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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회 경남 지역신문을 요약, 설명해주는 친절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어려운 말 투성이인 신문에 비해 ‘쉽다’는 것이 이 뉴스의 매력이다.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뉴스브리핑 계정이라고 하면 다소 평범하지만, 놀랍게도 ‘지역균형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20대 지역 청년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쉬운 방법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지역신문 기자를 꿈꾼다. 이씨는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남의 청년들이 경남에 정착할 수 있게끔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신문 기자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은도리_뉴스'를 운영하는 이하은 씨가 지난 7일 창원시 성산구 용지호수 산책길에서 경남도민일보 종이신문과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 제공. ‘지역신문 기자 되고싶은데, 사람들은 지역뉴스를 안본다’ 은도리_뉴스의 시작‘지역신문 기자가 되고 싶은데, 사람들은 지역 뉴스를 보지 않는다’은도리_뉴스를 시작하게 한 고민이다.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처음 은도리_뉴스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한 것도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잘 안보고 친숙하지 않아서였다. 신문을 종이신문으로 읽으라는 말은 이젠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문사에 가고 싶으니까 앞으로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 신문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왜 신문을 안읽는가’에 대해 이씨가 내린 답은 ‘어려워서’였다. “주변 친구들이 지역뉴스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진 않지만, ‘전혀 알고싶지 않다’가 아니라 ‘알면 좋은데 봐도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많다. 길거리에 붙어있는 정당 현수막을 보면 무슨 일 때문에 붙었는지 궁금해하지만, 알아볼 데도 없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넘겨버린다. 무관심하진 않은데 쉽게 알만한 창구가 없구나 생각했다.” 이씨는 올해 경남도민일보 신입기자 면접에서 최종탈락한 후 부족한 점을 고민하다 뉴미디어쪽 능력을 더 키워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도리_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경남’, ‘쉬운 뉴스’, ‘인스타그램’이다. “수도권 뉴스를 요약하는 계정은 많은데, 경남 소식만 전달하는 계정은 찾을 수 없었다. 경남에 사는 청년들과 경남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스크랩만 하기보단 청년 세대들도 ‘신문이 생각보다 재밌구나, 그게 그 말이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정리하려고 했다.”올해 1월부터 시작해 11일 기준 86개의 ‘은도리_뉴스’가 게재됐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초반엔 주3회로 정리하다 8월 들어 주5회로 바꿨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내용이 눈에 바로 들어올 수 있게끔 표지도 바꿨다.카드뉴스는 매일 오전에 올린다. 오전 9시쯤 경남신문과 경남도민일보 지면 신문을 적어도 7면까지(경남도민일보 기준) 꼼꼼히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약간은 복잡하고 중요한 주제를 골라 중요한 기사, 문장을 꼽는다. 노트북에 저장돼있는 은도리_뉴스 양식을 열고 제목부터 날짜, 소제목, 본문 내용을 정리한다. 신문에 나와 있지 않지만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검색하고 공부해서 정리한다.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주는 칸도 있다.“하루를 은도리_뉴스를 정리하며 시작한다. 아침잠이 있다보니 잘 안될 때도 있지만 너무 늦게 올리고 싶진 않다. 구독자들이 아침에 눈떠서 경남 소식을 알며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양치하고 밥 먹는 것처럼, 루틴처럼 하고 있어서 귀찮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하다 보니 속도도 붙고 아직까지 어려운 점은 없지만 더 보기 쉽게, 가독성 좋게 만들고 싶어서 매일 고민한다.”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주변에 취업한다고 서울로 가는 친구들이 많다. 왜 꼭 취업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청년들이 경남에 정착할 순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야하는데, 여론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사에 들어가 기자를 하고 싶었다. 먼 훗날 입사를 하면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싶다.”“어려운 단어, 상황 설명 잘해줘 기사 쓴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 들 정도”은도리_뉴스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7개월 만에 약 2300명의 팔로워가 모였다. 좋아요 수도 많게는 100개까지 나온다. 