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포근한 휴일…스키장은 울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기후변화로 국내 스키장 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영업일수 감소와 제도적 불평등, 교육·체육 인프라의 공백 등이 맞물리면서 복합적 위기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기후 위기가 가져온 스키 산업 변화, 규제만 중첩된 현실과 구조적 문제, 지속 가능한 전환 방향을 3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전국 스키장들이 본격적인 겨울시즌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흙빛이 드러난 슬로프가 많아 온전한 개장을 걱 야마토게임하기 정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상 기후로 자연설(自然雪)이 줄어들고 인공 제설에 필요한 영하권 기온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 현상이 매년 심화하면서 한국 스키 산업은 더 이상 '날씨 운'을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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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휴장한 스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30년간 강원 주요 산지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23년 12월은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한 겨울 중 하나로 기록됐는데, 강수일수는 증가했지만 대부분 모바일바다이야기 비 형태로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스키장은 이 변화의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업종이 되고 있다.
겨울철 이상고온에 속수무책…영업일 수 감소·제설 비용 급증
기후 변화는 스키장 운영 구조 전반을 뒤흔들었다.
골드몽 우선 영업일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굳어졌다.
한때 120∼130일 운영되던 스키장은 현재 80∼100일 운영조차 쉽지 않다.
올해는 다행히도 스키장 개장이 늦춰지지 않았지만, 매년 개장을 앞두고 고온 현상 탓에 시즌 개장이 1∼2주씩 늦어지고, 마지막 시즌 정리도 앞당겨지는 흐름을 보인다.
이 때 릴게임 문에 평균 운영일수는 10년 전보다 20~30%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인공 제설 비용은 급증했다.
제설기는 영하로 내려가야 가동할 수 있는데 최근 겨울에는 이런 조건이 확보되는 시간이 크게 짧아졌다.
물 사용량과 전력 비용이 치솟으면서 일부 중소형 스키장에서는 '제설기를 돌리는 것 자체가 적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스키장 겨울시즌 돌입..인공눈 뿌리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2012 시즌 686만명이던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시기 146만명까지 주는 등 이용객 감소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후 2024 시즌에 443만명으로 회복됐지만, 전성기의 60%대에 그쳤다.
젊은 층에서는 '스키는 비싸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장기 수요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단순한 적설 부족을 넘어 스키장의 경영 구조 자체를 위협하며 체질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스키장 운영 악화 → 폐업 증가…지역경제 연쇄 붕괴 '악순환'
기후 위기와 비용 증가, 이용객 감소가 겹치면서 국내 스키장 폐업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2009년 전국 17곳이던 스키장은 운영 중단과 폐업, 손바뀜을 거치며 이제 13곳만이 남아 겨울산업의 쇠퇴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 중 강원에만 9곳의 스키장이 몰려 있다.



'눈 녹은 슬로프'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영을 포기한 스키장은 대체로 주변 지역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스키장은 단순한 레저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경제 생태계를 이루는 핵심 시설이다.
슬로프 주변에는 렌털숍, 호텔·펜션, 식당, 카페, 택시, 지역 관광버스 업체 등이 밀집해 있으며, 이들 소상공인은 겨울 매출의 60∼80%를 스키장에 의존한다.
스키장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에 연쇄적인 타격이 발생하고, 이를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일쑤다.
특히 군 단위의 작은 지역은 스키장을 중심으로 겨울철 일자리가 형성된다.
평창의 한 스키장 주변 업주는 "스키장이 한 시즌만 닫아도 지역 주민 수십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관광객이 끊기면 숙박·식당은 물론 마을 자체가 침체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키장 폐업이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청년층이 사라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는 '유령마을화'를 우려한다.
고성군의 알프스 스키장이 경영난으로 수년째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임충희 회장은 "스키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는 하나의 연결망"이라며 "기후 위기와 매출 급감이 이어진다면 공동체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바닥 드러낸 스위스 스키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세계 스키 산업도 기후변화 충격파…국내 스키장, 전환 전략 서둘러야
기후변화로 인한 스키장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알프스에서는 이미 여러 스키장이 영구 폐쇄되거나 슬로프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프랑스 알프스의 '알프 뒤 그랑세르(Alpe du Grand Serre)'는 강설량 급감과 제설 비용 폭등을 이기지 못하고 85년 만에 폐쇄를 결정했다.
스위스·오스트리아 일부 지역 역시 봄·여름 시즌에는 산악자전거 트레일, 패러글라이딩, 지역 축제 등 사계절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겨울 성수기 중심의 경영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변화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계절형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리조트도 있지만, 산업 전반의 전환 전략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스키장은 '스키 전용'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자연·문화·레포츠가 결합한 다기능형 체류시설로 확장하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사계절형 관광콘텐츠를 강화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해 기후 위기 속에서도 생존 가능한 산업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 스키산업을 기후 적응형 관광산업, 지역경제 유지 산업, 산간지역 재생산업 등 새로운 틀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세계는 이미 '스키장 전환 시대'에 들어섰다"며 "한국도 겨울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사계절형 관광과 지역 산업 연계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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