, 모바일 환경에서도 PC 환경 못지않은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를 보장합니다. 어떤 기기에서든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여, 언제 어디서든 골드몽릴게임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복귀 유저와 신규 유저를 위한 골드몽릴게임
이번 그래픽 업데이트는 기존 골드몽릴게임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잠시 게임을 떠나있던 복귀 유저들에게는 다시금 게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릴게임 또는 슬롯 게임에 새롭게 입문하려는 신규 유저들에게도 고품질의 그래픽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그리고 뛰어난 조작감을 바탕으로 최고의 첫인상을 심어줄 것입니다. 달라진 골드몽릴게임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고, 흥미진진한 승부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세요.
결론
골드몽릴게임의 이번 그래픽 업데이트는 단순한 변화를 넘어, 플레이어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기능적 편의성, 그리고 몰입감 넘치는 플레이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전환점입니다. 더욱 선명해진 화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향상된 조작감, 그리고 안정적인 퍼포먼스는 골드몽릴게임을 한층 더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바로 접속하여 새롭게 태어난 골드몽릴게임의 세계를 만끽하시고, 승리의 짜릿함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
만화 같은 일이었다. 네 살배기 꼬마가 트럭에 치였다가 멀쩡히 살아난 이야기. “서울 살 때였어요. 노량진이었다고 들었어요. 친구들과 골목길을 건너던 중이었던 것 같은데, 아주 시작 단계에서 제 삶을 끝장낼 수도 있던 사고였죠.” 바퀴에 깔려 있었다.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트럭 밑에서 액체 같은 게 얼굴로 떨어지던 느낌이 기억나요.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었고, 온통 초록빛이었죠.”
–초능력 같은 게 생겼나요?
“뭔가 달라지기는 했죠.”
교통사고 이듬해인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초인적인 실력을 온라인릴게임 과시하며 그는 만화가 짐 리(Jim Lee·62)가 됐다. 한국 이름 이용철.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으로 유명한 미국 수퍼히어로 만화 92년 역사의 본산 DC코믹스 대표(President)를 맡고 있다. 명실상부 업계 레전드로 군림하는 남자. 손으로 거미줄을 쏘거나 눈에서 광선을 내뿜는 별종들을 그려내며 대박을 터뜨렸는데, 일례로 그가 199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1년 그린 ‘엑스맨 #1’은 단일 만화책 최다 판매(810만부)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그가 서울에 왔다. 1월 1일, 하늘을 날아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수퍼맨·배트맨·원더우먼…. 웬만한 수퍼히어로는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2024년 뉴욕 코 손오공게임 믹콘 참석 당시 짐 리의 사진을 배경으로 짐 리의 대표작 표지를 합성했다. /게티이미지·DC코믹스
역시 만화 같은 일이었다. 올해 데뷔 40년 차, 미국 최대 만화 회사를 거느린 거장의 첫 한국 팬 미팅은 대규모 박람회장도 멀티플렉스도 아닌, 동네 만화 가게에서 치러졌다. 독자들과 둘러앉아 콜라를 손오공게임 홀짝이며 함께 그림 그리고 추후 경매에 부쳐 수익금은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드링크 앤 드로’(drink and draw) 행사. 이날 밤 8시, 서울 장안동 미국 코믹스 전문점 ‘DCC카페’는 팬들로 초만원이었다. 70평 실내가 인파로 꽉 찼다. 안전사고 우려로 입장을 제한할 정도였다. 입장과 동시에 “이용철! 이용철!” 광란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릴게임무료–반응이 엄청나네요.
“최근 2~3년 사이에 특히 젊은 층에게서 열기가 뜨거워졌어요. 이분들이 태어나기 전, 그것도 수십 년 전에 나온 만화에 이토록 열광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은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좋은 나라예요. 왕조·식민지·전쟁 등 역사적 층위도 다채롭고, 로맨스·서스펜스·판타지 등 여러 장르에 열려 있죠. 회사 내부에서 한국 캐릭터와 한국 이야기를 더 많이 창조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짐 리가 대표로 취임한 2023년, DC코믹스는 새 한국계 수퍼히어로 캐릭터 ‘시티보이’를 내놨다. 도시와 생물처럼 소통하는 초능력 소년.
