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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에는 수많은 무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이들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스타보다 원하는 만큼 오래 예술가로 삶을 영위하기를 꿈꾼다. CJ ENM 제공
릴게임갓
연뮤덕후로 5년째 살고 있다. 작년 한 해 관극 횟수가 한 달 평균 32회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3시간 전후를 공연장에서 관객으로 지낸 셈이다. 매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가끔은 해외 각지의 공연장으로 출근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 절정인 중1 아이 때문이다. 묵언수행하는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버킷리스트에 담은 작 황금성릴게임 품을 함께 보러 다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는 유명 공연도 좋아했지만, 유달리 극예술 동아리와 대학 연기과 발표회, 작은 극단 공연을 선호했다. 덕분에 청(소)년 예술가들의 데뷔 무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지난 연말 역시 그런 시즌이었다.
청년 연극인들의 쇼케이스 공연을 매일 찾아다니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원로배우 바다이야기게임장 신구·박근형이 주축이 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조성한 ‘연극내일기금’ 운용에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 창작진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발표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작, 오경택 연출, 파크컴퍼니 제작)로 전국 투어공연 전회차 매진 기록을 세워 한국 연극사를 다시 쓴 신구·박근형 콤비의 숙원을 실행하는 주체가 청년 우주전함야마토게임 연극인들이 주축인 ‘프로젝트 3일’이라니. “딱 3일만 모든 것을 다 접고 모여서 온전히 연극에 몰입해보자”며 중지를 모은 청년 연극인들의 순수 연극 운동이 ‘프로젝트 3일’임을 잘 알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존중받는 첫 무대
수많은 데뷔 쇼케이스 중 관람 내내 함박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껴안았던 공연은 아동·청소년 배우들이 참여한 ‘꿈의 극단’(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의 레퍼토리 낭독극 <곰과 아이들>(배해률 작, 조민영 연출)과 <비밀 대본>(허선혜 작, 변영진 연출)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대사를 ‘잘’ 외운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의식과 감정을 연극 언어로 처음 발화하는 공동 창작자로 무대에 서 있었다.
. 국립극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6121iktl.jpg" data-org-width="1200" dmcf-mid="FDKn4cQ9S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6121iktl.jpg" width="658">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들의 쇼케이스 ‘어떤 연극’ 시리즈 중 <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립극단 제공
보통 청소년 연극은 교육 과정의 일부로 다뤄진다. 기존 희곡을 차용하거나, 수업 시간에 공동 창작한 대본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꿈의 극단’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동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들이 청소년의 입장과 상상력을 고려해 새롭게 희곡을 집필하고 연출가와 무대 미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무대 미학을 연구했다. 교육자가 아니라 동료 창작자로서 동등한 창작 주체로 청소년들을 존중하며 협업했다.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완성도를 낮추지 않았고, 메시지를 단순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지금 이 아이들이 이 언어를 만난다면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너는 존중받는 창작 주체’라는 경험을 구조적으로 제공하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청소년기의 무대가 ‘예술가로 존중받는 첫 경험’이었다면, 청년기의 무대는 그 이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다. 뮤지컬 <#0528>(동한 얀·아이비 양 작, 월터 후 작곡, 김태형 연출, 장우성 윤색·작사)과 뮤지컬 <물랑루즈!>(존 로건 극본, 알렉스 팀버스 연출, 조지선 한국 협력 연출, 김수빈 한국어 대본·가사)는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0528>은 청년 예술가의 삶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디션은 계속 떨어지고, 생활은 불안정하며, 관계는 농담으로 봉합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늘 무언가를 준비하지만 데뷔하는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이 선택한 언어는 ‘웃픈’ 감정이다. <물랑루즈!> 역시 화려한 언어로 예술과 사랑, 자유를 노래하지만, 그 이면에는 예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소모가 선명하게 놓여 있다. 청년 예술가의 삶은 언제나 ‘과정 중’에 있으며, 그 과정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이때 웃음은 계속 무대에 남아 있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구조의 문제가 등장한다.
. 국립극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7568zqog.jpg" data-org-width="1200" dmcf-mid="3xRwnlaeh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7568zqog.jpg" width="658">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들의 쇼케이스 ‘어떤 연극’ 시리즈 중 <죽음들>. 국립극단 제공
얇게 넓히기보다 깊게 책임지는 방식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 연극제 ‘어떤 연극’ 시리즈는 이 구조의 문제에 대한 자생력을 키우는 간절함의 응축이다. 매년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년 교육단원들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배우와 창작진의 꿈을 안고 달려온 간절함의 화신들이다. 78명의 교육단원이 선보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 작, 박예림·추민주 각색, 홍성연 연출), <금조 이야기>(김도영 작, 신재훈 연출), <전화벨이 울린다>(이연주 작, 최여림 연출), <죽음들>(황정은 작, 윤성호 연출) 등은 청년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이 온전히 녹아든 경연장이자 최소한의 생존을 향한 열망의 장이었다. 특히 <죽음들>에서 30대 전후 청년 연극인들이 삶과 죽음을 다루는 순수한 열정은 태어나는 그 순간 죽음과 마주하는 인생의 이면을 진솔하게 돌아보도록 이끌었다. 국립극단 레퍼토리로 삼아도 손색없는 완성도였다. 이들 무대가 증명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을 증명할 기회가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다.
