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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목소리보다 커져야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 산업현장에서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말>
[박정훈 기자]
▲ 유재현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김포지역 명예산업안전 릴게임가입머니 감독관(왼쪽)과 이현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 공공운수노조
7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유재현씨는 무서운 마음에 비행기 안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때 스튜어디스라고 불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리는 항공승무노동자가 나타났다. 저렇게 예쁘고 친절한 사람이 있다니.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멈췄고 가슴에는 승무원이라는 꿈이 자랐다.
성인이 된 7살 소녀는 2006년 아시아나 승무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런데 유니폼 위에 옷 하나를 더 입었다. 노조 조끼다. 회사 동료들이 신입 승무원 시절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뉴얼 유'다. 규정과 규칙을 철저하게 외우고 지키던 유재현씨는 법에 정해진 생리휴가를 쓸 수 없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다. 동료들은 승객의 짐을 들다 쇄골이 부러지고 허리를 다치는 등 각종 산재사고에 시달렸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승객뿐만 아니라 동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매뉴얼 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황금성사이트교사가 꿈이었던 이현진씨는 재수를 준비하다 친구 추천으로 인하공전 항공운항과에 원서를 넣었다. 합격이었다. 대한항공이 승무원을 선발하는 대학이었다. 대한항공 입사 후 회사가 안내하는 노조에 가입했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 2018년 물컵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기존 노조가 아니라 새로운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아이 둘을 키우느라 바다이야기게임 대한항공 갑질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수 없었다. 동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에 가입했다.
2020년 승무노동자가 우주방사능에 노출되어 암에 걸려 사망하는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승무노동자의 직업성 암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고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피켓시위를 할 때쯤인 2022년 7월 암 판정을 받았다. 직접 산재 신청을 하고 산재 승인을 받으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138만 6천 명. 올해 설 연휴 6일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이용객 숫자다. 이들이 하늘 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승무원들이 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현실은 예쁜 유니폼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입사 27년차 노동자 대한항공 이현진과 20년 차 노동자 아시아나항공 유재현을 만나 하늘 위 공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무원들은 연차휴가도 쓸 수 없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무거운 짐에 맞아 다치고, 짐과 패딩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한겨울에도 얇은 경량 패딩을 입고 다녔다.
두 사람의 이야기 속 승무원들은 필요한 연장을 이고 지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육체노동자였다. 실제로 승무원들이 하는 일은 밝은 미소로 손님을 안내하는 서비스 노동만이 아니다. 기내난동을 제압하는 경찰이자, 기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소방관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2일 LA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이 다른 승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도 승무원이 나서 제압했다.
이현진, 유재현은 승무원을 안전전문가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는 승무원에게 안전보다는 서비스를 강조한다. 노동자들이 위험하면 고객도 위험해진다. 하늘공장에서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두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싣는다.
생리휴가 쓰고 싶어서 노조에 가입하다
- 승무원들이 노조에 가입한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현진: "대한항공에는 원래 노조가 있었어요. '유니언 숍'이라 회사가 무조건 가입하게 해요. 그러다 2014년에 대한항공오너 일가 갑질사건이 터져요. 기존 노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라는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가 있었는데 아이 둘을 키우느라 못 갔어요. 노조 가입이라도 해서 도와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사무국장이 대의원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하게 됐죠. 사측이 노조 하라고 할 때는 싫었는데,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니깐 적극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유재현: "생리휴가 쓰고 싶어 가입했어요. 법정 의무인데 회사가 주면 주는 거고 안 주면 안 줬어요. 첫째 낳고 복직했을 때,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했어요. 저는 동의하지 않아 서명하지 않았더니 팀장이 끌고 가서 사인을 하게 하더라고요. 직원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깐 물티슈 한 장도 아끼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결국 합병발표가 나더라고요. 허탈했어요. 불만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노조라도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한거죠."
- 노조도 힘든데 노조안전보건활동은 더 힘든 일이잖아요?
이현진: "노조 활동을 하면서 다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비행중에 우주방사선에 자주 노출되잖아요. 2020년 5월 20일에 동료가 혈액암 합병증으로 사망해요. 31살이었어요. 최초로 우주방사선에 의한 직업성 암 판정을 받은 사건이에요.
