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중·고액 후원자 황보관현(왼쪽) 씨가 산타 복장을 하고 지역 아동센터에서 선물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깡패’ ‘다방아가씨’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어요. 이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 바닷바람을 맞으며 평생을 살아온 황보관현(66) 씨는 자신이 고향에서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8년째 초록우산 후원자로 살며 지역 곳곳을 누비는 그는 “구룡포 아이들이 잘되는 게 내 인생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골드몽사이트 어촌에서 성장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웃과 나누며 살았다. 워낙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해 언제가 처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젊은 시절 한얼향우회 활동을 하며 구룡포초 전교생을 데리고 어린이날 행사에 간 날, 수백 명의 아이가 환하게 웃던 모습이다. 당시 구룡포초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릴게임뜻 규모가 큰 학교였지만, 정작 아이들이 지역에서 도움을 받거나 함께 어울리는 행사는 거의 없었다. 그는 “그때 본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천진한 얼굴 뒤엔 안타까움도 컸다. 어촌 특성상 부모가 바다로 나가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돌봄 공백 속에 남았다. 황보 씨가 동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 바다이야기2 은 ‘깡패’ ‘다방아가씨’였다. 그는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게 너무 아팠다”며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지인들과 함께 ‘나눔 장터’를 열어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파전을 부치고, 헌옷과 소품을 팔며 마련한 돈은 포항 최초의 민간형 돌봄센터인 ‘꾸러기마을’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 손오공게임 9년 초록우산과 구룡포 아동복지위원회가 함께 약 1억4000만 원을 들여 조성된 이 센터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지역 학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돌봄 공간이다.
학교가 끝난 아이들은 이곳에서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때로는 악기 수업도 들었다. 황보 씨는 “고개만 숙이고 걷던 아이들이 어느 날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될래요’라고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말하기 시작했다”며 “꾸러기마을은 돌봄 공간을 넘어 아이들 삶의 출발점을 바꾼 곳”이라고 말했다.



꾸러기마을을 운영하면서 초록우산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구룡포 아동복지위원회’를 꾸려 긴급지원과 생활필수품 지원을 이어갔고, 초록우산이 지역 아동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초록우산의 체계와 지역위원회의 네트워크가 만나 아이들에게 더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그때부터 초록우산은 단순한 기부기관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주는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든 것도 초록우산과 함께해서 가능했다. 황보 씨는 초록우산과 함께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작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같은 악기들이 낯설고 어려워 아이들이 금방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연습실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열정이 끊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몇 달, 몇 년을 연습한 아이들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올렸다. 떨리는 손으로 악기를 쥐고 무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조명이 켜지는 순간 달라졌다고 한다. 황보 씨는 “손가락이 아프고, 음이 맞지 않아 속상해도 서로 격려하면서 ‘우리 다음엔 더 잘하자’던 그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며 “공연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지역 다문화가정 아동의 주거 지원에 나섰다. 지역 학교로부터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옷차림도 늘 걱정스러운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양육 환경이 불안정해 집에서도 편히 쉬지 못하던 아이였다. 황보 씨는 초록우산과 지역 후원자들과 함께 기금을 모아 생활용품을 마련하고 후원금을 더해 아이가 최소한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봉사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저는 일종의 ‘초능력(초록빛 능력)’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낡은 신발로 학교를 오가거나 전기가 끊긴 방에서 잠들어야 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옆에서 손을 잡아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초록우산 전국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황보 씨는 “도움을 주는 건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아이들에게 더 큰 마음의 선물을 받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나눔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순환이라는 것이다. 그는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결국 지역을 바꾼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린아 기자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