한복 차림으로 모친과 나란히 앉은 유년의 짐 리(맨 왼쪽). /인스타그램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나요?
“미국 건너가기 전에도 수퍼맨을 봤어요. TV에서 ‘황금박쥐’를 본 기억도 나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그는 ‘황금박쥐’를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소리 냈다. 1967년 전파를 탄 최초의 한·일 합작 만화영화. 머리는 해골이요, 황금빛 몸으로 레슬링 장화를 신고 신출귀몰 악당을 궤멸한다. “망토도 두르고 있죠. 여러모로 수퍼히어로의 선구자예요.” 영어를 전혀 못 하던 어린 짐 리가 미국에서 처음 알아본 존재도 그들이었다. 정의의 용사, 약자의 친구.
–미국은 왜 가셨나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였죠. 네, 아메리칸 드림이요. 부모님은 북한에서 오셨고 전쟁을 겪었어요. 안정된 삶을 원했어요. 제 교통사고 이후에 특히 더 그러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의사였죠. 저 역시 의사가 되길 원하셨고요. 의사는 안정된 삶의 동의어였어요.” 그는 기대에 부응하며 착실히 공부했고, 미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다른 꿈이 자라고 있었다.
◇수퍼히어로의 고독
지난 1일 밤 서울 장안동의 미국 코믹스 전문점 ‘DCC카페’에서 배트맨 드로잉을 완성한 뒤 팬들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는 짐 리. 이번 방한은 DCC카페를 운영하는 조이 크로너·안양주 부부의 수 년에 걸친 섭외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상혁 기자
짐 리가 종이와 연필을 집어 들었다. 슥슥, 스케치를 시작하자 남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배트맨이었다. 단단하고 섬세한 필체, 그의 배트맨 작화(作畫)는 단연 독보적인 예술의 경지로 평가받는다. 한 남성 팬이 외쳤다. “새해 첫날 짐 리가 배트맨 그리는 걸 눈앞에서 보다니. 이게 해돋이지.” 구석에 앉아 있던 열다섯 살짜리 한국인 소녀가 쭈뼛쭈뼛 다가와 짐 리에게 자신의 그림을 내밀었다. 만화가가 꿈이라고 했다. “정말 대단해.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웠구나. 그래야 뛸 수 있지.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니?”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응원하셨나요?
“제가 만화책 보는 걸 안 좋아하셨어요. 내다 버리곤 하셨죠. 그럼 저는 다시 주워오고요.”
–어떤 아이였나요?
“유년을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냈어요. 중서부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숲에서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도끼로 친구의 발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 산 채로 해부하려고도 하고….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컸죠. 핸드폰 같은 건 없었으니까.”
모든 꼬마가 그렇듯, 판타지를 사랑했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악당을 깨부수는 만화. “멋지잖아요. 오로지 그 이유였어요.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죠. 수퍼맨도 나처럼 다른 행성에서 온 완전한 이방인이었고, 그래서 그의 외로움에 공감했다는 걸요. 당시엔 한국에서 왔다는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어요. 수퍼맨은 평범한 사람처럼 변장할 때 안경을 쓰곤 하는데, 그건 저도 쓰던 방법이었죠.” 그랬던 그는 2024년 미국 카네기재단이 발표한 ‘위대한 이민자 10인’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모교 프린스턴대학교 이사회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그래서 꿈이….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가 되기는 싫었어요. 아, 사람들을 돕고 싶지 않다(웃음). 사실 대학 졸업 전에 모든 준비는 다 했어요. 의대 예비 과정인 유기화학 같은 과목도 전부 수강했어요. 의학대학원 입학시험인 MCAT도 치렀고, 추천서도 받아놨고, 필요한 건 다 했어요. 부모님이 원하셨고 저도 꽤 잘했어요. 그 길로 갔다면 문제없이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 자신이 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짐 리가 그린 배트맨 스케치. "수백 번이나 그렸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며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만 항상 예상했던 방식은 아니라는 게 바로 스케치의 묘미"라고 했다.