몇몇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 기자들도 은도리_뉴스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주 경남도민일보의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는 기쁨과 당황스러움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며 감회를 전했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웃음) 왜 나를 인터뷰하시는 건지, 당연히 영광이었다. 인터뷰해주신 경남도민일보 기자님이 경남도민일보의 인스타그램, 쓰레드 계정을 관리하시는 분이다. 기자님이 한 번씩 은도리뉴스에 좋아요를 눌러주셨어서 경남도민일보에 더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더 좋았다. 기자님이 기사가 올라간 후 나온 좋은 반응들도 다 공유해주셨다.”이씨를 인터뷰한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인스타그램에 경남도민일보를 검색하다가 인기 게시물에 뜬 ‘은도리_뉴스’를 발견했다. 김 기자는 지난 9일 미디어오늘에 “사정상 인력이 많지 않아서 혼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쓰레드를 다 관리하고 있다. 은도리_뉴스를 발견하고 반 년 넘게 지켜보다가, 이번에 연락했다. 회사 안에서도 ‘대체 저 분이 누구냐’고 말하며 궁금해하는 기자들도 있었다.(웃음)”지역신문 기자에게 지역신문을 읽는 청년의 존재는 반갑다. “처음에는 짧게 ‘이 사람이 누구다’ 정도로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지역뉴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셔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됐다. 지역신문을 스크랩하고 본인이 가공해서 매일 시간을 들여 뉴스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지역신문 기자로서 너무 감사했다.” (김연수 기자)이미 은도리_뉴스를 팔로우해 자주 보고있다는 박준혁 경남신문 기자도 “가끔 내 기사가 올라오면 뿌듯하기도 하다. 단순히 기사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단어 나 현재 상황 등을 추가로 잘 설명해 줘 기사를 쓴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앞으로 경남의 청년들이 필요한 게 뭔지, 지역 신문이 알려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기자가 되면 은도리_뉴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는건가”라는 질문에 이하은씨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드디어 취업했습니다! 떠납니다’하면 은도리_뉴스의 목적이 그저 취업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 주5일은 못하더라도, 은도리_뉴스 계정을 운영하면서 지역소식을 쉽게 설명해주는 건 지속하고 싶다.” 의 대항마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메타의 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 사용자수가 출시 초반과 비교해 80% 넘게 감소하며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메타는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사이 플랫폼 연동 기능을 추가하고 인공지능(AI) 챗봇 등 신기술을 도입하며 X와 차별화된 요소를 앞세우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9일(현지시각) IT전문지 엔가젯에 따르면 메타는 이날 업데이트를 통해 스레드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했다.메타의 최고제품책임자(CPO) 크리스 콕스는 이번 업데이트를 두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스레드 게시물에 쉽게 노출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엔가젯은 이러한 기능 업데이트가 당초 예정되었던 시점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이라며 ‘공격적인 속도’라는 평가를 내놓았다.스레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보유한 메타가 새로 선보인 짧은 텍스트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다. 출시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X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꼽혀 왔다.7월 초 출시된 스레드 앱(어플리케이션)의 일일 활성사용자 수(DAU)는 단기간에 4400만 명을 돌파하며 X를 대체할 만한 플랫폼으로 더욱 주목받았다.그러나 최근 스레드 사용자수가 급감하며 초반에 잠시 인기를 끌고 마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의 자료를 인용해 “스레드의 7월 마지막주 일일활성사용자 수는 앱을 출시했을 당시보다 82% 줄어든 80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반면 X의 현재 일일 활성사용자 수는 2억6천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메타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의 일일 활성사용자 수는 5억 명 안팎이다. X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결국 스레드가 성공하려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를 최대한 끌어들여야만 한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스레드의) 사용자 숫자가 출시 초기보다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메타가 스레드와 인스타그램의 연동 기능 업데이트를 예정보다 앞당긴 점은 그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저커버그는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뒤 X로 이름을 바꾼 일론 머스크와 스레드 출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따라서 스레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X 이용자층을 흡수하는 것이 저커버그의 자존심에도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았다.