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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mega.info
인상도, 목소리도 차돌처럼 단단했다. 정동영의 ‘평화적 두 국가론’을 ‘반역’이라 맹공한 뒤 사표를 던진 뚝심이 묻어났다. 40년 공직이 ‘통일 외길’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때 실무자로 참여했고, ‘6·15 남북공동선언’ 초안을 작성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기금법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한때 통일부 장관으로 ‘모신’ 정동영에 대한 실망감은 그래서 컸다. “정말 영구 분단을 원하는 걸까?” 김천식은 커피 대신 찬물만 한 잔 달라고 했다.
◇ ‘두 국가론’은 반역이고 事大
−임기 8개월을 남기고 사임했다. 압력이 있었나?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 기다렸을지는 릴게임몰 모르지만(웃음).”
−정동영 장관이 통일부 명칭 변경을 시도할 때부터 공개 비판했다. ‘두 국가론’은 영구 분단을 획책하는 반역사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간에서 반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정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침묵할 수 없었다.”
−위성락은 두 국가 릴게임몰 론이 ‘통일부 안’이지 ‘정부 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는 이재명 정부가 아닌가? 대통령 뜻이 다르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 국가론은 왜 반민족적인가.
“남북이 ‘두 국가’가 되면 북한은 외국이자 적대적 미수교국이 된다. 동시에 우리에겐 한반도를 통일할 권리가 없어진다. 바다이야기 현대 국제법은 국가 간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개입할 근거가 사라진다.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면 북한 땅은 이웃 나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중국을 두고 하는 말인가.
“중국은 고구려 역사를 가로채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일본이 독도를 황금성게임다운로드 기웃대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우리가 북한 땅 전체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허용할 수 있나. 두 국가론은 사대주의고 반역이다.”
−정동영은 ‘남북기본합의서’ 원칙하에서 두 국가론을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궤변이다. 나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했기 때문에 ‘특수 관계’가 합의된 과정을 잘 안다. ‘특수 관계’란 남북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헌법 3조 역시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했다. 한반도 1국가론이다. 남북한이 두 국가라는 주장을 용납한다면 당장 우리 헌법에서 영토 조항과 통일 조항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한미 연합 훈련도, 비핵화 요구도 사라질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벗고 있다. /뉴스1
◇남북은 ‘두 국가’ 아닌 ‘한민족 공동체’
−‘평화적 두 국가론’이 노태우 정부의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김영삼 정부의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등 역대 보수 정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헌정 질서에 남북을 두 국가로 상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 명시된 ‘남북연합’에서도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되 두 국가 관계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남북연합의 영어 표기를 ‘Confederacy(국가연합)’가 아닌 ‘Korean Commonwealth(한민족공동체)’로 한 것이다.”
−유엔 동시 가입은 상호 국가 승인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당시 남북 지도자들은 유엔 가입으로 인해 남북이 국가 간 관계로 인식되면 통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데 합의했다. 상호 실체를 존중하되 국가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서독은 동독을 주권 국가로 인정했다는 건 무슨 말인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동독은 국가 승인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서독은 끝까지 거부했다. 기본 조약 체결, 유엔 동시 가입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상호 대사관 설치를 거부했고, 동독 주민을 국민으로서 받아들였으며, 동서독 거래를 민족 내부 거래, 즉 무관세 및 청산 결제로 추진했다. 결국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자기 결정권을 행사해 독일 통일을 이뤘다.”
−정동영은 원효 대사의 ‘불일불이(不一不二)’를 인용해 ‘평화적 두 국가로 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했다.
“고승의 훌륭한 철학을 영구 분단론을 호도하는 데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 통일은 체제 선택의 문제다. 핵무장한 북한과 평화 공존을 기대한다면 바보이거나 대중을 속이는 선전·선동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 우리 일상 좌우하는 ‘분단’
−‘통일’이란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럼 이렇게 묻자. 당신의 일상을 가장 크게 규정짓는 질서가 뭐냐고. 분단이다. 당신 아들은 군대에 가서 휴전선을 지켜야 하고, 당신이 낸 세금의 많은 부분이 국방 예산으로 들어간다. 북한을 여행하고 싶어도 못 간다. 우리 사회 이념·지역·세대·젠더 갈등이 모두 분단에 기인한다. 이게 왜 비현실적인가?”
−여론조사에선 ‘굳이 통일 안 해도 된다’는 국민이 늘고 있다.
“질문을 달리 해야 한다. 북한 정권을 중국이 접수하려고 할 때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거냐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독일이 통일될 거라 믿은 베를린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특수 관계’를 폐기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 아닐까.