–후회는 없었나요?
“의대에 억지로 진학한 한국인들이 항상 걱정돼요. 그런 의사에게 수술받기 싫잖아요. 제 만화책은 언제든 펼쳐도 좋지만, 제 몸은 만지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 반응은요?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먼 나라로 떠나왔는데, 장남이라는 녀석이 바지 위에 팬티를 걸쳐 입는 수퍼히어로나 그리겠다고 하니…. 부모가 돼 보니 그 심정을 알겠어요. 울고불고 싸우다 ‘딱 1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증명해야 했어요. 내 힘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침대 옆에 제도용 책상을 놓고, 알람시계를 맞춰놨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몸을 굴려 의자에 앉아서는 12시간씩 웅크려 그렸다. 손가락 신경이 짓눌리는, 체질을 바꾸는 혹독한 훈련. “보다 못한 아버지가 어깨를 뒤로 젖혀주는 보호대를 사주셨다”고 했다. 투고와 거절이 반복됐다. “우편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뉴욕 만화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 출판사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여줬죠.” 마블코믹스에서 연락이 왔다. 1987년이었다.
–증명했군요.
“첫해 2만1000달러(약 3000만원) 정도 벌었을 거예요. 해결책은 그거예요. 집을 사드리세요. 그게 제가 어머니께 한 일이었죠. 대학 등록금을 모두 갚았고요. 그제야 이게 진짜 직업이라는 걸 이해하셨어요.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해요.”
◇거장이 되는 가장 단순한 방법
짐 리가 1991년 그려 역대 만화책 최다 판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엑스맨 #1’. /마블코믹스
짐 리는 별다른 도구를 쓰지 않았다. 연필 선 위에 붓질을 더하고, 구긴 휴지에 잉크를 묻힌 뒤 종이에 비벼 밤의 배경을 만들었다. 하이라이트 효과를 위해 수정액(화이트)을 집어든 그가 “혹시 플라스틱 같은 거 있나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건네자, 카드 모서리에 수정액을 조금씩 묻혀가며 흰 빗금을 그었다. 순식간에 그림에 극적인 아우라가 생겨났다. 기자 옆에 있던 다른 만화가가 “그 카드, 가보로 간직하라”고 귀띔했다.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그림의 90%는 뇌입니다. 가장 큰 도구는 손이 아니라 머리죠. 배경에 넣을 가게 간판을 그릴 때조차 생각을 해야 해요.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의 전체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아무거나 그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친구나 가족을 떠올립니다. 그들이 가게를 차린다면 어떤 가게일까? 로고는? 글씨체는?”
–심리학 전공이 도움이 됐나요?
“정말로요. 캐릭터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니까요. 여러 성격에 대한 통찰을 주죠. 배트맨이든 조커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서도요.”
대학 때 배운 마임(mime·표정과 몸짓만으로 이뤄진 연극)도 응용했다. 과거 ‘마블코믹스의 아버지’로 불린 만화가 스탠 리(Stan Lee)와의 대담에서 짐 리는 “판토마임은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게나 저항이 느껴지는 착각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만화도 비슷하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거니까요. 누군가 위협적이라면 정말 거대하게 그리고,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면 바퀴가 공중에 뜨고 연기가 나고 종이가 흩날리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 디테일이 중요해요.”
–배움은 언제든 쓸모가 있군요.
