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2025 도전! J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수상 기업이 제주 관광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라는 브랜드는 더 이상 지역 특산품을 포장하는 이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제주의 바람과 돌, 숲과 로컬이 만들어온 감정과 리듬을 스스로 해석하고, 그 결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제시하는 주체가 됐습니다.관광을 보조하는 주변부가 아니라, ‘다음 제주’의 얼굴을 설계하는 중심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바다이야기비밀코드 28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2025 도전! J스타트업 데모데이’는 이 변화의 단면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7월부터 약 4개월간 진행한 관광 스타트업 성장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로, 제주 기반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과 성장 비전을 평가하는 데모데이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습니다.무대에 선 다섯 개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기업은 공통적으로 “제주라는 장소가 만들어낸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브랜드 언어로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제주가 품은 자연의 감도, 로컬의 생활 동선, 사람들의 체류 경험이 브랜드로 번역되고, 또 그 브랜드가 다시 제주 관광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흐름이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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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데이 현장에 전시된 제주 기반 브랜드들의 제품 라인업. (제주관광공사 제공)


■ 제주 스타트업, 관광업을 넘어 ‘문화의 제작자’로이번 데모데이는 이름만 바꾼 경진대회가 아니었습니다.
향후 몇 년 동안 세계 시장이 보게 될 ‘제주의 얼굴’을 쿨사이다릴게임 미리 만나는 자리였습니다.참여 기업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비즈니스 모델 진단, 중장기 전략 수립, 투자 유치 컨설팅, 관광 분야 코칭을 거치며 자신들이 해석한 ‘제주스러움’을 브랜드 구조 안에 녹여냈습니다.
상품 구성과 매출 규모보다, 그 브랜드가 마주 보고 있는 방향과 파급력, 제주 관광 생태계를 다시 짤 수 있는 구조적 힘이 평가의 온라인골드몽 핵심 기준이었습니다.이러한 기준은 이미 글로벌 도시와 관광 시장의 전략으로 자리 잡은 ‘플레이스 아이덴티티(Place Identity)’ 접근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장소가 가진 역사와 풍경, 감정과 기억이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그 정체성이 여행과 소비, 체류 방식을 결정한다는 관점입니다.데모데이의 경쟁력은 결국 “제주를 어떤 정체성을 가진 장소로 읽어냈는지, 그리고 그 해석을 브랜드 경험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옮겨왔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제주바솔트가 현무암의 질감과 색을 감각 경험으로 확장한 브랜드 공간 전경.


■ 현무암의 감각을 세계관으로 확장한 ‘제주바솔트’최우수상의 영예는 브랜드 ‘제주바솔트’를 운영하는 ㈜제주바솔트에게 돌아갔습니다.
제주바솔트는 제주 현무암이 가진 질감과 색, 무게감을 디저트와 음료, 굿즈 등으로 풀어내며 존재감을 키워온 브랜드입니다.데모데이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뷰티와 F&B, 바솔트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스테이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확장 전략을 제시했습니다.눈에 띄는 지점은 그 확장 방식입니다.
제품군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바솔트’라는 감각 경험을 중심에 두고 취향과 공간, 체류 방식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를 내놓았습니다.
현무암이라는 물성을 시각과 촉각, 후각과 미각, 공간감으로 촘촘히 번역해 소비자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제주를 경험하도록 설계했습니다.이 같은 방식은 최근 글로벌 브랜드 업계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멀티센서리 브랜드(Multisensory Brand)’ 전략과도 겹칩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해 기억과 감정을 깊이 각인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흐름 속에, 제주바솔트는 ‘현무암’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물성을 통해 제주라는 장소의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바솔트는 제주라는 장소성, 특히 돌의 물성과 색, 온기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브랜드 세계로 옮겨온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카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코코하’의 매장 전경.