“일제강점기 일제와 싸워 독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본과 잘 지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 북한은 두 국가를 앞세워 주민들 마음에서 통일을 지우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나?”
−김정은 속내는 뭘까?
“정권 안보다. 그는 남북 간 교류를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본다. 경제난도 심각한데 북 주민들의 남한 동경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반사회주의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남한 말을 쓴다고 처벌하지 않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후 임종석의 옹호성 발언, 정동영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나왔다. 우연의 일치일까?
“김정은 코드에 맞춘 건 아니겠지만 일반 국민은 오해할 수밖에 없다. 통일 구호를 목청껏 외치던 이들이 왜 갑자기 두 국가로 가자는 것인지 이상하지 않나.”
−당신이 생각하는 통일의 해법은 뭔가?
“남북 관계에 묘수는 없다. 지름길도 없다. 안보를 튼튼히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남북 대화도, 교류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은 대화할 생각이 없는데?
“나는 현재 김정은 체제가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핵무장이 김정은 체제를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소련도 결국 경제로 무너졌다. 핵이 아니라 경제가 안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핵을 인정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진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가 NPT인데, 트럼프라고 이를 포기할 수 있을까?”
−통일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했더라.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 한쪽만 패이지만 유리창은 와장창 깨진다. 독재는 그렇게 무너진다.”
◇ MB 때 남북 교류 가장 활발
−역대 정권 중 통일 논의는 언제 가장 활발했나?
“노태우 정부다. 탈냉전기 통일 논의가 봇물을 이뤘고 그 연장선에서 북방 정책을 추진했다. 남북 관계의 가장 중요한 합의로 평가받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고 남북교류협력법·기금법을 만들었다. 이를 현실로 적용한 건 김대중 정부였다.”
−보수에선 DJ의 햇볕 정책이 북핵의 물적 토대가 됐다고 비판한다.
“햇볕 정책 이전부터 북은 핵 개발에 매진했다. 그걸 들켜서 미봉한 게 1994년 제네바 합의다. 북한의 핵 개발은 우리 내부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든 악화되든,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미·중과 관계가 틀어지든 말든 그들은 죽을 각오로 핵을 개발했다.”
−진보 진영에선 보수 정권이 남북 관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수치로 볼 때 남북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이명박 정부 때다. 금강산 관광객 수, 개성공단 공장 가동 수, 공단에 취업한 북한 노동자 숫자도 제일 많았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건 문재인 정부 때다. 남북 간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쐈다. 1970년 시작된 남북 대화 역사상 단절이 이렇게 긴 적은 없었다.”
40년 공직을 통일부에서 헌신한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 그는 행정고시에 최상위권으로 합격하고도 비인기 부서인 통일부에 자원했다. /장련성 기자
◇헌법에서 통일을 지우는 사람들
−행시에 수석 합격하고도 통일부를 지원했다더라. 왜 그렇게 통일에 집착하나.
“시골서 자랐다. 4학년 때 학교에 처음 생긴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읽었다. 특히 역사책을 좋아했는데, 어린 마음에 우리가 강대국이 되는 유일한 길은 통일이란 확신이 들더라. 정치학을 전공하고 통일부를 자원한 이유다.”
−통일부 시절 ‘컴퓨터는 못 믿어도 김천식은 믿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과장이다. 내가 영리한 사람이었으면 애초 통일부를 지원했겠나(웃음).”
−호남 출신이다.
“80년대 초 호남인들의 ‘본적 바꾸기’가 유행했다. 그만큼 차별이 심했다. 한국 정치의 열쇠는 호남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에 있다. 그러나 여야를 포함해 기성 정치권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갈등을 즐기고만 있다.”
−외통위 민주당 의원들은 통일연구원장이 왜 그렇게 자유를 강조하냐고 질타하던데.
“자유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 대학 때 이념 서클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도 그들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싫었기 때문이다.”
−보수인가?
“우리는 타율에 의해 분단됐고, 강대국이 만든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 한반도에 하나의 민족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민족주의자다.”
−두 국가론이 현실이 되면 당신의 40년 공직은 물거품 될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외로울 것 같다.
“이 시대에 통일을 외치는 건 외로운 일이 됐지만 영구 분단으로 가는 길은 막아야 한다. 현명한 국민만이 헌법에서 통일을 지우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김천식
1956년 전남 강진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통일부 경제협력본부장, 남북교류협력국장, 통일정책실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퇴임 후 우석대 군사안보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윤석열 정부 때 통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통일국가론’을 썼다.