“만화만 보지 말고 소설도 읽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하기 전에 요령부터 알고 싶어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거예요. 하다 보면 배우게 됩니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수퍼맨' 촬영장에서 제작진과 함께 선 짐 리(맨 앞 왼 쪽). /인스타그램
작화가를 넘어 캐릭터와 세계관을 창조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1992년 와일드스톰 프로덕션과 이미지코믹스를 공동 설립했다. 오랜 친구인 한국계 미국 만화가 브랜던 최(Brandon Choi) 등과 함께 아시아계 수퍼히어로 ‘그레일’ ‘그런지’ 등을 세상에 내놨다. 와일드스톰은 1998년 DC코믹스에 인수됐고, 이미지코믹스는 미국에서 셋째로 큰 만화 회사로 성장했다. 2010년 DC코믹스로 이적한 짐 리는 만화·영화·게임 등 각종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수퍼히어로 월드를 확장하고 있다.
–창작과 경영, 병행이 되나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지금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화를 한쪽이라도 더 그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만화가는 궁극적으로 이야기꾼이잖아요. 궁금하게 하고 계속 읽게 만드는 사람. 비즈니스는 창작의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돼요. 비즈니스를 모르면 이야기를 오래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계약서를 읽고 숫자를 봅니다. 예술을 더 오래 하기 위해서요.”
–뭐가 가장 힘든가요?
“커리어 단계마다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가족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요. 얼굴 하나를 그리든, 캐릭터 열 명을 그리든, 최소 8~10시간은 걸리거든요. 늘 깨어 있어야 하거든요. 크리스마스든 추수감사절이든, 심지어 지금 1월 1일 밤에도 배트맨을 그리고 있잖아요.”
–성공의 비결일까요?
“매일 10시간씩 혼자 뭔가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자신을 믿어도 됩니다.”
◇한국계 수퍼히어로, 세계로
DC코믹스에서 출간한 새 한국계 수퍼히어로 만화책 '시티보이'. 한국 만화가 정민규, 한국계 미국인 부친을 둔 스토리 작가 그레그 팩이 집필했다. /DC코믹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뭔가요?
“아무래도 배트맨이나 울버린에 애착이 가죠. 워낙 오랫동안 그렸으니까요.” 짐 리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미국 만화가 밥 레이턴(Bob Layton)이 한마디 거들었다. “여기 45년간 아이언맨을 그린 사람도 있다오.”
–악당도 좋아하세요?
“모든 캐릭터를 사랑해요. 시시한 캐릭터조차도요. ‘좋아, 이걸 어떻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하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건 누군가가 ‘이거 대충 그렸군’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서둘렀군’의 다른 말이죠.”
세상은 빨라지고 있다.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지난해 10월 짐 리는 뉴욕 코믹콘에서 “내가 있는 한 DC코믹스는 결코 생성형 AI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만화 역시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일은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그릴 때 실수를 많이 합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번짐, 거침, 망설임, 그것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뭔가 정성스레 만들어졌다는 것,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다는 것을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네요.
“예술가는 항상 약자였습니다.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요.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서두르지 않아요. 월급을 받기 위해 페이지를 억지로 찍어내지 않습니다. 만화의 즐거움은 완성의 과정에 있습니다. 이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만약 AI로 만화책을 생산한다면, 팬들은 대체 뭘 구매하는 걸까요?”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미국 코믹스 매장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Z세대 독자의 대거 유입으로 수집가 중심이던 만화책 시장이 실제 독서를 위한 구매 중심으로 전환”됐고 “이들이 만화 가게가 제공하는 대면 커뮤니티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는 분석. 진입 장벽을 더 허물기 위해 만화 회사 측도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복잡한 설정을 싹 걷어내는 한편, 국적별 수퍼히어로를 잇따라 생산해 팬층을 넓히고 있다. DC코믹스는 탈북자 수퍼히어로(안광조·드래곤손)까지 내놨다.
북한에서 TV로 몰래 해외 방송을 봤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당하다가 초대형 게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으로 탈북에 성공하는 수퍼히어로 안광조. /DC코믹스
–더 나올까요?
“한국은 독특한 이야기를 위한 좋은 토양을 갖췄어요. 남북 분단 현실도 그중 하나고요. 한국 작가들의 활동은 이미 시작됐죠. 다만 캐릭터에 한국적 외모를 부여하고 한국식 능력을 투입하는 게 전부가 될 수는 없어요. 더 깊이 들어가야 해요. 한국 역사와 스토리텔링에는 아직 활용하지 못한 자원이 많으니까요.”