2021년 4월 16일에도 승무원이 위암 4기를 진단 받고 5월 8일에 사망해요. 국토부 자료를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많더라고요. 문제가 심각하니 국회 앞에서 직업성 암 문제를 알리는 피켓시위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암 확진이 됐어요. 2022년 7월이었어요. 덤덤했어요. 산재 신청 해야지. 잘 치료하면 되지. 23년 휴직하면서 산재신청하고 24년에 복직하고 나서 산재 인정받았어요. 운명처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게 된 거죠."
유재현: "그냥 평조합원이었어요. 집행부가 바뀌면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원래 매뉴얼을 좋아해요. 후배들이 다쳐서 병가 내거나 산재 신청하려 하면 매뉴얼대로 안내해 줘요. 회사에서 '상사가 일을 왜 이렇게 했어?'라고 하면 '그거 매뉴얼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사람 한 명씩 있잖아요. (웃음) 제가 싫은 소리 듣는 걸 싫어해서 매뉴얼대로 하는 거죠. 기내식 안내도 '스테이크입니다'라고 하지 않고 '와인 소스로 맛을 내고 으깬 감자를 곁들인 스테이크입니다' 매뉴얼대로. 손님이 음식 싸달라고 하면 '검역법 위반입니다'라고 안내해요. 그래서 별명이 '매뉴얼 유'예요. 산업안전도 매뉴얼을 잘 아는 유재현이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 노동안전보건활동은 보통 전문가들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유재현: "산재처리 안내하는 일을 가장 많이 해요. 산재병원 안내, 급여는 어떻게 되는지, 회사 보고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안내하고 도와줘요.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반박하는 역할도 해요.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 회사와 정기적으로 산업안전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들어가요.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근골격계 질환 부상 예방을 위해서 오버헤드 짐케어(승객들의 짐을 머리 위에 있는 객실 내 짐칸에 올려주는 서비스)를 혼자서 수십 명에게 제공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어요. 교통약자를 제외하면 스스로 자기 짐을 올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 당 50명이상의 짐을 올렸어요. 짐에 맞아 쇄골이 부러지고 팔이 다치는 일도 있었어요. 승무원이 다치면 짐 올려주는 것보다 중요한 비상탈출 업무를 다친 승무원이 하게 돼요. 승객들의 안전도 위협 받는 거죠."
이현진: "우리는(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소수노조이다 보니,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힘들어요. 참관이라도 하겠다고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안 알려줘요. 최근에 알려진 연차휴가 포인트제 같은 불법적인 일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노동부에 진정을 해요.
회사에서 1년 동안 연차 사용에 대해 점수를 매긴대요. 평일 연차 10점, 주말 30점, 설 연휴 여름휴가,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는 50점이에요. 점수 낮은 노동자부터 우선해서 휴가를 배정하겠다는 건데, 근로기준법 위반이잖아요. 지부에서 성명서 내고, 개인 민원 넣어서 노동부에서 조사가 나와서 당장 적용은 막았어요. 노동자에게 설명부터 하고 진행한대요. 항공승무노동자 안전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생리휴가 사용. 가족돌봄휴가 등 법에서 보장된 내용을 실제로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해요."
연차 쓰려면 팀장 면담을?
▲ 지난 2025년 4월 28일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하늘 위 노동의 진실, 항공승무노동자 실태를 말하다‘토론회
ⓒ 공공운수노조
- 아시아나노조에서도 자체조사를 했는데 승무원 노동자 중 98%가 연차 휴가 신청을 회사로부터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재현: "그래서 노조에서 고용노동부 산하에 사측이랑 연차TF를 하고 있어요. 연차가 23개 있어도 2개밖에 못 쓰는 사람도 많았어요. 80번을 신청해도 2개만 승인되는 거예요. 노조 활동으로 올해부터 2개월 전 사전 신청한 연차는 100% 승인돼요.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협의가 더 필요하죠. 가족돌봄휴가도 '너희는 사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용기 내서 신청하면 양가 조부모님의 재직증명서를 요구했어요. 노조활동으로 지금은 가족돌봄휴가나 생리휴가는 당연히 사용할 수 있게 바꿨어요."
