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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서 세탁기를 설계하던 엔지니어가 36년 만에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며 LG를 단일 브랜드 기준 ‘세계 1위 가전기업’으로 올려 세운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관세·고금리·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 속에서 B2B·구독 서비스·‘글로벌 사우스’ 신흥시장까지 동시에 키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새 사령탑’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6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의결하고,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을 신임 CEO로 12월1일부로 선임했다. 조주완 CEO가 4년 만에 물러난 자리를 연구소 출신 ‘가전통’이 이어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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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철 LG전자 CEO가 9월 열린 IFA 2025에 마련된 LG전자 부스에서 ‘LG AI홈’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류 CEO는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공식 데뷔 무대를 릴게임갓 갖는다. LG전자는 1월 5일(현지시간)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주제로 LG전자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류 CEO는 집 안과 이동수단, 상업시설을 아우르는 LG전자의 새 사업 방향을 처음으로 직접 설명한다.
HS를 ‘ 야마토게임장 캐시카우’로… 업(UP)가전·구독·B2B까지 키웠다류재철 CEO는 1967년생으로 경남 사천 출신이다. 부산 동아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세탁기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세탁기 개발팀장과 냉장고·에어컨 생산 담당, 리빙어플라이언스(LA) 사업부장을 거치며 생활가전 전 라인업을 두루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연구소·현 바다이야기꽁머니 장·사업을 모두 거친 정통 가전맨이자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보는 경영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부터는 LG전자의 핵심 수익원인 가전·공조(H&A) 사업본부장, 2024년부터 개편된 HS사업본부장을 맡았다. 프리미엄 가전 비중을 키우면서도, 중간가격대 제품과 렌털·구독, 부품·솔루션 B2B 사업까지 넓혀 사업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LG전자에 따르면 류 본부장이 생활가전을 이끈 지난 3년간 HS사업 매출은 연평균 7% 성장했고, LG 생활가전은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했다.
류 CEO는 ‘업(UP) 가전’과 구독·케어 서비스 등을 동시에 키워 사업 체질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한 번 사서 쓰고 버리는 가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고장 예방·청소·필터 교체 같은 관리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빌트인 가전, 부품·솔루션 공급을 포함한 B2B 사업, 온라인 직판까지 더해 HS사업본부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올해 2분기 LG전자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때도 HS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6조5944억원)과 영업이익(4399억원)을 올리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유럽 5년 내 1위·인도는 생산 허브”…현장에서 짠 글로벌 설계도
류 CEO의 경영 철학은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당시 HS사업본부장였던 그는 “유럽은 북미와 함께 가장 중요한 프리미엄 시장”이라며 “5년 안에 유럽 가전 매출을 두 배로 키워 1위 브랜드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북미에서는 가전 하나하나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파는 전략을 내세운다. 냉장고·세탁기·오븐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주방·세탁공간 패키지로 구성하고, 건설사·인테리어 업체 등 이른바 ‘빌더 시장’을 정조준하는 방식이다. 미국 전체 가전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빌더 시장에서, 기존 소비자 판매(B2C) 1위에 더해 기업 고객(B2B) 1위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성장 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 공략도 그의 손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올해 5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가전 공장을 착공하며, 인도·동남아·중동·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생산·수출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도 세탁기·에어컨 보급률이 아직 낮고 성장률이 높다는 점을 노린 포석이다.
“중국은 속도로 추격…우리는 다른 게임 해야” 류 CEO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는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라면서도 “LG전자는 고객 이해와 프리미엄 경험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브랜드·품질·서비스로, 보급형 시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제품과 볼륨존 공략으로 ‘두 개의 게임’을 동시에 치러겠다는 전략이다.
2024년 11월 내부 워크숍에서는 2004년 세계 최대 가전업체였던 일렉트로룩스가 “백미러에 LG가 보인다”며 한국 기업을 경계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우리가 중국에 쫓기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때 LG가 글로벌 1위를 추격하던 위치였다면, 지금은 하이얼·하이센스 등이 프리미엄, 빌트인, 에너지 효율 등에서 전방위로 따라붙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관세·고금리 속 무거운 어깨…“매출은 버티지만, 예전만큼은...”
새 CEO가 마주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LG전자는 올해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와 고금리, 미국발 관세 등 악재 속에서 성장과 수익성 방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3분기 매출은 21조원을 가까스로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LG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소비 위축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 거점 최적화와 비용 효율화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매출은 버티지만, 예전만큼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회가 류재철을 선택한 건 이런 환경에서 포트폴리오 전환과 본원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LG전자는 임원 인사와 함께 내년 경영 키워드를 ‘기술 기반 본원 경쟁력’과 ‘B2B 기반 성장 가속화’로 제시했다.
전장(VS)·냉난방공조(ES) 사업부를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데이터센터 냉각, 빌딩 솔루션, 로봇,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 등 미래 사업 조직을 손보는 2026년 조직개편안도 함께 내놨다. TV·가전 위주의 B2C 회사에서 B2B·플랫폼·서비스 비중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신호다.
인도 스리시티 가전공장. LG전자 제공
‘가전은 LG’ 지키며 B2B 키우기…류재철의 숙제
류 CEO 앞에 놓인 핵심 과제는 명확하다. ‘가전은 LG’라는 소비자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B2B와 서비스 사업 비중을 확실히 키우는 일이다.
자동차 전장, 공조·냉난방(HVAC), 데이터센터 냉각, 대형 빌딩 솔루션,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로봇 등은 모두 장기 계약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HS사업본부에서 성과가 입증된 구독형 모델을 이들 사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향후 실적과 사업 체질 변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전략의 정교화도 필수 과제다. 인도·동남아·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과 북미·유럽 같은 선진시장에 대한 투 트랙 전략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가 중요하다. LG전자는 최근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인도 스리시티에 세 번째 가전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곳은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의 생산 허브로 키울 예정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프리미엄 가전과 B2B·HVAC로 수익성을 지키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내년 1월 열리는 CES 2026에서 류 CEO가 던질 첫 메시지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지능’ 같은 AI 슬로건을 넘어 어떤 사업과 시장, 어떤 수익 구조에 LG전자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에서 증명된 집요함과 현장 중심 DNA를 TV·전장·HVAC·플랫폼 사업으로 얼마나 빨리 확장하느냐에 따라 이번 세대교체의 성패가 갈 것”이라며 “엔지니어 출신 CEO를 전면에 세운 건 LG가 다시 ‘본업의 힘’과 현장 경쟁력에 승부를 걸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