밤 10시, 짐 리의 손에서 배트맨 드로잉이 완성됐다. 서명을 한 뒤 트로피처럼 들어 보이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남성 팬이 그에게 피로 회복을 위한 영양제를 선물했다. 완성된 그림은 곧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짐 리가 “미흡한 부분을 조금 손봐서 내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아무리 작아도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만화란 무엇입니까.
“이 업계는 쉽지 않습니다. 성공했다고 느껴도, 언제든 끝날 수 있죠. 그래서 커뮤니티가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이 장소처럼요. 이런 만남이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제가 그린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는 걸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계속 그릴 건가요?
“그릴 수 있는 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손이 떨려도 눈이 안 보여도 방법은 있습니다.”
–초능력 같은 게 생겼나요?
“뭔가 달라지기는 했죠.”
교통사고 이듬해인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초인적인 실력을 온라인릴게임 과시하며 그는 만화가 짐 리(Jim Lee·62)가 됐다. 한국 이름 이용철.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으로 유명한 미국 수퍼히어로 만화 92년 역사의 본산 DC코믹스 대표(President)를 맡고 있다. 명실상부 업계 레전드로 군림하는 남자. 손으로 거미줄을 쏘거나 눈에서 광선을 내뿜는 별종들을 그려내며 대박을 터뜨렸는데, 일례로 그가 199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1년 그린 ‘엑스맨 #1’은 단일 만화책 최다 판매(810만부)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그가 서울에 왔다. 1월 1일, 하늘을 날아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수퍼맨·배트맨·원더우먼…. 웬만한 수퍼히어로는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2024년 뉴욕 코 손오공게임 믹콘 참석 당시 짐 리의 사진을 배경으로 짐 리의 대표작 표지를 합성했다. /게티이미지·DC코믹스
역시 만화 같은 일이었다. 올해 데뷔 40년 차, 미국 최대 만화 회사를 거느린 거장의 첫 한국 팬 미팅은 대규모 박람회장도 멀티플렉스도 아닌, 동네 만화 가게에서 치러졌다. 독자들과 둘러앉아 콜라를 손오공게임 홀짝이며 함께 그림 그리고 추후 경매에 부쳐 수익금은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드링크 앤 드로’(drink and draw) 행사. 이날 밤 8시, 서울 장안동 미국 코믹스 전문점 ‘DCC카페’는 팬들로 초만원이었다. 70평 실내가 인파로 꽉 찼다. 안전사고 우려로 입장을 제한할 정도였다. 입장과 동시에 “이용철! 이용철!” 광란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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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 사이에 특히 젊은 층에게서 열기가 뜨거워졌어요. 이분들이 태어나기 전, 그것도 수십 년 전에 나온 만화에 이토록 열광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은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좋은 나라예요. 왕조·식민지·전쟁 등 역사적 층위도 다채롭고, 로맨스·서스펜스·판타지 등 여러 장르에 열려 있죠. 회사 내부에서 한국 캐릭터와 한국 이야기를 더 많이 창조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짐 리가 대표로 취임한 2023년, DC코믹스는 새 한국계 수퍼히어로 캐릭터 ‘시티보이’를 내놨다. 도시와 생물처럼 소통하는 초능력 소년.
한복 차림으로 모친과 나란히 앉은 유년의 짐 리(맨 왼쪽). /인스타그램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나요?
“미국 건너가기 전에도 수퍼맨을 봤어요. TV에서 ‘황금박쥐’를 본 기억도 나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그는 ‘황금박쥐’를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소리 냈다. 1967년 전파를 탄 최초의 한·일 합작 만화영화. 머리는 해골이요, 황금빛 몸으로 레슬링 장화를 신고 신출귀몰 악당을 궤멸한다. “망토도 두르고 있죠. 여러모로 수퍼히어로의 선구자예요.” 영어를 전혀 못 하던 어린 짐 리가 미국에서 처음 알아본 존재도 그들이었다. 정의의 용사, 약자의 친구.
