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처에서 여유부리며 놀기 가장 좋은 산은 어디일까? 머릿속에 정답처럼 떠오른 산이 있다. 경기도 양주시와 의정부시에 걸쳐 있는 사패산이다. 사패산은 552m 높이의 산으로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의 너른 바위는 느긋하게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기에 제격이다. 등을 대고 낮잠을 자기도 좋다. 건너편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만드는 풍경도 훌륭하다. 이것저것 배낭 가득 챙겨 사패산 정상 바위에서 제대로 여유부리고 올 작정이다.
'산에서 차 마시기'란 어찌보면 조화로운 행위지만 한편으론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땀 흘 바다이야기5만 리며 움직이는 산행의 속도감과 오롯이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은 사뭇 어울리지 않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어렵지 않은 산행의 난이도, 안성맞춤으로 고른 명당 바위가 둘 사이의 벽을 허물어주었다.



이번 다도 산행은 정재연씨와 함께했다. 그녀는 내 주변 산꾼 중 차를 전문적으 바다이야기오락실 로 배운 사람이다. 다양한 차가 가득 든 재연씨의 다구함이 탐났다. 오래전부터 그 상자를 그대로 사패산 정상으로 데리고 올라오고 싶은 마음을 품었다. "산에서 차 마실래요?"하는 제안에 재연씨는 흔쾌히 '좋다'며 동참해 주었다. 덕분에 사패산 정상에서 수많은 차를 마시며 '차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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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정상의 바위에서 지고 온 다구들을 하나씩 꺼낸다. 평평한 바위 위에 손수건을 깔고 한바탕 차 파티를 벌인다. 왼쪽으로는 도봉산 사패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오봉도 선명하다. 바위 건너편에는 북한산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봉우리들을 훑는다. 멋진 풍경을 곁들이니 다과보다 훌륭하다.
살 릴짱 살 부는 바람을 곁들여 차를 마신다. 파란 하늘과 초록색 산들을 배경으로 차를 따르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보온병을 열어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물을 주전자에 따른다. 찻잎을 우려내어 천천히 찻잔에 따른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바위 위에서의 평온한 오후다.



얼음으로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시원하게 우린 냉차부터 시작한다. 언덕을 치고 올라오며 흘린 땀을 식히고 나니 몸속에 여유가 감돈다. 이번엔 역사 깊은 찻집에서 공수해 왔다는 대만의 우롱 숙차를 꺼낸다. 우롱차 특유의 항긋함이 퍼진다. 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마신다. 재연씨는 셀 수 없이 많은 차를 하나씩 꺼내어 보여 주며 종류를 설명해 주었다. 나는 멀리 보이는 바위 능선을 하나씩 읊으며 인수봉의 아름다움을 설명해 주었다.



사패산 정상의 너른 바위는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넓고 평평하다. 낮잠 자기 최적의 바위다. 등을 대고 누우면 금세 시원한 기운이 퍼진다. 가만히 누워 하늘에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 있다 해가 지고 별이 뜨는 것까지 지켜보고만 싶다. 언젠가 식량을 두둑하게 챙겨와 하루 온종일 누워 하늘이 바뀌는 것을 구경해야겠다.
정상으로 가는 길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들어가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쉼터가 있다.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쉼터 옆으로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작은 폭포 옆에는 파란색 바가지가 걸려 있다. 콸콸 쏟아지는 폭포에 바가지를 들이미니 물이 튀어 바지가 다 젖었다. 아! 물맛 좋다.



회룡사거리 쉼터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은 산행 내내 딱 한 번 등장하는 힘든 구간이다. 약 1km 정도 이어지는 가파른 돌계단은 모두를 헉헉거리게 만들었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 작은 쉼터가 있다. 직전까지 인상을 '팍' 쓰고 있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찬다.



차를 마시기 좋은 산은?
1. 어렵지 않은 산
너무 길거나 험하지 않은 산이 좋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보온병, 다구 등의 짐을 챙겨야 한다. 가벼운 하산용 코스나 짧은 원점회귀 코스를 추천한다. 너무 가파르거나 암릉이 많은 코스는 장비 파손의 위험이 있으니 피하도록 한다.
2. 넓은 공간이 있는 산
마당바위나 전망데크 등 앉아서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좁은 정상이나 능선은 사람이 많거나 바람이 강해서 차를 마시기 어려울 수 있다.
3. 조망이 좋은 산
멋진 풍경은 차의 맛을 더욱 좋게 해준다. 맛있는 다과보다 훌륭한 역할을 한다. 조망 좋은 곳을 찾아 찻상을 펼쳐보자.



산에서 차를 마시면 좋은 이유



산행 중에는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급격하게 빠져나간다. 따뜻한 차는 체내에 천천히 흡수되어 탈수를 방지하며, 냉수보다 부담이 적고 흡수율이 좋다.
땀과 함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빠져나간다. 일부 차에는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성분이 있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산행 후 위장 활동이 약해졌을 때, 따뜻한 차는 소화를 도와주고 몸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카페인이 적당히 들어 있는 차는 가벼운 각성 작용으로 피로를 덜어주기도 한다.
사패산, 이름의 이유는?
사패산의 이름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사패賜牌'라는 고려·조선시대의 왕이 신하나 공신에게 하사하던 문서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조선 선조가 유정량에게 시집가는 딸, 정휘옹주에게 이 산을 하사하면서 '사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는 산의 모양과 관련이 있다. 산의 형태가 조개껍질을 닮아 '조개 패貝' 자를 써서 '사패산'이라 불렸다는 것이다.
오늘 산행 어땠어요?



너무 힘들지 않아 좋았어요. 그렇다고 마냥 쉽지도 않아서 더 좋았어요. 회룡사거리까지 오르막길에서 흘린 땀이 있어 정상에서 마신 차가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나들이하기 딱 좋은 산이었네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산이 있는 줄 몰랐어요! 산에 놀러가고 싶다는 친구를 데려오고 싶은 산 1순위 채택입니다.



산행길잡이
사패산은 정상으로 가는 모든 코스가 3시간 이내로 초보 등산객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등산로를 따라 산행 내내 계곡이 함께해 시원하게 산행할 수 있다. 대부분 경사가 심하지 않고 돌계단으로 잘 정비된 길이 이어진다.
회룡탐방지원센터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는 대표적인 사패산 산행 코스다. 회룡탐방지원센터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회룡폭포가 나오고 그후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완만한 숲길을 1km 정도 걸어 올라간 후 가파른 오르막길을 1km 더 오르면 회룡사거리에 도착한다. 회룡사거리에서부터 사패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길로 크게 힘이 들지 않는 구간이다. 정상 직전의 짧은 암릉 구간을 지나면 어렵지 않게 평평하고 넓은 사패산 정상 바위를 만날 수 있다.
하산은 지나왔던 회룡바위사거리로 돌아와 범골매표소 방향으로 한다. 호암사를 지난 후로는 아스팔트길이다.



출처 네이버 지도(https://map.naver.com/)


교통
사패산은 대중교통으로 산행하기 좋은 산이다.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이 지나는 회룡역에서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범골매표소 방향으로 하산한 후에는 다시 회룡역으로 돌아오거나 의정부경전철이 지나는 범골역으로 도보 이동하면 된다. 범골매표소에서 범골역까지는 약 20분, 회룡역까지는 약 25분 걸린다. 모두 걷기 좋은 평지길이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