다만 스레드가 인스타그램과 연동을 강화할수록 유럽연합(EU) 등에서 디지털 시장법과 관련해 독점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이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스레드는 100여 곳 이상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유럽연합 소속 국가에서는 독점규제 문제로 접속이 제한되어 있다.메타는 자체 인공지능 챗봇 '페르소나'를 활용해 스레드의 기능을 X와 차별화하려는 계획도 두고 있다.페르소나는 특정 인물의 성격과 말투를 따라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이러한 기술이 스레드에 이용자 참여를 늘리는 킬러콘텐츠로 자리잡게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스레드가 이러한 기술을 통해 인스타그램의 성공에 기대지 않고 독립된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갖춰내는 일이 결국 규제와 관련한 리스크를 덜고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데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 이근호 기자절반은 버릴 걸 알면서도 설탕 범벅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한다. 인기 있는 집은 한 달 전에 미리미리 DM을 보내 예약해야 한다. 친구들과 파자마를 맞춰 입은 채 초를 부는 사진 하나쯤 간직하고 싶었다. 수백 장 찍어 겨우 한 장 건진 사진을, 어쩌다 우연히 찍힌 사진인 양 올리곤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손가락으로 화면 구석구석을 확대해가며 보정하면 된다. 실물보다 예쁘되 너무 다르지는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진 아래로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 '인생샷'은 결코 홀로 완성되지 않는다.인생샷은 오래도록 중독과 허영심의 증상처럼 그려져왔다. 비난은 주로 여성을 향했다. ‘관종’ 혹은 ‘심리적 결핍’을 겪는 존재로 폄하하는 경우는 흔하다. 셀카 찍는 여성들은 자존감이 너무 높거나 낮다고 오해받곤 했다. 하지만 무작정 비난하기엔 너무도 보편적인 일상이고, 하나의 문화로 옹호하기엔 문제적이다. 인생샷은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1992년생 여성학 연구자가 이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다. “인생샷 문화는 일상이 되었는데 왜 제대로 연구되지 않는가?” 〈인생샷 뒤의 여자들〉을 쓴 김지효씨 이야기다.그 또한 “인생샷을 찍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살던 때가 있었다. 비슷한 사진이 수십 장씩 담겨 있는 그의 사진첩이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2010년대는 인스타그램이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카페 테이블은 음식 사진을 찍기 좋게 무릎까지 낮아지는가 하면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조차 ‘포토존화’하기 시작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여행 전문 SNS에 올라갈 만한 포토존을 제작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셀카 문화가 개개인의 삶을 넘어 산업과 도시 전반의 지형을 바꾼 셈이다.‘셀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고 〈뉴욕타임스〉는 현대를 “한순간도 사진을 찍지 않은 채 흘러가지 않는 시대”라고 표현하는데 어째서 카메라 뒤의 여성들은 여전히 미움받는가. “셀카는 분명 시대의 문제이자 개인의 문제이지만 셀카 찍는 이들이 스스로의 내면에 침몰되어 갇힌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일상을 꾸려나가는 존재이자 얼굴과 몸을 지닌 생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생샷 문화의 당사자이자 연구자로서 김지효씨가 동료 여성들을 찾아 나선 까닭이다.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인생샷 연구도, 여성학 연구자가 된 것도 그랬다. 당시 김지효씨는 ‘한국 페미니즘의 산실’인 대학을 자퇴한 후 보수 개신교 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에 입학했다. 보수 개신교의 열렬한 지지자인 가족의 영향이 컸다. 대학가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번질 때였는데 자신은 ‘우리는 안녕합니다’라는 반박 대자보를 쓰려 했다는 일화를 김씨가 웃으며 들려주었다.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수업에서 여성학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접하게 되었고 “신념 체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에게 20대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가치가 무너지는 격변기였다. 여성학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과 극한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원에서의 화두는 디지털 페미니즘이었다. 