–미국은 왜 가셨나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였죠. 네, 아메리칸 드림이요. 부모님은 북한에서 오셨고 전쟁을 겪었어요. 안정된 삶을 원했어요. 제 교통사고 이후에 특히 더 그러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의사였죠. 저 역시 의사가 되길 원하셨고요. 의사는 안정된 삶의 동의어였어요.” 그는 기대에 부응하며 착실히 공부했고, 미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다른 꿈이 자라고 있었다.
◇수퍼히어로의 고독
지난 1일 밤 서울 장안동의 미국 코믹스 전문점 ‘DCC카페’에서 배트맨 드로잉을 완성한 뒤 팬들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는 짐 리. 이번 방한은 DCC카페를 운영하는 조이 크로너·안양주 부부의 수 년에 걸친 섭외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상혁 기자
짐 리가 종이와 연필을 집어 들었다. 슥슥, 스케치를 시작하자 남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배트맨이었다. 단단하고 섬세한 필체, 그의 배트맨 작화(作畫)는 단연 독보적인 예술의 경지로 평가받는다. 한 남성 팬이 외쳤다. “새해 첫날 짐 리가 배트맨 그리는 걸 눈앞에서 보다니. 이게 해돋이지.” 구석에 앉아 있던 열다섯 살짜리 한국인 소녀가 쭈뼛쭈뼛 다가와 짐 리에게 자신의 그림을 내밀었다. 만화가가 꿈이라고 했다. “정말 대단해.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웠구나. 그래야 뛸 수 있지.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니?”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응원하셨나요?
“제가 만화책 보는 걸 안 좋아하셨어요. 내다 버리곤 하셨죠. 그럼 저는 다시 주워오고요.”
–어떤 아이였나요?
“유년을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냈어요. 중서부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숲에서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도끼로 친구의 발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 산 채로 해부하려고도 하고….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컸죠. 핸드폰 같은 건 없었으니까.”
모든 꼬마가 그렇듯, 판타지를 사랑했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악당을 깨부수는 만화. “멋지잖아요. 오로지 그 이유였어요.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죠. 수퍼맨도 나처럼 다른 행성에서 온 완전한 이방인이었고, 그래서 그의 외로움에 공감했다는 걸요. 당시엔 한국에서 왔다는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어요. 수퍼맨은 평범한 사람처럼 변장할 때 안경을 쓰곤 하는데, 그건 저도 쓰던 방법이었죠.” 그랬던 그는 2024년 미국 카네기재단이 발표한 ‘위대한 이민자 10인’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모교 프린스턴대학교 이사회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그래서 꿈이….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가 되기는 싫었어요. 아, 사람들을 돕고 싶지 않다(웃음). 사실 대학 졸업 전에 모든 준비는 다 했어요. 의대 예비 과정인 유기화학 같은 과목도 전부 수강했어요. 의학대학원 입학시험인 MCAT도 치렀고, 추천서도 받아놨고, 필요한 건 다 했어요. 부모님이 원하셨고 저도 꽤 잘했어요. 그 길로 갔다면 문제없이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 자신이 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짐 리가 그린 배트맨 스케치. "수백 번이나 그렸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며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만 항상 예상했던 방식은 아니라는 게 바로 스케치의 묘미"라고 했다.
–후회는 없었나요?
“의대에 억지로 진학한 한국인들이 항상 걱정돼요. 그런 의사에게 수술받기 싫잖아요. 제 만화책은 언제든 펼쳐도 좋지만, 제 몸은 만지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 반응은요?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먼 나라로 떠나왔는데, 장남이라는 녀석이 바지 위에 팬티를 걸쳐 입는 수퍼히어로나 그리겠다고 하니…. 부모가 돼 보니 그 심정을 알겠어요. 울고불고 싸우다 ‘딱 1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증명해야 했어요. 내 힘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침대 옆에 제도용 책상을 놓고, 알람시계를 맞춰놨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몸을 굴려 의자에 앉아서는 12시간씩 웅크려 그렸다. 손가락 신경이 짓눌리는, 체질을 바꾸는 혹독한 훈련. “보다 못한 아버지가 어깨를 뒤로 젖혀주는 보호대를 사주셨다”고 했다. 투고와 거절이 반복됐다. “우편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뉴욕 만화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 출판사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여줬죠.” 마블코믹스에서 연락이 왔다. 1987년이었다.