이현진: "대한항공은 당월에 연차 쓰려면 팀장 면담을 해서 승인 받아야 해요. 승인 결과는 연차 신청한 날의 전날 저녁에나 알 수 있어요. 다음날 휴가인지 아닌지 저녁때까지 알 수 없는 거죠. 승무원 스케줄은 두 달 전에 공지되거든요. 연차를 쓰려면 이 스케줄 확정 전, 그러니깐 석 달 전에 신청을 해야 하는 거죠. 누가 3개월을 미리 예측해서 휴가를 쓸 수 있을까요."
- 승무원들은 '미소'가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실제 하는 일은 어떻게 됩니까?
이현진: "안전과 서비스 두 업무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서비스 업무가 더 강조되죠.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100m 정도 낙하하는 일이 있었어요.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해서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승무원들은 마침 고객에게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카트에 부딪히고 의자에 부딪히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3명의 노동자가 휠체어에 실려 갔어요. 그 와중에도 서비스를 하라고 했어요."
- 안전업무를 하려면 관련 자격증이나 전문성이 있어야겠네요?
유재현: "법정정기 훈련을 받아요. 1년에 한 번씩 안전 훈련을 하고 인가를 받아요. 집체 훈련은 하루 8시간, 정기 훈련 전에 받아야 하는 온라인교육은 7.5시간이에요. 신입 승무원이 받는 훈련은 12주인데, 4주는 법정 안전 훈련이에요. 안전 훈련을 받아야지 비행 자격이 생깁니다."
이현진: "CPR 자격증은 기본이고요. 비행기마다 기종이 다르거든요. 각 기종별로 기내 탈출구. 도어 여는 방법. 슬라이드 펴는 법, 거는 방법. 외부 사항 확인 방법, 좌석 구조, 탈출 지휘, 탈출 준비물. 탈출 후 구조장비. 의료 장비도 의료인의 허가를 득해야 쓸 수 있는 장비인지 우리가 쓸 수 있는 장비인지 세분화돼 있고 다 달라요. 화재 장비도 화재 종류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요. 보안장비 사용법. 기내 난동 제압 방법도 다 훈련하고 익혀야 되는 거죠. 매년 시험봐요."
- 사실상 경찰 소방관 의료인 역할을 다하는 거네요. 지난해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도와 노동강도를 평가하는 보그스케일 조사를 해보니 승무노동자의 노동강도는 14.1로 건설의 12.4, 집배원의 14 보다도 높았습니다. 승무노동자의 복장은 노동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현진: "치마이야기 많이 하는데, 목에 스카프도 의무예요. 여름에 쓸려서 빨갛게 일어나요. 우리가 오래 서 있고 많이 걸어야 하는 직업인데 구두도 필수예요. 승객에게 안전 안내 방송할 때, 탈출 장비 손상시킬 수 있어서 구두 벗으라고 하는데 승객 구조하는 우리는 구두를 신잖아요. 대한항공 가장 낮은 작업화가 3cm예요. 상의와 하의가 모두 타이트해서 자세가 안 나오니깐 근골격계 손상도 많아요. 그래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어서 연차가 있는 직원들은 바지를 많이 입는데 신입들은 거의 치마를 입어요. 치마 보폭이 좁으니 종종걸음 해야 되거든요. 한 신입 승무원이 기내에서 일하다 다리가 치마에 걸려 넘어졌는데 무릎이 부러졌어요."
유재현: "2013년 국가인권위회에서 아시아나에 바지도 입을 수 있도록 권고한 이후 바지 유니폼이 도입되긴 했어요. 처음에는 커트머리와 단발머리, 안경은 노조의 상징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10명 중 8명이 바지를 입고 옵니다. 저도 산재로 인대파열을 겪고 나서 발목보호대를 찼어요. 그런데 치마에 발목보호대 차면 규정상 또 뭐라 하니깐 바지 입기 시작했는데 신세계인 거예요. 치마 다 버렸어요. 아시아나 구두는 굽이 낮은 플랫이기는 하지만 불편하죠."
