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최근 유튜브의 정치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원들의 마음을 얻는 일부터 심지어 공천받기 위해서는 특정 유튜브 출연이 필수가 돼 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그중에서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를 향해 국민의힘 안팎으로 양가적인 반응이 나온다. 커지는 김씨의 영향력과 비례하게 비호감도도 높아지는 가운데, "만약 김씨를 TBS에서 퇴출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까지 제기됐다. 김씨가 TBS 퇴출 후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체급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김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 1년간 김씨 방송에 주택담보대출 서류 출연한 정치인 119명 중 민주당 의원이 106명에 달했고, 민주당 안에서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의원이 65명에 그친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65명 중 한 명이 자신이라고 소개하면서 "특정인(김어준)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라며 "유튜브 권력 예금 적금 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단톡방에 곽 의원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올려 논란이 됐다. 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선 "TBS에서 강제 퇴출당한 김어준 진행자 뭐가 겁나 떼거리로 이러시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조직개편 반대로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금융감독원 직원들 sbi모기지 을 향해 "불만이면 퇴사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에 금감원 사내 게시판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너무 말 쉽게 한다" 등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김씨의 언행이 더 거침이 없어지면서 야권 안팎에서는 "TBS 같은 제도권 방송에 그를 묶어놨었으면 어땠을까"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TBS 퇴출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김어준씨에게 사실상 기회가 됐다"면서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물론 편파 논란은 있었겠지만, 레거시 미디어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김씨과 같은 힘을 키울 수 있었겠느냐"면서 "김씨와 같은 사례가 흔히 등장하는 경우는 아니겠지만, 예상 밖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 쌍용자동차 투리스모 을 많이 남기는 선례"라고 설명했다.
TBS 방송출연제한심사위는 지난 2024년 2월 김씨에 대해 '무기한 출연 정지' 결정을 내렸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씨는 TBS 라디오를 진행하는 5년여 동안 최소 총 24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TBS 퇴출 후 김씨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후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 자사몰 등도 만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주최한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권 인사 등이 대거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첫 인터뷰 매체로 김씨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씨가 TBS 퇴출 후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정치권에서 "때릴 수록 강해진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가운데 약자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팬덤의 보호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각종 사법리스크를 받았던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파면된 후에도 '윤어게인' 현상을 불러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같은 경우다. 김씨의 경우도 퇴출 후 여권 강성 지지층이나 김씨 팬덤 층을 한층 더 결속시킨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