–증명했군요.
“첫해 2만1000달러(약 3000만원) 정도 벌었을 거예요. 해결책은 그거예요. 집을 사드리세요. 그게 제가 어머니께 한 일이었죠. 대학 등록금을 모두 갚았고요. 그제야 이게 진짜 직업이라는 걸 이해하셨어요.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해요.”
◇거장이 되는 가장 단순한 방법
짐 리가 1991년 그려 역대 만화책 최다 판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엑스맨 #1’. /마블코믹스
짐 리는 별다른 도구를 쓰지 않았다. 연필 선 위에 붓질을 더하고, 구긴 휴지에 잉크를 묻힌 뒤 종이에 비벼 밤의 배경을 만들었다. 하이라이트 효과를 위해 수정액(화이트)을 집어든 그가 “혹시 플라스틱 같은 거 있나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건네자, 카드 모서리에 수정액을 조금씩 묻혀가며 흰 빗금을 그었다. 순식간에 그림에 극적인 아우라가 생겨났다. 기자 옆에 있던 다른 만화가가 “그 카드, 가보로 간직하라”고 귀띔했다.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그림의 90%는 뇌입니다. 가장 큰 도구는 손이 아니라 머리죠. 배경에 넣을 가게 간판을 그릴 때조차 생각을 해야 해요.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의 전체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아무거나 그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친구나 가족을 떠올립니다. 그들이 가게를 차린다면 어떤 가게일까? 로고는? 글씨체는?”
–심리학 전공이 도움이 됐나요?
“정말로요. 캐릭터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니까요. 여러 성격에 대한 통찰을 주죠. 배트맨이든 조커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서도요.”
대학 때 배운 마임(mime·표정과 몸짓만으로 이뤄진 연극)도 응용했다. 과거 ‘마블코믹스의 아버지’로 불린 만화가 스탠 리(Stan Lee)와의 대담에서 짐 리는 “판토마임은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게나 저항이 느껴지는 착각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만화도 비슷하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거니까요. 누군가 위협적이라면 정말 거대하게 그리고,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면 바퀴가 공중에 뜨고 연기가 나고 종이가 흩날리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 디테일이 중요해요.”
–배움은 언제든 쓸모가 있군요.
“만화만 보지 말고 소설도 읽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하기 전에 요령부터 알고 싶어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거예요. 하다 보면 배우게 됩니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수퍼맨' 촬영장에서 제작진과 함께 선 짐 리(맨 앞 왼 쪽). /인스타그램
작화가를 넘어 캐릭터와 세계관을 창조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1992년 와일드스톰 프로덕션과 이미지코믹스를 공동 설립했다. 오랜 친구인 한국계 미국 만화가 브랜던 최(Brandon Choi) 등과 함께 아시아계 수퍼히어로 ‘그레일’ ‘그런지’ 등을 세상에 내놨다. 와일드스톰은 1998년 DC코믹스에 인수됐고, 이미지코믹스는 미국에서 셋째로 큰 만화 회사로 성장했다. 2010년 DC코믹스로 이적한 짐 리는 만화·영화·게임 등 각종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수퍼히어로 월드를 확장하고 있다.
–창작과 경영, 병행이 되나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지금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화를 한쪽이라도 더 그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만화가는 궁극적으로 이야기꾼이잖아요. 궁금하게 하고 계속 읽게 만드는 사람. 비즈니스는 창작의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돼요. 비즈니스를 모르면 이야기를 오래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계약서를 읽고 숫자를 봅니다. 예술을 더 오래 하기 위해서요.”
