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예술의전당


해질 무렵 12월의 공연장은 언제나 축제다. 고요한 감동을 전하는 클래식 선율, 묵직한 사유를 전하는 연극, 일상의 해방감을 던지는 뮤지컬과 우아한 몸짓의 발레까지. 한 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공연들을 모았다. 



지휘자 정명훈 ⓒTakafumi Ueno


베토벤 합창부터 제야 음악회
클래식 음악계의 2025 황금성사이트 년 마무리도 베토벤의 ‘합창’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전 세계 곳곳의 상징적 장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레퍼토리. 특히 연말은 자유와 희망 인류애를 담은 이 곡의 의미를 담아 많이 울려 퍼진다.
정명훈 지휘의 KBS교향악단은 12월 24일 고양아람누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세종예술의전당, 30일 서울 세종문화회 야마토게임하기 관 대극장에서 합창 교향곡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등의 솔리스트와 함께 고양시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얍 판 츠베덴 지휘의 ‘합창’을 선보인다. 18일과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서울시향과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우경 릴게임꽁머니 , 베이스 심기환 등 솔리스트와 고양시립합창단, 성남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연말인 만큼 대중적 레퍼토리의 클래식 공연이 쏟아진다. 한경arte필하모닉은 12월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송년 음악회를 연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레퍼토리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지휘는 ‘젊은 바다이야기게임2  명장’ 홍석원이 맡는다.
예술의전당이 매년 마지막 날 여는 제야 음악회도 하이라이트. 공연과 야외 불꽃놀이, 카운트다운이 함께하는 송년 이벤트다. 올해는 2022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자상을 받은 지휘자 이얼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무대를 이끈다. 번스타인의 오페레타 <캔디드> 서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그리고 황금성슬롯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함께한다.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 ⓒGÜLCAN ACAR


거장급 아티스트의 무대도 연말에 쏟아진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가 전국 투어를 펼친다. <백건우 & 이무지치> 공연은 12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이어 전주·대구·부산·천안·창원에서 열린다. 이 공연에서 백건우는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고레츠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는 크리스마스 당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수미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그 밖에도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프로그램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24일, 예술의전당, 27일 롯데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24일 롯데콘서트홀)의 공연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펼쳐진다. 성남아트센터는 24일 앙트레 콘서트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최수열 지휘자와 한경arte필하모닉이 크리스마스캐럴,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 차이콥스키 <호두까지 인형> 모음곡 등으로 구성된 서정적 무대를 선보인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2024 호두까기 인형에서 마리로 데뷔한 김별이 호두까기 왕자 역의 하지석과 2인무를 하고 있다. 제공=국립발레단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공연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도 관객을 맞는다. 지방 투어를 시작한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은 12월 서울에서 송년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1816)을 원작으로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작곡, 페티파가 안무한 2막 발레다. 보통 48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감상할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5년 연속 <호두까기 인형>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는 공연에서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음악과 리틀엔젤스예술단의 합창이 매회 연주된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어린 클라라가 꿈속에서 어른이 되어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을 만나 과자 나라에서 겪는 환상의 여정을 그렸다. 이번에도 발레단의 스타들이 주역으로 총출동하는데, 총 일곱 커플 가운데 서울 무대에서 새로운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로 데뷔하는 장지윤과 이승민도 기대를 모은다.
국립발레단은 12월 1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의 안무가였던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버전으로 무대를 올린다. 여주인공 이름은 클라라가 아닌 마리이며, 1막부터 2막까지 주역 발레리나가 쭉 마리를 연기한다. 1막에서 소품으로 활용하던 호두까기 인형을 아예 어린이 무용수로 전환한 점도 이 버전의 특징. 2막의 춤추는 과자들은 이 버전에서 ‘크리스마스 인형들’로 바뀌어 마리와 호두까기 왕자의 여정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도록 개연성을 높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 사진=에스앤코


<라이프 오브 파이>부터 <물랑루즈!>까지
인도 소년 파이의 표류기를 그린 <라이프 오브 파이>는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캐나다 소설가 얀 마르텔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파이 이야기>를 무대화한 것으로, 화물선 침몰 사고를 당한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태평양을 표류하며 겪는 227일간의 생존기를 담았다. 기존 연극이나 뮤지컬의 형식에서 벗어나 거대한 폭풍우, 수평선과 맞닿은 광활한 밤하늘 등 무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을 거쳐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 5개 부문, 미국 토니상 3개 부문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 한국 초연 무대는 언어만 한국어로 바꾸고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옮긴 레플리카 형식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 역은 배우 박정민과 박강현이 맡는다. 이 외에 호랑이,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인형을 조종하는 퍼페티어도 참여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동물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구현할 예정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12월 2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물랑루즈. 제공=CJ ENM


붉은 조명으로 가득한 쇼 뮤지컬 <물랑루즈!>는 연말의 반짝이는 밤에 잘 어울리는 작품. 1899년 프랑스 파리 물랑루즈 클럽을 배경으로 물랑루즈의 가수 사틴과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배즈 루어먼 감독의 동명 영화(2001)가 원작으로, CJ ENM이 뮤지컬 공동 제작에 참여해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2021년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10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에선 언어만 바꿔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플리카 버전으로 2022년 초연했다. 물랑루즈를 상징하는 대형 풍차 소품의 경우 호주에서 5개월간 제작해 브로드웨이 작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였다고. 공연에서 사용한 전구만 2500개에 달하는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실제 파리 물랑루즈 클럽에 초대된 듯한 축제 분위기에 빠져든다.
비욘세의 ‘Single Ladies’, 시아 ‘Chandelier’ 등 유명 팝송 70여 곡을 조합한 곡도 귀를 즐겁게 한다. 공연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은 가족과 함께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차갑고 돈밖에 모르던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세 정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본 뒤 따뜻한 마음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 <팬텀>, <웃는 남자> 등에서 활약한 배우 리사와 서울시뮤지컬단의 이연경이 1인 3역으로 시공간을 오가는 3명의 정령을 연기한다. 스크루지 역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이경준과 한일경이 맡는다. 12월 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다.193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치명적인 로맨스 뮤지컬도 주목된다. 11년 만에 돌아온 <보니 앤 클라이드>다. 이 작품은 미국 대공황기에 실존한 범죄자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차량 절도와 강도를 거듭하며 세상을 뒤흔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7년 동명 할리우드 영화로 탄생한 뒤 2011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선 2013년, 2014년 공연 이후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지킬 앤 하이드>, <시라노> 등 다양한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이번 작품에도 참여했다. 재즈, 블루스, 컨트리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절묘하게 섞은 노래로,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전설적 범죄자가 되고 싶은 매력적인 청년 클라이드 배로 역에는 조형균·윤현민·배나라가 출연한다.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웨이트리스 보니 파커 역은 옥주현·이봄소리·홍금비가 맡는다. 12월 11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조민선/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