이현진: "제주항공도 운동화 도입했고, 일본에서도 스니커즈 신고, KLM이라고 네덜란드 항공사도 운동화 신어요. 안경도 이번에 허용됐어요. 2026년 전까지는 안경도 금지였던 거죠."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는 승무원들
▲ 유재현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김포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 공공운수노조
- 최근 합병 이후 승무원들의 라커룸과 유니폼 문제가 알려졌습니다. 승무원들은 브리핑룸에 비행 전에 모여서 비행기기종, 승객 특성, 스페셜케어 손님 등 비행에 대해 숙지하는 브리핑시간을 가진다고 하죠. 기장과 합동브리핑도 하고요. 공간문제가 심각할 것 같은데요?
유재현: "합병 전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김포공항 본사로 출근 후 브리핑하고 셔틀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했어요. 옷을 보관하는 행어룸, 행어룸 옆에 세탁소. 그 옆에 이미지 메이킹룸. 승무원 휴게실. 브리핑룸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맨몸으로 와도 문제가 없었던 거죠.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1월 14일부터 인천공항 2터미널로 출근하게 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난리가 난 거죠."
이현진: "대한항공에선 오래된 문제예요. 2001년 인천공항 개항하면서 인천공항으로 출근하게 됐어요. 인천공항 공간 대여 비용이 비싸니깐 회사에서 자율복장 하라고 한 거죠. 우리는 라커룸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라커룸까지는 힘들고 인천공항에 행어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출퇴근하는 장소랑 별개의 장소라서 동선이 안 나오는 거에요. 사용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없앴어요.
코로나 핑계로 승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30% 정도 줄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복구를 안 해요. 세탁실 같은 것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사라지고 다시 설치는 안 하는 거죠. 그러면 승무원들이 어디서 옷을 갈아입겠어요? 다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거죠. 합병 준비 일환으로 1월 14일부터 통합브리핑실이 오픈했지만 공간은 부족하고, 공항과 거리가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주차장이 있는 공항 청사에서 브리핑룸까지 10분 이상 이동 후 비행 준비와 브리핑을 하고 다시 공항으로 10분 이상 이동해야 해요."
유재현: "엘리베이터도 너무 붐벼서 타지도 못해요. 겨울에 눈이 와서 미끄러운데 기내신발신고 출근해야 해요. 후배들이 와서 선배님 경량패딩을 뭘로 사야 하냐 물어봐요. 영하 10도여도 두꺼운 패딩 넣을 공간이 없어서 경량패딩 입는 거죠. 회사에 이야기하면 '예쁘게 잘 접어놨다가 기내에 가서 걸어놓으세요' 해요. 승객들 패딩 걸 공간도 없는데 승무원들이 어떻게 걸겠어요."
다치면 노동자 탓하던 분위기를 바꾸다
▲ 이현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 공공운수노조
- 노동안전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현진: "승무원뿐만 아니라 정비노동자 관련 활동도 하거든요. 정비하는 곳이 정말 더워요. 냉난방 시설이 없어서 작업중지를 했어요. 덕분에 냉난방 시설이 설치됐죠. 이런 불법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게 보람이 있어요. 가족돌봄이나 생리휴가도 무조건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도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보장이 안 되니깐."
유재현: "일을 하다 다치면 네가 조심했어야지 이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일하다 다치면 산재인 걸 다 알아요. 누가 일하다 다치면 '내가 봤어요'라고 손들어요. 노동자들도 산재승인에 목격자가 도움이 된다는 걸 아는 거죠. 노동자 탓을 하는 문화가 바뀌었어요."
-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동료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노동안전보건담당자로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현진: "왜 여성이 많은 직업군은 작업복조차도 작업복이 아닌 걸로 입혀 놓고 웃으라고 강요하죠?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역할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무원을 안전을 위해 일하는 안전전문가로 존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재현: "아시아나가 항공사 최초로 객실승무원 육아기 단축근로를 시행했습니다. 그전에는 해당직종이 아니라고 했어요. 생리휴가를 자기 마음대로 거절하고 가족돌봄 휴가도 승무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노조가 신고하고 싸워서 바꿨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여성노동자의 위치를 바꾸는 것 같아요. 3.8여성의 날을 맞아 다음 세대 우리 여성 동료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싸우면 좋겠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목소리를 내는 건 죄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박정훈 기자]
▲ 유재현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김포지역 명예산업안전 릴게임가입머니 감독관(왼쪽)과 이현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 공공운수노조
7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유재현씨는 무서운 마음에 비행기 안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때 스튜어디스라고 불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리는 항공승무노동자가 나타났다. 저렇게 예쁘고 친절한 사람이 있다니.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멈췄고 가슴에는 승무원이라는 꿈이 자랐다.
