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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없지만 한다며 씨가 자신도 느껴져 。심'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이혜란 기자]
거실 온도 25도에 발바닥 감촉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집 안에는 오븐에 구운 고구마의 잔향이 남았고 거실 탁자에는 열심히 까먹고 남은 귤 껍질이 놓여 있다. 고양이들도 훈훈한 바닥이 좋은지 배를 까고 누워 잔다. 시간은 오후 8시.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을 정리한 후 아이와 나는 간식을 들고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아이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아이는 아이패드의 그림앱을 켜고 펜슬을 잡는다. 나는 노트북의 한글 프로 사아다쿨 그램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늦게 귀가 하는 남편이 오기 전까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두 시간 즈음 우리 모녀는 내 세계의 창조주가 되어 이야기 속으로 빠진다.
소설 읽기에서 소설 쓰기로
바다이야기다운로드
▲ 소설 참고 자료 올해 당선작과 수상작을 읽어가며 공부한다
ⓒ 이혜란
오징어릴게임
학창 시절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로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을 조금은 무시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있지만 소설은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의 세계라는 게 와 닿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가짜 릴게임갓 이야기를 읽는 일이 어쩐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같은 시크한 멋이 있던 일본 작가들의 책과 국내 베스트셀러였던 <가시고기>,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소설들을 적당히 남들과 대화할 수 있을 만큼만 읽었다. 일본 소설은 멋있어 보였지만 우울한 정서가 맞지 않았고, 뽀빠이릴게임 한국 소설은 너무 슬퍼서 내내 울었지만 책장을 덮고서는 끝이었다. 그 시절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소설은 그게 전부였다.
내가 다시 책을 손에 잡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일과 육아라는 고된 줄다리기를 하며 위태롭게 지내던 시절에는 현실이 퍽퍽해 마음이 매일 빈곤해졌다. 어떤 이유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의 풍요를 채우려는 분명한 욕구가 있었다. 닥치는대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때 다시 소설도 시작됐다.
허구의 세상이라고만 느꼈던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순간들을 경험했다. 어떤 이야기 하나에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무심한 깨달음을 느끼고 부터는 더 이상 소설을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알고, 살아온 만큼만 보인다고 했던가. 첫 소설을 읽던 그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거대한 간극만큼 소설의 세계가 달라졌다.
▲ 소설 강의 과제 소설 강의에는 매주 과제가 있었다
ⓒ 이혜란
계속해서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는 일을 꿈꾸게 된다.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거지? 뭐부터 해야 할까? 무엇으로 시작하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처음은 내 마음대로 써보기로 했다.
새벽 글방 모임에 참여해 출근하기 전 1시간 동안 각자의 글을 쓰는 1년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니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엉망진창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두 편의 단편 소설이 나왔다. 분명 소설이지만 소설은 아니었다. 두 편 정도의 습작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소설 쓰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올 여름에는 현직 소설가에게 배우는 소설 쓰기 입문반 강의를 들었다. 6주차 동안 온라인 줌을 통해 소설 쓰기의 기본을 배웠고, 나머지 2주차 동안 각자 완성한 단편 소설에 대한 합평을 받았다. 5월 늦봄의 포근함으로 시작한 강의는 가만히 앉아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7월의 한여름에야 끝이 났다. 혼자 소설을 써보기는 했지만, 내 소설을 누군가가 읽고 피드백을 받는 낯 뜨거운 창작의 첫 경험이었다.
만화를 보던 아이가 그리기까지
▲ 아이패드로 만화 그리기 이비스 페인트 앱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 이혜란
ADHD가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 아이지만, 그런 아이가 줄곧 싫증내지 않고 꾸준히 해오는 것은 그림이다. 정확하게는 만화다. 모든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 캐릭터를 사랑한다.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급기야 만화까지 연재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썰레임이라는 애니메이션 창작 만화 유튜버의 팬카페였다. <꿈탈출: 꿈의 악마>의 열렬한 팬인 아이는 팬카페에 스스로 가입했다. 팬카페는 꿈의 악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자,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 자신의 그림을 올리고 서로 격려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아이는 그 안에서 자기의 손 그림을 올려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일을 즐겼다. 점차 활동하면서 자신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의 그림이 부러웠고, 자신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큰 마음을 먹고 아이패드를 사주었다. 아이는 아이드패드를 받자 그림 그리기 앱, 이비스 페인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프로그램 툴을 스스로 습득했다. 빈 화면에 그림을 그리고 저장하며 하나씩 자기의 작품들로 아이패드의 갤러리를 채워갔다.
▲ 아이의 만화 연재 꾸준하게 만화를 업로드 하고 있다
ⓒ 이혜란
그림 그리는 것이 익숙해지던 어느날, 자기도 만화를 연재하고 싶다고 하면서 창작한 만화 구성을 봐 달라는 것이다. <늑대인간과 동거>라는 그럴 듯한 제목까지 만들었다.
"좋네, 한번 그려봐. 재밌겠다."
