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극장 모습.



추운 겨울바람 속, 양키시장(송현자유시장) 상인들은 하나둘 짐을 꾸렸다. 몇몇 가게는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텅 빈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는 '이사 갑니다', '11월 27일까지 영업합니다'라는 흔적만 남았다.

그 한 블록 옆. 세월의 풍파를 버텨온 미림극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1957년 이곳에 천막극장이 세워지며 시작된 미림극장은 수십 년 동안 인천 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품어온 문화 공간이다.
멀티플렉스 시대의 파고를 넘지 못해 2004년 오징어릴게임 한 차례 문을 닫았지만, 2013년 '추억극장 미림'으로 다시 관객 품에 돌아왔다. 2020년에는 현재 이름인 '인천 미림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지금 미림극장은 단순한 추억의 공간을 넘어 세대를 이어주는 장소다. 치매 환자와 함께 영화를 나누는 '가치함께 시네마', 다양성 영화를 소개하는 '별별씨네마' 등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매년 일본 바다이야기사이트 의 미니시어터(독립예술영화관)와 교류도 진행된다.
청년 서포터즈 '미리미'가 7기째 활동하며 극장 운영을 돕고,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를 통해 꾸며진 전시·시 작품들은 미림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오성극장의 흔적도 이곳에 옮겨져 보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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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극장으로 옮겨진 오성극장의 포스터와 자료들.



하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바로 옆에서 철거 착공식이 오는 8일 예정돼 있다.

동인천역 도시개발구역은 동구 송현동·중구 인현동 일대 9만3천48 바다이야기오리지널 3㎡ 규모로, 총사업비 5천120억 원을 들여 주택 1천279가구를 짓고 2천500여 명을 수용하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이주가 완료된 1-1단계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철거할 계획이다. 잔여 구간(1-2단계)은 보상·이주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진할 계획이다. 미림극장이 위치한 곳은 2단계 구간에 속한다.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는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주변에서 요즘 '미림극장은 어떻게 되느냐'를 물어도 솔직한 심정은 '우리도 모른다'라는 것"이라며 "스크린은 하나뿐이지만, 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곁을 내줬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 바람은 이 자리에서 영화관을 이어갔으면 한다"며 "이 장소를 역사적 자원으로 인식한다면 시나 구가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kmj@kihoilbo.co.kr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