성인이 된 7살 소녀는 2006년 아시아나 승무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런데 유니폼 위에 옷 하나를 더 입었다. 노조 조끼다. 회사 동료들이 신입 승무원 시절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뉴얼 유'다. 규정과 규칙을 철저하게 외우고 지키던 유재현씨는 법에 정해진 생리휴가를 쓸 수 없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다. 동료들은 승객의 짐을 들다 쇄골이 부러지고 허리를 다치는 등 각종 산재사고에 시달렸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승객뿐만 아니라 동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매뉴얼 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황금성사이트교사가 꿈이었던 이현진씨는 재수를 준비하다 친구 추천으로 인하공전 항공운항과에 원서를 넣었다. 합격이었다. 대한항공이 승무원을 선발하는 대학이었다. 대한항공 입사 후 회사가 안내하는 노조에 가입했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 2018년 물컵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기존 노조가 아니라 새로운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아이 둘을 키우느라 바다이야기게임 대한항공 갑질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수 없었다. 동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에 가입했다.
2020년 승무노동자가 우주방사능에 노출되어 암에 걸려 사망하는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승무노동자의 직업성 암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고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피켓시위를 할 때쯤인 2022년 7월 암 판정을 받았다. 직접 산재 신청을 하고 산재 승인을 받으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138만 6천 명. 올해 설 연휴 6일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이용객 숫자다. 이들이 하늘 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승무원들이 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현실은 예쁜 유니폼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입사 27년차 노동자 대한항공 이현진과 20년 차 노동자 아시아나항공 유재현을 만나 하늘 위 공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무원들은 연차휴가도 쓸 수 없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무거운 짐에 맞아 다치고, 짐과 패딩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한겨울에도 얇은 경량 패딩을 입고 다녔다.
두 사람의 이야기 속 승무원들은 필요한 연장을 이고 지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육체노동자였다. 실제로 승무원들이 하는 일은 밝은 미소로 손님을 안내하는 서비스 노동만이 아니다. 기내난동을 제압하는 경찰이자, 기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소방관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2일 LA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이 다른 승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도 승무원이 나서 제압했다.
이현진, 유재현은 승무원을 안전전문가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는 승무원에게 안전보다는 서비스를 강조한다. 노동자들이 위험하면 고객도 위험해진다. 하늘공장에서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두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싣는다.
생리휴가 쓰고 싶어서 노조에 가입하다
- 승무원들이 노조에 가입한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현진: "대한항공에는 원래 노조가 있었어요. '유니언 숍'이라 회사가 무조건 가입하게 해요. 그러다 2014년에 대한항공오너 일가 갑질사건이 터져요. 기존 노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라는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가 있었는데 아이 둘을 키우느라 못 갔어요. 노조 가입이라도 해서 도와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사무국장이 대의원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하게 됐죠. 사측이 노조 하라고 할 때는 싫었는데,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니깐 적극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유재현: "생리휴가 쓰고 싶어 가입했어요. 법정 의무인데 회사가 주면 주는 거고 안 주면 안 줬어요. 첫째 낳고 복직했을 때,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했어요. 저는 동의하지 않아 서명하지 않았더니 팀장이 끌고 가서 사인을 하게 하더라고요. 직원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깐 물티슈 한 장도 아끼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결국 합병발표가 나더라고요. 허탈했어요. 불만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노조라도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한거죠."
- 노조도 힘든데 노조안전보건활동은 더 힘든 일이잖아요?
이현진: "노조 활동을 하면서 다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비행중에 우주방사선에 자주 노출되잖아요. 2020년 5월 20일에 동료가 혈액암 합병증으로 사망해요. 31살이었어요. 최초로 우주방사선에 의한 직업성 암 판정을 받은 사건이에요.