격려 차원에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인데, 아이는 정말로 만화를 그렸고 연재를 시작했다. 이비스 페인트 프로그램 내 온라인 갤러리는 다수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일러스트, 만화, 애니메이션을 올릴 수 있고 그 중 아이는 만화 연재를 택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아이의 만화는 아직 그림이 엉성하고 대사 맞춤법은 틀렸으며 글자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다. 탑 순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어설펐지만, 그래도 매주 정해진 분량을 업로드 하고 반응을 살폈다. 아이는 이제 열 살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면 아이의 주체성 그 자체에 감탄했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긴 겨울밤, 우리의 세계가 열린다
겨울이 오면서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저녁 6시가 넘으면 깜깜한 창밖으로 어둠이 내린다.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으로, 각자 충실한 일상의 자아를 마치고 나면 겨울의 긴 밤이 시작된다. 우리는 제 할 일을 다한 후,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의 세계와 그 안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창작 친구이기도 하다. 아이의 만화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는 독자는 나이고, 내 소설의 아이디어를 아이에게 묻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곳의 세계에서 만큼은 엄마와 딸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작가이기 때문에 너무 솔직한 합평은 금물이다. 그랬다간 다음과 같은 말이 날아 들어온다.
"엄마 소설을 내가 그렇게 말하면 좋겠어?"
그렇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습작생이다. 습작생에겐 '너의 발전을 위한다'는 채찍보다는 '무조건 잘했다'는 당근이 최고다. 일단 우리에게는 이 취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내 소설도 아이의 만화도 분명히 엉망이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주는 창작의 즐거움에 흠뻑 몰입하며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도 이 밤은 아직 충분히 긴 것 같다.
《 group 》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 https://omn.kr/group/intro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기자 admin@slotnara.info
[이혜란 기자]
거실 온도 25도에 발바닥 감촉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집 안에는 오븐에 구운 고구마의 잔향이 남았고 거실 탁자에는 열심히 까먹고 남은 귤 껍질이 놓여 있다. 고양이들도 훈훈한 바닥이 좋은지 배를 까고 누워 잔다. 시간은 오후 8시.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을 정리한 후 아이와 나는 간식을 들고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아이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아이는 아이패드의 그림앱을 켜고 펜슬을 잡는다. 나는 노트북의 한글 프로 사아다쿨 그램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늦게 귀가 하는 남편이 오기 전까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두 시간 즈음 우리 모녀는 내 세계의 창조주가 되어 이야기 속으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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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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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로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을 조금은 무시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있지만 소설은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의 세계라는 게 와 닿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가짜 릴게임갓 이야기를 읽는 일이 어쩐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같은 시크한 멋이 있던 일본 작가들의 책과 국내 베스트셀러였던 <가시고기>,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소설들을 적당히 남들과 대화할 수 있을 만큼만 읽었다. 일본 소설은 멋있어 보였지만 우울한 정서가 맞지 않았고, 뽀빠이릴게임 한국 소설은 너무 슬퍼서 내내 울었지만 책장을 덮고서는 끝이었다. 그 시절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소설은 그게 전부였다.
내가 다시 책을 손에 잡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일과 육아라는 고된 줄다리기를 하며 위태롭게 지내던 시절에는 현실이 퍽퍽해 마음이 매일 빈곤해졌다. 어떤 이유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의 풍요를 채우려는 분명한 욕구가 있었다. 닥치는대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때 다시 소설도 시작됐다.
허구의 세상이라고만 느꼈던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순간들을 경험했다. 어떤 이야기 하나에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무심한 깨달음을 느끼고 부터는 더 이상 소설을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알고, 살아온 만큼만 보인다고 했던가. 첫 소설을 읽던 그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거대한 간극만큼 소설의 세계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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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는 일을 꿈꾸게 된다.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거지? 뭐부터 해야 할까? 무엇으로 시작하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처음은 내 마음대로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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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보던 아이가 그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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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 아이지만, 그런 아이가 줄곧 싫증내지 않고 꾸준히 해오는 것은 그림이다. 정확하게는 만화다. 모든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 캐릭터를 사랑한다.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급기야 만화까지 연재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썰레임이라는 애니메이션 창작 만화 유튜버의 팬카페였다. <꿈탈출: 꿈의 악마>의 열렬한 팬인 아이는 팬카페에 스스로 가입했다. 팬카페는 꿈의 악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자,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 자신의 그림을 올리고 서로 격려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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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차원에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인데, 아이는 정말로 만화를 그렸고 연재를 시작했다. 이비스 페인트 프로그램 내 온라인 갤러리는 다수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일러스트, 만화, 애니메이션을 올릴 수 있고 그 중 아이는 만화 연재를 택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아이의 만화는 아직 그림이 엉성하고 대사 맞춤법은 틀렸으며 글자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다. 탑 순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어설펐지만, 그래도 매주 정해진 분량을 업로드 하고 반응을 살폈다. 아이는 이제 열 살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면 아이의 주체성 그 자체에 감탄했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긴 겨울밤, 우리의 세계가 열린다
겨울이 오면서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저녁 6시가 넘으면 깜깜한 창밖으로 어둠이 내린다.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으로, 각자 충실한 일상의 자아를 마치고 나면 겨울의 긴 밤이 시작된다. 우리는 제 할 일을 다한 후,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의 세계와 그 안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창작 친구이기도 하다. 아이의 만화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는 독자는 나이고, 내 소설의 아이디어를 아이에게 묻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곳의 세계에서 만큼은 엄마와 딸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작가이기 때문에 너무 솔직한 합평은 금물이다. 그랬다간 다음과 같은 말이 날아 들어온다.
"엄마 소설을 내가 그렇게 말하면 좋겠어?"
그렇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습작생이다. 습작생에겐 '너의 발전을 위한다'는 채찍보다는 '무조건 잘했다'는 당근이 최고다. 일단 우리에게는 이 취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내 소설도 아이의 만화도 분명히 엉망이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주는 창작의 즐거움에 흠뻑 몰입하며 겨울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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