2024년 3월, 중진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연극 운동 ‘프로젝트 3일’은 바로 이런 시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미 연극계에 다양한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 강훈구(공놀이클럽), 김수정(극단 신세계), 김정(프로젝트 내친김에), 오세혁(네버엔딩플레이), 이준우(극단 베다), 정진새(극단 문) 등 6인의 연출가가 제안하고 함께 이끈 ‘프로젝트 3일’은 지난 2년 동안 8번의 연극인 캠프를 국내 각지와 일본에서 펼쳤다. 청년 예술가 육성 플랫폼이자 새로운 연극운동으로 아시아를 향해 확장 중이다. 이번 신구·박근형이 이끈 ‘연극내일 프로젝트’ 역시 그런 광폭 행보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공개된 지 일주일도 안 돼 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오세혁·강훈구·김정 연출을 비롯한 6인의 연출자는 지원자의 동영상과 서류를 꼼꼼히 직접 살피고 70명을 선발해 깊이 있는 오디션을 본 후 최종 30명을 선발했다. 오세혁 연출은 “신구·박근형 선생님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훌륭한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라며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을 끝까지 책임져 보기로 방향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활성화된 ‘꿈의 극단’, ‘프로젝트 3일’,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 ‘연극내일 프로젝트’ 등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프로젝트 3일’을 제안한 중진 연극인들은 이 선순환 속에서 언제나 지도자가 아니라 가장 먼저 몸을 던지는 동료의 위치로 자리한다. 오세혁 연출은 연극인을 꿈꾸는 청(소)년 예술가들이 하는 질문은 한결같다고 전한다. “어떻게 연극을 시작할 수 있는지, 어떻게 동료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연극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늘 궁금해한다. 오세혁 연출은 이 질문에 단일한 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이 질문들이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방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 선택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매일 방과 후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연뮤덕후 아이는 지금 예술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됐다. 이 아이들이 예술가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이제야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공연들은 대부분 1월 초에 막을 내렸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2월 22일까지. ‘연극내일 프로젝트’ 쇼케이스 공연은 4월 말에 있을 예정이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뮤지컬 <물랑루즈!>에는 수많은 무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이들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스타보다 원하는 만큼 오래 예술가로 삶을 영위하기를 꿈꾼다. CJ ENM 제공
릴게임갓
연뮤덕후로 5년째 살고 있다. 작년 한 해 관극 횟수가 한 달 평균 32회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3시간 전후를 공연장에서 관객으로 지낸 셈이다. 매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가끔은 해외 각지의 공연장으로 출근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 절정인 중1 아이 때문이다. 묵언수행하는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버킷리스트에 담은 작 황금성릴게임 품을 함께 보러 다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는 유명 공연도 좋아했지만, 유달리 극예술 동아리와 대학 연기과 발표회, 작은 극단 공연을 선호했다. 덕분에 청(소)년 예술가들의 데뷔 무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지난 연말 역시 그런 시즌이었다.
청년 연극인들의 쇼케이스 공연을 매일 찾아다니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원로배우 바다이야기게임장 신구·박근형이 주축이 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조성한 ‘연극내일기금’ 운용에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 창작진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발표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작, 오경택 연출, 파크컴퍼니 제작)로 전국 투어공연 전회차 매진 기록을 세워 한국 연극사를 다시 쓴 신구·박근형 콤비의 숙원을 실행하는 주체가 청년 우주전함야마토게임 연극인들이 주축인 ‘프로젝트 3일’이라니. “딱 3일만 모든 것을 다 접고 모여서 온전히 연극에 몰입해보자”며 중지를 모은 청년 연극인들의 순수 연극 운동이 ‘프로젝트 3일’임을 잘 알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존중받는 첫 무대
수많은 데뷔 쇼케이스 중 관람 내내 함박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껴안았던 공연은 아동·청소년 배우들이 참여한 ‘꿈의 극단’(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의 레퍼토리 낭독극 <곰과 아이들>(배해률 작, 조민영 연출)과 <비밀 대본>(허선혜 작, 변영진 연출)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대사를 ‘잘’ 외운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의식과 감정을 연극 언어로 처음 발화하는 공동 창작자로 무대에 서 있었다.
