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제각기 올바른 삶의 영위를 포기하고 일탈에 자주 빠지는 모습을 보며, 저의 미래는 확신하기조차 어려운 머나먼 희망의 나라 대신, 이와 같은 현실의 바닥이 더욱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주 잠기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기를 쓰고 나아가야 한다는 밝은 미래는,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게 길었지만, 그런 일탈의 세계는 몇 발짝 헛디디기만 하면 간단하게 빠져버릴 수 있을 정도로, 제 일상에 가깝게 다가와 있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러 나간 오빠가 방황하며 과도기에 빠져 있다는 풍문이 간간이 들려올 때면, 저는 아무도 제대로 들여다봐 주지 않는 삶을 저 혼자 애써 붙잡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환멸에 빠지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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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의 삶을 바꿔준 사람은, 복지관 봉사활동의 하나로 저희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제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었던 어느 대학생 언니로, 저와 같이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자란 대신, 그처럼 원만한 삶에 도달하게 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맡아 꼭 일하고 싶다는 선망을 가지고 있던 분이셨습니다. 그런 언니에게, 미처 여물지 못한 자아로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지나치게 상세히 들여다보며, 그저 좌절할 줄밖에 몰랐던 저는 마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언니를 만나고 저 못지않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환상의 영역이려니 여겼던 저의 밝은 미래가 조금씩 눈앞에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떤 막연한 응원의 말보다 확실하게 저를 북돋우는 증거가, 제 눈앞에서 다정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