지난 몇 년 메갈리아, 탈코르셋으로 대표되는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했다. 디지털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는 20대 여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급부상했는데, 주된 SNS 통로는 트위터 내지는 페이스북인 것처럼 보였다. 인스타그램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 기반이었고 ‘온라인 자기 전시’의 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한쪽은 K뷰티의 본거지로, 다른 한쪽에는 이를 거세게 비판하는 페미니즘 진영으로 양분된 담론을 보며 김지효씨는 의아했다. 그조차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질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곤 했기 때문이다. ‘열혈 인스타그래머’였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시기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알파걸’과 ‘페미 전사’를 넘어서인생샷 뒤의 여자들을 ‘변호’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삶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 같은 사람들”에 대한 미움도 하나의 동력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의외였던 건, 혼자만의 혼란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인스타그램 인생샷을 주제로 한 여성학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게시글을 SNS에 올리자마자, 인터뷰 참여 요청이 쇄도했다. “이런 연구를 정말 기다려왔다.” 인터뷰에 지원한 한 여성 참가자의 말이다.인생샷은 20대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숨겨진 ‘치트키’였다. 이대녀, MZ 세대 따위 수식어로 뭉뚱그려진 이들이 인생샷이라는 익숙한 소재 앞에서 저마다의 생애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본 일곱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인터뷰를 하며 김지효씨도 깜짝 놀랐다. 외모 평가로 인한 상처 혹은 화려한 외모 때문에 오해를 샀던 경험, 소속 집단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혹은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복잡다단한 마음이 온라인 자아에 투영되었다. “결국 온라인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나에게 중요한 타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더라.” 인생샷을 찍는 이유에서 시작해 생애사 인터뷰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지역을 다르게 선별한 인터뷰이 12명은 모두 20대 여성이었다. 여성으로 한정한 건 한국의 청년 여성들이 ‘하두리캠’ ‘얼짱 카페’ 같은 셀카 문화와 함께 성장해온 주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인터뷰이 12명은 의외로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거나 페미니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이었다. 이 중에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7000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디지털 페미니즘 운동을 맹렬히 주도하던 이들이, 사실은 외모 지상주의와 소비주의라 비판받는 인생샷 문화의 가담자이기도 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김지효씨는 20대 여성을 설명하는 언어가 빈곤했음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20대 여성을 설명하는 계보에는 두 가지가 있다. 외모 관리, 운동 등 자기계발을 인스타그램에 전시하는 이른바 ‘알파걸’과 그 대척점에서 맹렬히 싸우는 ‘페미 전사’들이다. “이런 이분법은 20대 여성을 보고 싶은 방식으로 나눌 뿐, 실제 20대 여성의 삶과는 괴리되어 있다. 무해하거나 과격하거나 둘 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인생샷을 찍는 여자들은 다양한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인생샷을 올리지만 트위터에서는 우울증에 관한 계정을 운영하거나, 여성학자 SNS 유명인을 팔로하면서도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스펙” “숫자가 일종의 계급”이라고 말했다. 친구의 보정 사진을 검사해주지만 성폭력범을 처벌하자는 청원 링크를 뿌리고, ‘럽스타그램(커플 사진)’을 올리면서 한국 남성이 저지른 폭력 사건을 비난했다.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후 내적 갈등을 겪지만, 인스타그램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품을 부순 이미지를 업로드한다. 모순과 혼란이 뒤엉켜 있다.어느 한쪽에 공감하거나 가치 판단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탈코 셀럽’ ‘페미 셀럽’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려고도 했다. 탈코르셋 실천의 경우 ‘사랑받음’의 기준을 바꾸는 과정이지만, 그만큼 성차별적 주류 집단과 거리를 둘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어떤 여성들에겐 선택하기 어려운 실천이었다. 반면 긍정적이고 힙한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확장하는 ‘인스타그램 페미니즘’은 성차별적 사회를 바꾸기보다 각자는 얼마나 올바르고 무해하게 살고 있는지 증명하는 일에 치중했다. 