–뭐가 가장 힘든가요?
“커리어 단계마다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가족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요. 얼굴 하나를 그리든, 캐릭터 열 명을 그리든, 최소 8~10시간은 걸리거든요. 늘 깨어 있어야 하거든요. 크리스마스든 추수감사절이든, 심지어 지금 1월 1일 밤에도 배트맨을 그리고 있잖아요.”
–성공의 비결일까요?
“매일 10시간씩 혼자 뭔가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자신을 믿어도 됩니다.”
◇한국계 수퍼히어로, 세계로
DC코믹스에서 출간한 새 한국계 수퍼히어로 만화책 '시티보이'. 한국 만화가 정민규, 한국계 미국인 부친을 둔 스토리 작가 그레그 팩이 집필했다. /DC코믹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뭔가요?
“아무래도 배트맨이나 울버린에 애착이 가죠. 워낙 오랫동안 그렸으니까요.” 짐 리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미국 만화가 밥 레이턴(Bob Layton)이 한마디 거들었다. “여기 45년간 아이언맨을 그린 사람도 있다오.”
–악당도 좋아하세요?
“모든 캐릭터를 사랑해요. 시시한 캐릭터조차도요. ‘좋아, 이걸 어떻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하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건 누군가가 ‘이거 대충 그렸군’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서둘렀군’의 다른 말이죠.”
세상은 빨라지고 있다.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지난해 10월 짐 리는 뉴욕 코믹콘에서 “내가 있는 한 DC코믹스는 결코 생성형 AI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만화 역시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일은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그릴 때 실수를 많이 합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번짐, 거침, 망설임, 그것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뭔가 정성스레 만들어졌다는 것,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다는 것을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네요.
“예술가는 항상 약자였습니다.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요.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서두르지 않아요. 월급을 받기 위해 페이지를 억지로 찍어내지 않습니다. 만화의 즐거움은 완성의 과정에 있습니다. 이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만약 AI로 만화책을 생산한다면, 팬들은 대체 뭘 구매하는 걸까요?”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미국 코믹스 매장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Z세대 독자의 대거 유입으로 수집가 중심이던 만화책 시장이 실제 독서를 위한 구매 중심으로 전환”됐고 “이들이 만화 가게가 제공하는 대면 커뮤니티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는 분석. 진입 장벽을 더 허물기 위해 만화 회사 측도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복잡한 설정을 싹 걷어내는 한편, 국적별 수퍼히어로를 잇따라 생산해 팬층을 넓히고 있다. DC코믹스는 탈북자 수퍼히어로(안광조·드래곤손)까지 내놨다.
북한에서 TV로 몰래 해외 방송을 봤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당하다가 초대형 게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으로 탈북에 성공하는 수퍼히어로 안광조. /DC코믹스
–더 나올까요?
“한국은 독특한 이야기를 위한 좋은 토양을 갖췄어요. 남북 분단 현실도 그중 하나고요. 한국 작가들의 활동은 이미 시작됐죠. 다만 캐릭터에 한국적 외모를 부여하고 한국식 능력을 투입하는 게 전부가 될 수는 없어요. 더 깊이 들어가야 해요. 한국 역사와 스토리텔링에는 아직 활용하지 못한 자원이 많으니까요.”
밤 10시, 짐 리의 손에서 배트맨 드로잉이 완성됐다. 서명을 한 뒤 트로피처럼 들어 보이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남성 팬이 그에게 피로 회복을 위한 영양제를 선물했다. 완성된 그림은 곧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짐 리가 “미흡한 부분을 조금 손봐서 내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아무리 작아도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만화란 무엇입니까.
“이 업계는 쉽지 않습니다. 성공했다고 느껴도, 언제든 끝날 수 있죠. 그래서 커뮤니티가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이 장소처럼요. 이런 만남이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제가 그린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는 걸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계속 그릴 건가요?
“그릴 수 있는 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손이 떨려도 눈이 안 보여도 방법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