■ 제주 카카오에 ‘시간과 풍토의 맛’을 입힌 ‘코코하’우수상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코코하’를 운영하는 ㈜카카오패밀리가 차지했습니다.
코코하는 구좌읍 세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정아 대표가 운영하는 카카오 브랜드로, 과테말라에서 경험한 코코아 문화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새롭게 해석한 브랜드 전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과테말라에서 만난 카카오를 세화리 공동체로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초콜릿·음료 라인을 만드는 과정 전체에 제주의 땅과 기후, 농업의 결을 서사로 부여했습니다.
과테말라 방식의 ‘원형에 가까운 카카오 문화’를 품되, 이를 세화리 로컬의 감정과 생활 방식 속에서 다시 번역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세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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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하가 강조한 지점은 ‘카카오라는 원료를 통해 제주를 어떻게 미식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카카오의 맛과 질감, 향을 단순히 제품 차별요소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세화리의 환경·사람·생활 동선과 연결된 미학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카카오가 자라온 토양의 결, 바람과 습도 같은 기후 조건, 그리고 이를 다뤄온 생산자들의 손길을 경험의 층위로 엮어내며 “제주의 땅에서 나온 카카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맛과 정체성”이라는 브랜드 언어를 설계했습니다.이는 세계 식품·음료 시장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헤리티지 테이스트(Heritage Taste)’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특정 지역의 역사와 풍토, 재배 방식이 만든 맛의 정체성을 감정과 스토리, 브랜드 경험과 연결해 프리미엄 가치를 만드는 접근입니다.코코하는 카카오를 통해 ‘제주의 땅과 시간, 농업의 결’을 맛의 언어로 번역하며, 제주를 하나의 미식 목적지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위드라이크가 선보인 K-푸드 중심의 스토리형 식문화 제품들.


■ 혁신상 세 브랜드, ‘제주의 다음 10년’을 미리 그리다혁신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음 10년의 제주 시장’을 해석한 세 기업에게 돌아갔습니다.‘㈜위드라이크’는 K푸드와 스토리 콘텐츠를 결합해 제주 특산물을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 식문화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식재료가 단순히 기념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건드리는 미식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향후 글로벌 지사 설립과 제주 관광 연계 상품 개발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에이비티제주’는 제주의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리트릿 캐빈을 기반으로, 공기와 고요, 숲의 시간성을 웰니스 자산으로 축적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제주의 숲이 주는 회복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중심으로 쉼과 일,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다시 짜는 아시아 웰니스 허브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리트릿(Retreat)’과 ‘슬로우 리빙(Slow Living)’ 트렌드를 제주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에이비티제주의 리트릿 캐빈 전경.


‘㈜씬오브제주’는 자연 기반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 제주의 빛과 바람, 계절이 옷감의 색과 형태로 스며드는 과정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있습니다.
법인 전환과 함께 브랜드 공간을 확장하고, 제주 자연을 해치지 않는 소재와 생산 방식을 연구하며 제주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 패션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이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핵심 가치로 자리 잡은 ‘서스테이너블 룩(Sustainable Look)’ 흐름을 제주만의 시간과 풍경으로 풀어낸 사례로 읽힙니다.■ J스타트업 공식 지정, 2026년부터는 생태계 전체 겨냥이번 ‘2025 도전! J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들은 제주관광공사와 관광진흥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제주 대표 관광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J스타트업’으로 공식 지정됩니다.지정 기업들은 2026년부터 제주관광공사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채널과 프로모션, 관광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개별 브랜드에 대한 지원을 넘어, 제주 관광 생태계 전체를 ‘브랜드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는 장기 전략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J스타트업 기업들은 제주 고유의 감성과 장소성을 브랜드 언어로 바꿔낼 수 있는 역량을 확인했다”며 “중장기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의 바람·빛·계절을 옷으로 옮기는 씬오브제주의 작업 공간.


■ 브랜드가 다시 쓰는 ‘제주에서의 하루’데모데이가 남긴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제주의 스타트업은 더 이상 관광 상품을 보완하는 주변부로 남지 않고, 앞으로 어떤 장소로 기억되고 또 어떤 감정의 공간으로 남을지 직접 설계하는 주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이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라기보다 “제주에서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기억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그 답을 만들어가는 창작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플레이스 아이덴티티’, ‘멀티센서리 경험’, ‘헤리티지 테이스트’, ‘서스테이너블 룩’이라는 글로벌 키워드는 이들의 발표 속에서 이론이 아니라, 이미 몸에 밴 실천기재로 작동했습니다.관광을 둘러싼 산업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 브랜드가 장소의 얼굴을 다시 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환의 한가운데, 제주가 서 있습니다.
2026년 J스타트업으로 공식 지정된 다섯 개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 시장에서 어느 지점까지 나아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 ‘제주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다시 쓸지.
게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2025 도전! J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수상 기업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