2021년 4월 16일에도 승무원이 위암 4기를 진단 받고 5월 8일에 사망해요. 국토부 자료를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많더라고요. 문제가 심각하니 국회 앞에서 직업성 암 문제를 알리는 피켓시위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암 확진이 됐어요. 2022년 7월이었어요. 덤덤했어요. 산재 신청 해야지. 잘 치료하면 되지. 23년 휴직하면서 산재신청하고 24년에 복직하고 나서 산재 인정받았어요. 운명처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게 된 거죠."
유재현: "그냥 평조합원이었어요. 집행부가 바뀌면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원래 매뉴얼을 좋아해요. 후배들이 다쳐서 병가 내거나 산재 신청하려 하면 매뉴얼대로 안내해 줘요. 회사에서 '상사가 일을 왜 이렇게 했어?'라고 하면 '그거 매뉴얼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사람 한 명씩 있잖아요. (웃음) 제가 싫은 소리 듣는 걸 싫어해서 매뉴얼대로 하는 거죠. 기내식 안내도 '스테이크입니다'라고 하지 않고 '와인 소스로 맛을 내고 으깬 감자를 곁들인 스테이크입니다' 매뉴얼대로. 손님이 음식 싸달라고 하면 '검역법 위반입니다'라고 안내해요. 그래서 별명이 '매뉴얼 유'예요. 산업안전도 매뉴얼을 잘 아는 유재현이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 노동안전보건활동은 보통 전문가들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유재현: "산재처리 안내하는 일을 가장 많이 해요. 산재병원 안내, 급여는 어떻게 되는지, 회사 보고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안내하고 도와줘요.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반박하는 역할도 해요.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 회사와 정기적으로 산업안전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들어가요.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근골격계 질환 부상 예방을 위해서 오버헤드 짐케어(승객들의 짐을 머리 위에 있는 객실 내 짐칸에 올려주는 서비스)를 혼자서 수십 명에게 제공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어요. 교통약자를 제외하면 스스로 자기 짐을 올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 당 50명이상의 짐을 올렸어요. 짐에 맞아 쇄골이 부러지고 팔이 다치는 일도 있었어요. 승무원이 다치면 짐 올려주는 것보다 중요한 비상탈출 업무를 다친 승무원이 하게 돼요. 승객들의 안전도 위협 받는 거죠."
이현진: "우리는(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소수노조이다 보니,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힘들어요. 참관이라도 하겠다고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안 알려줘요. 최근에 알려진 연차휴가 포인트제 같은 불법적인 일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노동부에 진정을 해요.
회사에서 1년 동안 연차 사용에 대해 점수를 매긴대요. 평일 연차 10점, 주말 30점, 설 연휴 여름휴가,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는 50점이에요. 점수 낮은 노동자부터 우선해서 휴가를 배정하겠다는 건데, 근로기준법 위반이잖아요. 지부에서 성명서 내고, 개인 민원 넣어서 노동부에서 조사가 나와서 당장 적용은 막았어요. 노동자에게 설명부터 하고 진행한대요. 항공승무노동자 안전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생리휴가 사용. 가족돌봄휴가 등 법에서 보장된 내용을 실제로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해요."
연차 쓰려면 팀장 면담을?
▲ 지난 2025년 4월 28일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하늘 위 노동의 진실, 항공승무노동자 실태를 말하다‘토론회
ⓒ 공공운수노조
- 아시아나노조에서도 자체조사를 했는데 승무원 노동자 중 98%가 연차 휴가 신청을 회사로부터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재현: "그래서 노조에서 고용노동부 산하에 사측이랑 연차TF를 하고 있어요. 연차가 23개 있어도 2개밖에 못 쓰는 사람도 많았어요. 80번을 신청해도 2개만 승인되는 거예요. 노조 활동으로 올해부터 2개월 전 사전 신청한 연차는 100% 승인돼요.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협의가 더 필요하죠. 가족돌봄휴가도 '너희는 사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용기 내서 신청하면 양가 조부모님의 재직증명서를 요구했어요. 노조활동으로 지금은 가족돌봄휴가나 생리휴가는 당연히 사용할 수 있게 바꿨어요."