. 국립극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6121iktl.jpg" data-org-width="1200" dmcf-mid="FDKn4cQ9S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6121iktl.jpg" width="658">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들의 쇼케이스 ‘어떤 연극’ 시리즈 중 <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립극단 제공
보통 청소년 연극은 교육 과정의 일부로 다뤄진다. 기존 희곡을 차용하거나, 수업 시간에 공동 창작한 대본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꿈의 극단’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동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들이 청소년의 입장과 상상력을 고려해 새롭게 희곡을 집필하고 연출가와 무대 미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무대 미학을 연구했다. 교육자가 아니라 동료 창작자로서 동등한 창작 주체로 청소년들을 존중하며 협업했다.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완성도를 낮추지 않았고, 메시지를 단순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지금 이 아이들이 이 언어를 만난다면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너는 존중받는 창작 주체’라는 경험을 구조적으로 제공하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청소년기의 무대가 ‘예술가로 존중받는 첫 경험’이었다면, 청년기의 무대는 그 이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다. 뮤지컬 <#0528>(동한 얀·아이비 양 작, 월터 후 작곡, 김태형 연출, 장우성 윤색·작사)과 뮤지컬 <물랑루즈!>(존 로건 극본, 알렉스 팀버스 연출, 조지선 한국 협력 연출, 김수빈 한국어 대본·가사)는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0528>은 청년 예술가의 삶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디션은 계속 떨어지고, 생활은 불안정하며, 관계는 농담으로 봉합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늘 무언가를 준비하지만 데뷔하는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이 선택한 언어는 ‘웃픈’ 감정이다. <물랑루즈!> 역시 화려한 언어로 예술과 사랑, 자유를 노래하지만, 그 이면에는 예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소모가 선명하게 놓여 있다. 청년 예술가의 삶은 언제나 ‘과정 중’에 있으며, 그 과정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이때 웃음은 계속 무대에 남아 있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구조의 문제가 등장한다.
. 국립극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7568zqog.jpg" data-org-width="1200" dmcf-mid="3xRwnlaeh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weeklykh/20260109145927568zqog.jpg" width="658">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들의 쇼케이스 ‘어떤 연극’ 시리즈 중 <죽음들>. 국립극단 제공
얇게 넓히기보다 깊게 책임지는 방식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 연극제 ‘어떤 연극’ 시리즈는 이 구조의 문제에 대한 자생력을 키우는 간절함의 응축이다. 매년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년 교육단원들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배우와 창작진의 꿈을 안고 달려온 간절함의 화신들이다. 78명의 교육단원이 선보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 작, 박예림·추민주 각색, 홍성연 연출), <금조 이야기>(김도영 작, 신재훈 연출), <전화벨이 울린다>(이연주 작, 최여림 연출), <죽음들>(황정은 작, 윤성호 연출) 등은 청년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이 온전히 녹아든 경연장이자 최소한의 생존을 향한 열망의 장이었다. 특히 <죽음들>에서 30대 전후 청년 연극인들이 삶과 죽음을 다루는 순수한 열정은 태어나는 그 순간 죽음과 마주하는 인생의 이면을 진솔하게 돌아보도록 이끌었다. 국립극단 레퍼토리로 삼아도 손색없는 완성도였다. 이들 무대가 증명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을 증명할 기회가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다.
2024년 3월, 중진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연극 운동 ‘프로젝트 3일’은 바로 이런 시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미 연극계에 다양한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 강훈구(공놀이클럽), 김수정(극단 신세계), 김정(프로젝트 내친김에), 오세혁(네버엔딩플레이), 이준우(극단 베다), 정진새(극단 문) 등 6인의 연출가가 제안하고 함께 이끈 ‘프로젝트 3일’은 지난 2년 동안 8번의 연극인 캠프를 국내 각지와 일본에서 펼쳤다. 청년 예술가 육성 플랫폼이자 새로운 연극운동으로 아시아를 향해 확장 중이다. 이번 신구·박근형이 이끈 ‘연극내일 프로젝트’ 역시 그런 광폭 행보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공개된 지 일주일도 안 돼 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오세혁·강훈구·김정 연출을 비롯한 6인의 연출자는 지원자의 동영상과 서류를 꼼꼼히 직접 살피고 70명을 선발해 깊이 있는 오디션을 본 후 최종 30명을 선발했다. 오세혁 연출은 “신구·박근형 선생님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훌륭한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라며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을 끝까지 책임져 보기로 방향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활성화된 ‘꿈의 극단’, ‘프로젝트 3일’, ‘국립극단 청년 교육단원’, ‘연극내일 프로젝트’ 등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프로젝트 3일’을 제안한 중진 연극인들은 이 선순환 속에서 언제나 지도자가 아니라 가장 먼저 몸을 던지는 동료의 위치로 자리한다. 오세혁 연출은 연극인을 꿈꾸는 청(소)년 예술가들이 하는 질문은 한결같다고 전한다. “어떻게 연극을 시작할 수 있는지, 어떻게 동료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연극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늘 궁금해한다. 오세혁 연출은 이 질문에 단일한 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이 질문들이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방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 선택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매일 방과 후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연뮤덕후 아이는 지금 예술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됐다. 이 아이들이 예술가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이제야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공연들은 대부분 1월 초에 막을 내렸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2월 22일까지. ‘연극내일 프로젝트’ 쇼케이스 공연은 4월 말에 있을 예정이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