마치 셀카를 보정하듯 페미니즘도 보정한다고 김씨는 지적한다.인터뷰를 하며 여러 번 연구 방향이 바뀌었다. 속시원한 정답을 내놓고 싶었는데 애초에 정답이 없는 이야기였다. 연구자로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있다. 여성 청년들이 놓인 다양한 조건과 인정욕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찰과 윤리만을 강조하는 학계와, 완전무결함과 자기 검열로 분투하는 동료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성차별적 구조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 또 인정욕구를 지닌 인간으로서 모습을 인정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갈팡질팡 흔들리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SNS는 왜 여성에게 기회가 되었나대중 페미니즘 운동이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금, 책의 메시지가 오독될 가능성에 대해 연구자는 염려했다. 여전히 온라인에서 여성들은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인스타 허세녀’ ‘셀기꾼’ 같은 신조어처럼, 주로 남성 개그맨들에 의해 희화화되는 소재로 쓰인다. “SNS에 여성 인플루언서가 많은 건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다른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지효씨는 SNS가 왜 여성에게 기회의 장이 되었는가 질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 오프라인에서 여성은 있는 모습 그대로 지지받지 못하는가? 왜 여성은 온라인에서 자기 과시를 할 수밖에 없는가? SNS 중독 현상은 결국 성차별적 공간인 오프라인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그래서인지 매체 뒤의 여성들에게 자꾸만 관심이 간다. 그는 요즘 랜덤 채팅 앱을 들여다본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주 이용층은 여성 청소년이다. 당장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긴급 수혈’하듯 위로받는 공간처럼 보였다. 성인 남성이 저지르는 성폭력 범죄의 매개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오프라인에 친밀한 관계가 있고 온라인은 공적 공간으로만 여기는 기성 세대에게 SNS 자기 전시는 한심한 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1020 세대에겐 친밀성을 형성하는 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 오래다.” 많은 이들에게 온라인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주지가 되었다. SNS 중독과 인정욕구에 대한 꾸짖음보다는 우리 모두가 혼란스럽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이유다.어떤 날에는 인스타그램 중독자였다가 어떤 날에는 그 사람들을 비판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싶었다. 매일매일 분열하며 글을 썼다는 그는 ‘인생샷 뒤의 여자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성을 형성하고 때론 취약해지고 나름의 방식대로 싸워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기존의 세계를 미워하며 닮아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이행할 수 있을까?” 책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난다.먼저, 상상을 해보자. 세계 20억명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당신도 사용자 중 한 명이다. 남들처럼 여행을 떠났고, 그곳 사진들을 촬영했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올렸다. 가끔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모르는 팔로어가 있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런데 어느 날, 지구 반대편 9595㎞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당신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농담 같기도 했지만,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그곳에서 생애 첫 전시가 열렸다.2021년 서울에서 관람객 40만명을 모은 주인공, 그 전시를 보기 위해선 2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해 ‘전시 오픈 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출신인 요시고(본명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 에체베리아·42)의 이야기다. 당시 그의 전시를 기다리는 줄로 그라운드시소 서촌 일대는 교통이 마비됐고, 여행 사진전 붐이 일었다. 정려원·박기웅 등 스타들도 앞다퉈 방문해 “MZ세대가 사랑하는 사진작가”라는 말을 들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그 요시고가 부산에 등장했다. 생애 두 번째 전시가 이 항구도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 전시 때는 코로나 기간이라 방문하지 못했지만, 아쉬울 필요는 없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주변도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호하는 팬들 사이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이 남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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