이현진: "대한항공은 당월에 연차 쓰려면 팀장 면담을 해서 승인 받아야 해요. 승인 결과는 연차 신청한 날의 전날 저녁에나 알 수 있어요. 다음날 휴가인지 아닌지 저녁때까지 알 수 없는 거죠. 승무원 스케줄은 두 달 전에 공지되거든요. 연차를 쓰려면 이 스케줄 확정 전, 그러니깐 석 달 전에 신청을 해야 하는 거죠. 누가 3개월을 미리 예측해서 휴가를 쓸 수 있을까요."
- 승무원들은 '미소'가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실제 하는 일은 어떻게 됩니까?
이현진: "안전과 서비스 두 업무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서비스 업무가 더 강조되죠.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100m 정도 낙하하는 일이 있었어요.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해서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승무원들은 마침 고객에게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카트에 부딪히고 의자에 부딪히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3명의 노동자가 휠체어에 실려 갔어요. 그 와중에도 서비스를 하라고 했어요."
- 안전업무를 하려면 관련 자격증이나 전문성이 있어야겠네요?
유재현: "법정정기 훈련을 받아요. 1년에 한 번씩 안전 훈련을 하고 인가를 받아요. 집체 훈련은 하루 8시간, 정기 훈련 전에 받아야 하는 온라인교육은 7.5시간이에요. 신입 승무원이 받는 훈련은 12주인데, 4주는 법정 안전 훈련이에요. 안전 훈련을 받아야지 비행 자격이 생깁니다."
이현진: "CPR 자격증은 기본이고요. 비행기마다 기종이 다르거든요. 각 기종별로 기내 탈출구. 도어 여는 방법. 슬라이드 펴는 법, 거는 방법. 외부 사항 확인 방법, 좌석 구조, 탈출 지휘, 탈출 준비물. 탈출 후 구조장비. 의료 장비도 의료인의 허가를 득해야 쓸 수 있는 장비인지 우리가 쓸 수 있는 장비인지 세분화돼 있고 다 달라요. 화재 장비도 화재 종류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요. 보안장비 사용법. 기내 난동 제압 방법도 다 훈련하고 익혀야 되는 거죠. 매년 시험봐요."
- 사실상 경찰 소방관 의료인 역할을 다하는 거네요. 지난해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도와 노동강도를 평가하는 보그스케일 조사를 해보니 승무노동자의 노동강도는 14.1로 건설의 12.4, 집배원의 14 보다도 높았습니다. 승무노동자의 복장은 노동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현진: "치마이야기 많이 하는데, 목에 스카프도 의무예요. 여름에 쓸려서 빨갛게 일어나요. 우리가 오래 서 있고 많이 걸어야 하는 직업인데 구두도 필수예요. 승객에게 안전 안내 방송할 때, 탈출 장비 손상시킬 수 있어서 구두 벗으라고 하는데 승객 구조하는 우리는 구두를 신잖아요. 대한항공 가장 낮은 작업화가 3cm예요. 상의와 하의가 모두 타이트해서 자세가 안 나오니깐 근골격계 손상도 많아요. 그래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어서 연차가 있는 직원들은 바지를 많이 입는데 신입들은 거의 치마를 입어요. 치마 보폭이 좁으니 종종걸음 해야 되거든요. 한 신입 승무원이 기내에서 일하다 다리가 치마에 걸려 넘어졌는데 무릎이 부러졌어요."
유재현: "2013년 국가인권위회에서 아시아나에 바지도 입을 수 있도록 권고한 이후 바지 유니폼이 도입되긴 했어요. 처음에는 커트머리와 단발머리, 안경은 노조의 상징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10명 중 8명이 바지를 입고 옵니다. 저도 산재로 인대파열을 겪고 나서 발목보호대를 찼어요. 그런데 치마에 발목보호대 차면 규정상 또 뭐라 하니깐 바지 입기 시작했는데 신세계인 거예요. 치마 다 버렸어요. 아시아나 구두는 굽이 낮은 플랫이기는 하지만 불편하죠."
이현진: "제주항공도 운동화 도입했고, 일본에서도 스니커즈 신고, KLM이라고 네덜란드 항공사도 운동화 신어요. 안경도 이번에 허용됐어요. 2026년 전까지는 안경도 금지였던 거죠."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는 승무원들
▲ 유재현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노동안전부장/김포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 공공운수노조
- 최근 합병 이후 승무원들의 라커룸과 유니폼 문제가 알려졌습니다. 승무원들은 브리핑룸에 비행 전에 모여서 비행기기종, 승객 특성, 스페셜케어 손님 등 비행에 대해 숙지하는 브리핑시간을 가진다고 하죠. 기장과 합동브리핑도 하고요. 공간문제가 심각할 것 같은데요?
유재현: "합병 전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김포공항 본사로 출근 후 브리핑하고 셔틀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했어요. 옷을 보관하는 행어룸, 행어룸 옆에 세탁소. 그 옆에 이미지 메이킹룸. 승무원 휴게실. 브리핑룸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맨몸으로 와도 문제가 없었던 거죠.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1월 14일부터 인천공항 2터미널로 출근하게 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난리가 난 거죠."
이현진: "대한항공에선 오래된 문제예요. 2001년 인천공항 개항하면서 인천공항으로 출근하게 됐어요. 인천공항 공간 대여 비용이 비싸니깐 회사에서 자율복장 하라고 한 거죠. 우리는 라커룸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라커룸까지는 힘들고 인천공항에 행어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출퇴근하는 장소랑 별개의 장소라서 동선이 안 나오는 거에요. 사용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없앴어요.
코로나 핑계로 승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30% 정도 줄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복구를 안 해요. 세탁실 같은 것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사라지고 다시 설치는 안 하는 거죠. 그러면 승무원들이 어디서 옷을 갈아입겠어요? 다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거죠. 합병 준비 일환으로 1월 14일부터 통합브리핑실이 오픈했지만 공간은 부족하고, 공항과 거리가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주차장이 있는 공항 청사에서 브리핑룸까지 10분 이상 이동 후 비행 준비와 브리핑을 하고 다시 공항으로 10분 이상 이동해야 해요."
유재현: "엘리베이터도 너무 붐벼서 타지도 못해요. 겨울에 눈이 와서 미끄러운데 기내신발신고 출근해야 해요. 후배들이 와서 선배님 경량패딩을 뭘로 사야 하냐 물어봐요. 영하 10도여도 두꺼운 패딩 넣을 공간이 없어서 경량패딩 입는 거죠. 회사에 이야기하면 '예쁘게 잘 접어놨다가 기내에 가서 걸어놓으세요' 해요. 승객들 패딩 걸 공간도 없는데 승무원들이 어떻게 걸겠어요."
다치면 노동자 탓하던 분위기를 바꾸다
▲ 이현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 공공운수노조
- 노동안전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현진: "승무원뿐만 아니라 정비노동자 관련 활동도 하거든요. 정비하는 곳이 정말 더워요. 냉난방 시설이 없어서 작업중지를 했어요. 덕분에 냉난방 시설이 설치됐죠. 이런 불법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게 보람이 있어요. 가족돌봄이나 생리휴가도 무조건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도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보장이 안 되니깐."
유재현: "일을 하다 다치면 네가 조심했어야지 이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일하다 다치면 산재인 걸 다 알아요. 누가 일하다 다치면 '내가 봤어요'라고 손들어요. 노동자들도 산재승인에 목격자가 도움이 된다는 걸 아는 거죠. 노동자 탓을 하는 문화가 바뀌었어요."
-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동료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노동안전보건담당자로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현진: "왜 여성이 많은 직업군은 작업복조차도 작업복이 아닌 걸로 입혀 놓고 웃으라고 강요하죠?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역할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무원을 안전을 위해 일하는 안전전문가로 존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재현: "아시아나가 항공사 최초로 객실승무원 육아기 단축근로를 시행했습니다. 그전에는 해당직종이 아니라고 했어요. 생리휴가를 자기 마음대로 거절하고 가족돌봄 휴가도 승무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노조가 신고하고 싸워서 바꿨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여성노동자의 위치를 바꾸는 것 같아요. 3.8여성의 날을 맞아 다음 세대 우리 여성 동료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싸우면 좋겠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목소리를 내는 건 죄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